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로 농성장서 잠시 내려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농성 일기]⑤ 농성 6~7일째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11월22일 점거 8일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있는 날이다. 충주에서 하기로 한 것이 급히 울산 북구청으로 변경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참석을 한다. 점거 8일째인 나도 그곳에 참석하기 위해 공장에서 잠시 내려왔다.

오랜만에 동성기업 시트 대표 전태곤 동지도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다. 꼭 가족을 만난 것 같았다. 점거농성하고 있는 동지들의 안부를 묻는다고 정신이 없다. 다들 너무나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가 이렇게 알고 지낸지는 일년도, 이년도 아닌데. 고작 몇 개월 알던 우리건만 서로를 걱정하고, 울고, 웃고... 가족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2공장 내 진짜 가족들을 만났다. 진환이, 의봉이, 우상수 동지... 48시간 농성을 해서 그런지 꼬질꼬질해져 있는데도 내 걱정부터 먼저다. 밥은 먹었냐, 아픈 것은 없냐며... 가슴이 따뜻해진다.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대회장에 서서 총파업을 호소하고 있다.

대의원대회가 시작되고, 나는 발언도 하지 못했다. 속상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해 현장발의안으로 올라온 안건을 제일 먼저 다루고, 총파업을 가결시키고 싶었다. 결과는 가결이었으나 안건이 수정되는 바람에 뜻대로 되진 않았다.

관련한 이경훈 지부장의 반대 발언... 어디까지 바닥을 드러내실 건가요...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보다.

11월23일 점거 9일째

오늘은 영현 동지 생일이다. 앞전에 다른 사업부 동지들 중 몇몇도 이 갇혀 있는 공장안에서 생일 파티를 했다. 보급으로 들어온 초코파이 한 통이 케이크다. 며칠 전만 해도 이런 생일을 할 거라곤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 고생하고,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엄청난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아마 밖에선 하루하루 웃음을 잃어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린 이 속에서 나름 감동과 웃음과 즐거움을 간혹 맛보고 있다.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지만 상황이 이러하기에 몇 배의 감동이었고, 보급품이나 개인물품을 선물로 주고받고 했다.

단전, 단수, 더한 것도 다 해보라지. 우리는 지금보다 더 힘든 고난과 역경을 다 이겨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삶의 기쁨을 찾았듯, 더한 어려움이 와도 이겨나갈 것이다. 우리를 만만하게 봤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우린 악밖에 남은 게 없으니 말이다.

황인화 동지의 마지막을 말을 가슴에 박아버렸다.

꼭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를 하라고. 싸워 이겨서 내려와 달라고. 동지 여러분들만 믿겠다고.

우린 꼭 이겨서 우리 발로 내려갈 것이다. 난 하루하루, 매일 그 말만 기억한다.

  점거 9일째 농성장 보고대회. 김미진 대의원은 농성자의 아내가 농성중인 남편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편지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