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노숙인 의료지원 강화하여 죽음의 행렬 멈춰야

[연속기고](3)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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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겨울, 노숙인들의 건강과 생명이 한층 걱정되는 때이다. 영등포역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42)씨는 “겨울철에는 그나마 몇 만원이라도 손에 쥘 수 있는 공사판 막일조차 일거리가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3년 가까이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57)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찬바람이 강하게 부는 한겨울은 죽음의 계절”이라고 말했다.”(문화일보 2010-12-06)

이미 거리는 “죽음의 계절”이라고 말한 것같이 섬뜩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벌써부터 노숙인 사망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11월28일 오후 3시쯤 서울역 지하철 승강장 앞에 쓰러져 있던 노숙인 조모(45)씨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심폐소생술 도중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9시30분쯤 서울역 롯데마트 1층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50대 후반의 노숙인 남성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문화일보 2010-12-06)

매해 수백 명의 노숙인이 거리와 병상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다. 97년 경제위기로 노숙인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갔다. 한림대 의대 주영수 교수는 1999년부터 7년 동안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99년에 서울지역에서만 103명의 노숙인이 사망하였고,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해 2003년 이후에는 매해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성별과 연령을 표준화한 노숙인 사망률은 전체 인구집단보다 3.1배나 높은 것이다.

  돌아가신 노숙인들의 영정사진을 한 노숙 동료가 영좌에 붙이고 있다.

노숙인 사망실태는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가 내놓은 노숙인 의료지원 대책과 의료구호제도가 사망을 예방하거나 줄여나가는 데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노숙인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지원 근거나 법령의 미흡으로 산발적으로 진행돼 온대다가, 그 대상이 지극히 선별적이었기 때문이다.

노숙생활의 참담함은 노숙인 생존율에서도 드러나는데, 노숙생활 1년이 경과된 노숙인의 사망비율은 1.30%에 그친데 반해 5년이 경과되면 8.63%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숙시작 후 5~6년 사이에 무려 전체의 10% 정도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사망원인은 손상·중독·외인성 질환(389명)으로 전체의 23.3%를 차지하며, 다음으로는 간질환(262명·15.7%), 암(195명·11.7%) 순환기계질환(192명·11.5%) 등의 순이었다.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손상, 중독 등 외인성 질환'과 '간질환, 감염성질환 등’은 사전에 예방 가능하며 지속적인 관리로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질병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집중적인 대책마련이 매우 절실하며, 노숙인에 대한 응급의료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헌데, “40대男 노숙자, 순찰차에 깔려 사망”(2009년 5월4일)하고 “백화점 경비원이 밀친 노숙자 4시간 후 사망”(2010년 7월 3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일들을 마주할 때, 노숙인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응급구호조차 구멍이 나고 있다는 현실이 말을 잃게 한다.

“서울시, ‘노숙인 복지’ 화끈하게 밀어준다”(메디컬투데이 2010-11-18)는 보도와 달리, 올해 서울시의 대책은 냉혹하기만 했다. “무상급식, 망국적 포퓰리즘” 운운한 천박함을 드러낸 시장이 있는 시답게 서울시의 2010년 복지예산 삭감 노력은 끝이 없었다. 서울시 기초생활수급자가 22만1천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3%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였었다. 진료비 지원에서도 마찬가지로 354억여 원을 줄였다. 2010년 긴급복지지원 예산 813억,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등 예산삭감 내용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물론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은 83억여 원이나 삭감했다.

이러한 예산삭감으로 올 한 해 동안, 수만은 가난한 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서울시에 의해 삭감된 복지예산은 2011년에는 반드시 원상복구 및 증액돼야 한다.

올해는 “복지병”을 운운하며 “개개인에게 책임의식과 자활의지, 도전정신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야 한다”는 둥 이명박 정부와 보수 여야당의 뻔뻔함과 몰염치가 극에 달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급기야 2011년 예산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날치기 통과돼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 역할을 한 한나라당은 수십조의 4대강, 부자감세 예산을 통과시키며,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 400억 원 전액삭감, 결식아동 급식 지원금 541억 원 전액삭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 원 삭감,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금 340억 원 삭감,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비 880억 원 삭감 각종 복지예산이 삭감했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을 요구해온 가난한 이들에겐 연말 국회의 날치기 난장판은 더없는 분노를 안겨줬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은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지속적인 요구와 이러한 내용을 담아 발의한 ‘기초법 개정안’이 집권여당의 4대강, 부자감세 예산 날치기 강행처리 난리 통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파묻혔으며, 그 자리엔 ‘형님예산’, ‘마님예산’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은 수많은 진입장벽으로 수급자 수는 10년째 3% 수준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이며,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가난한 이들을 오히려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복지패널>의 2009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급자격이 있으나 부양의무자로 인한 수급신청 탈락비율이 58.3%에 달한다. 수많은 가난한 이들이 이 조항으로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해 말 그대로 비참한 현실에 놓여있다.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시급히 폐지되어 마땅하다.

  기초법 개정을 위한 공동행동은 한 달 가까이 천막농성을 하며 기초법 개정을 요구하였으나, 한나라당의 국회 파행운영으로 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는 회기를 넘기고 말았다.

기초법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이 개인과 그 가족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는 노숙인 의료정책에서도 똑같이 발생했었다. 2008년 복지부의 의료급여사업지침개정으로 행려환자에 대해 부양의무자 확인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진료기관의 소극적인 진료를 초래하게 되었다. “국립의료원 노숙자 진료기피 '파문'” (데일리메디 사회 2010-10-14) 논란과 같이 진료기관이 오히려 노숙인의료지원체계로 환자를 의뢰하는 역류 현상마저 빚게 했다.

노숙인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할지라도, 이는 가족관계가 피상적으로나마 유지되고 있거나, 노숙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이제 막 취업한 경우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가입여부로 노숙생활의 종결하려는 것은 어리석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야비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행려환자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 것은 노숙인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가장 어려운 처지에 떨어져 있는 가난한 이들에 대해 정부가 마땅히 지어야할 최소한의 책임마저 방기하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이는 노숙인은 물론 빈곤층 전반에 대한 의료지원을 정부가 외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과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더 이상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빈곤 단체, 보건의료 단체 등은 12월22일 동지를 기해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12월22일) 개최하며, 정부와 서울시의 노숙인 의료지원 체계의 확립은 물론 복지정책의 전행적인 태도와 복지예산 확충할 것을 요구한다.

노숙인의 사망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장보호를 중심으로 의료정책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보다 거리현장에 밀착해서 노숙인들의 건강상태를 평가, 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숙인의 생존율과 사망원인에서 보여지듯 시간이 지날수록 필수적인 만성질환 관리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임으로, 이들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대를 통해 의료접근권이 높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알코올, 정신질환 등 주제별 관리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며 인프라의 확충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건강과 생명을 위협 받는 노숙인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서울시는 노숙인 의료구호비를 증액함과 함께 건강보험 피부양자격 노숙인에 대한 진료 중단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역시 기초법 개정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가난한 이들이 부양의무자라는 족쇄로 인해 치료받을 권리, 생존할 권리마저 박탈되는 비정한 현실을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