▲ 가로림만조력발전건설반대투쟁위원회 박정섭 위원장 |
인천, 당진, 서산 등 지역대책위와 에너지시민회의는 “발전소를 늘려가며 전력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지금 대규모 화력발전과 조력발전을 건설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환경파괴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의 참가자들은 “조력발전이 갯벌과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주민들과 말 못하는 생명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 석탄화력대형화저지당진군대책위원회 황성렬 공동위원장 |
주민고통 가중하는 화력발전대형화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지경부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세운 전력수급계획으로 인한 발전소 건설이 가져올 피해와 문제들에 대해 설명했다. 석탄화력저지당진군대책위는 “당진에 이미 화력발전이 9-10호기까지 많이 집중되어 있다” 며 “동부그린화력발전을 반대하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당진환경연합은 “당진화력의 조사에서도 2015년에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될 것으로 나와 있다. 이행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더 이상 집중화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발전업체에서는 돈으로 주민들을 이간질까지 시키고 있다. 주민들이 그동안 감내해왔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동부화력은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이에 대해 “전력계획을 내는 문제와 발전소 허가 문제는 다르다”며 “당진화력발전소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발전소 허가는 “이행타당성 여부를 검토하여 최종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 지식경제부 김정권 에너지자원실장과 담당직원들 |
조력발전은 환경파괴 사업
많은 발전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조력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강화조력의 경우 최접경 지역에 있으며 실제 남북관계와 홍수 문제 등을 우려해 인천시에서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인천만조력도 그 안에 습지보호, 천연기념물 지역이 포함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화인천조력발전반대시민연석회의에서는 조력발전이 전력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환경, 지역 등 제반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산태안환경연합 이평주 사무국장 역시 조력발전의 문제를 비판했다. “가로림만이 생태적 가치로 보면 전국 1위로 서산시 인구의 90%가 160km에 이르는 가로림만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서산시 전력의 2.7%를 생산하기 위해 물길을 막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정부의 공급위주 전력계획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김실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정부의 에너지 수급현황을 이야기하며 “정부에서 수요관리를 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협조 안하면 힘들지 않은가”라고 답변했다. 또 현재로서는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실장은 또 발전사업체들이 손쉽게 조력발전에 집중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태양광, 풍력 등은 한국의 상황에서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전기요금 3~4배 내면서 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에서는 경제성, 안정성, 환경성 적정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 지식경제부 담당 공무원들과 면담 중인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 |
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 전기요금은 기획재정부, 지경부는 전기공급만?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환경영향평가가 그동안 사업시행자 주도로 진행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위원으로 선임되어 제대로 조사가 안되고 ‘피해가 미미하다’로 제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참가자들은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이며, 환경영향평가를 해서 문제가 되어서 사업이 중지된 적이 거의 없음을 지적하며 그 실효성을 꼬집었다. 사실, 환경영향평가법의 이와 같은 문제는 환경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다.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문제라면 환경부에 문제제기해서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현재로서는 지경부에서는 환경부의 보고서를 기초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강화조력발전반대대책위 윤여군 목사는 이번 계획 발표를 미루고 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기본계획은 2년에 한번씩 내는데, 계획에 따라 금년 말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위원회 구성이 문제라면 수정해나가겠다. 금년의 계획은 이미 공청회도 거쳤기 때문에 논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계획발표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1시간 동안 이어진 면담과정은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이야기와 지경부의 입장이 거의 평행선을 그려나갔다. ‘어민들을 죽여가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맞는가?’ ‘환경을 파괴하면서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는 결국 지식경제부의 소관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경부가 주장하듯이 과연 우리나라 1인당 전기소비가 선진국들보다 높고 앞으로도 더 많은 전기를 쓸 거라는 예측이 과연 국민들의 문제일까?
전력설비가 63% 남아돌던 80년대에도 전력수요예측을 잘못해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건설했다. 결국, 남아도는 전기를 판매하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9차례나 인하하고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심야전력요금제도를 도입해 전기소비를 부추기는 전력정책이 고착된 것이다. 그 후과가 30여년이 지난 지금 전력수급 비상과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라는 악순환으로 되돌아 왔다.
지경부는 이런 전력정책의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해서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양이원영 국장은 "환경문제는 환경부, 전기요금은 기획재정부 탓하고, 지경부는 국민들이 전기 많이 쓰니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이원영 국장에 이에 더해서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의무 설비량에 비해 44%만 계획을 제출했을 뿐이고 이 중에서도 36%가 조력발전에 쏠리고 있다"며 이는 현재 지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률의 시행령에서 조력 발전 가중치를 1.5나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을 위해 지경부는 심의회와 공청회를 거쳤다고 했지만, 직접적인 피해자들인 지역주민들과 말 못하는 생명들의 의견 그리고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는 그 계획에 스며들기조차 어려웠다. 김정관 실장의 말처럼 계획은 계획일 수 있다. 그렇다. 지역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잘못된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