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거리노숙인에게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연속기고](2)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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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우리 사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량실업사태를 경험하였다. 당시 발생한 홈리스(homeless)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또 다른 지표가 되었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2008년 말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다시 실업난이 시작되고 있는데 특히 일용직과 임시직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일용노동에 종사 하는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쉽게 홈리스 상태로 전락한다. 특히 1990년대 후반과는 달리 뉴타운으로 불리는 도심재개발사업이 행해지면서 쪽방 등 저렴한 주거지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향후 홈리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홈리스의 성격과 유형이 다양화, 복잡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홈리스는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가장의 가출은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남겨진 자녀들의 부양 및 양육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여성홈리스, 가족홈리스, 청소년 홈리스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여성홈리스는 거리노숙 생활로 성적학대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노숙이 재생산 될 위험이 있다. 또한 가정해체의 가속화로 청소년홈리스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역 입구에 설치된 입간판, 지금은 철거되었다

주거의 부재(homelessness)는 생존조건의 상실을 의미하며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켜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노숙생활은 개인의 건강, 식사와 영양에 심각한 해를 끼쳐 건강을 악화시키고, 범죄노출과 자살 등에 이르게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홈리스가 공공시설 무단점유, 비위생, 구걸, 범죄, 폭력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 사회가 홈리스를 대하던 사회적 시각은 알코올 중독자나 일하지 않는 게으른 존재, 또는 사회 부적응자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에 따른 대량실업사태로 발생한 홈리스는 나태하고 게으른 존재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희생자라는 사회적 인식을 높였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들을 기존의 홈리스 집단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신 노숙계층으로 인식하여 “실직노숙인”으로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사회적 격리에 머물러 있던 홈리스 정책은 방향을 전환하였다.

정부는 홈리스를 노숙인 쉼터로 입소시켜 의․식․주와 취업지원 활동을 지원하여 사회복귀를 돕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동안 주목되었던 이른바 실직이 노숙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취업이 바로 노숙의 종결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응급구호적 홈리스 대책은 노숙인 쉼터와 거리를 전전하는 회전문 현상을 가져왔다.

이러한 정책상 난맥의 근본 원인은 편협한 홈리스 정의에 따른 대책수립, 시설을 통한 수용중심의 대책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기본적으로 노숙인의 범위가 좁고 고시원, PC방, 만화방 등에 거주하는 사실상의 홈리스는 정책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리고 현행 제도는 노숙인과 부랑인을 구분하여 노숙인 쉼터와 부랑인 복지시설을 통한 수용 중심적 대책을 고수하고 있고, 무엇보다 거리노숙생활을 경험한 후에야 지원대상자가 될 수 있어 사후 처방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현행 정책은 노숙인 집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노숙인 쉼터 입소에만 치중하고 독립주거의 지원을 통한 자활지원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 일단 거리노숙생활을 시작하면 홈리스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경험하게 되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홈리스 문제는 일시적인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빈곤과 소외의 결과로 보아야 하고 주거 중심의 정책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임시주거지원을 통해 입주한 거리 노숙인의 방, 작고 열악하지만 거리를 탈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주거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임시주거비 지원을 통한 거리노숙인 사회복귀지원사업은 2002년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가 대구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진행되다가 2006년부터 전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고령, 장애, 질병에 처한 거리노숙인을 중심으로 3개월의 주거지원, 장애등록, 기초수급자 선정 등을 진행하였고 2010년 11월 현재 2,876명의 거리노숙인에게 대안적인 주거생활을 유인해왔다. 다음의 표는 그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하여 그 동안 우리사회에 의문점으로 생각되던 거리노숙인에게 독립적인 주거를 제공하면 과연 주거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원초적 물음에 답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거리노숙에 이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독립적인 주거가 주어지면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홈리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후 2003년 7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하여 노숙인 및 부랑인보호가 명시되었으며(제34조제4항), 보건복지부령 제307호(2005. 1. 5)로 ʻ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규칙ʼ이 공포되었다.

이 규칙에 의하면 ʻ부랑인(浮浪人)ʼ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와 생업수단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배회 또는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부랑인복지시설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말하고, ʻ노숙인(露宿人)ʼ이라 함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말 한다’라고 규정하여 부랑인과 노숙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기본적으로 홈리스의 범위가 좁을 뿐만 아니라 그에 더하여 사실상 홈리스인 이들을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현행 노숙인 정의는 거리노숙인, 부랑인, 쉼터이용노숙인에 국한하기 때문에 이 정의에 포함되지 않은 감춰진 홈리스(hidden homeless)들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PC방 만화방 24시간 사우나 찜질방 황토방, 고시원, 쪽방에서 주거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정책적 개입이 시급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홈리스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현재 거리 노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숙을 경험했거나 사실상 노숙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홈리스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정의할 경우 홈리스에 포함되는 경우는 거리노숙인, PC방, 만화방, 24시간 사우나, 찜질방, 황토방, 쪽방, 고시원에서 주거를 해결하는 자, 노숙인 보호시설 또는 부랑인시설 이용자, 정신(알코올)병원 수용자 중 무연고자 등이다.

그러나 공동모금회에서 이 사업의 성과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2010년 사업으로 종료하는 것으로 확정한 상태이고 보건복지부는 지방사업인 노숙인 사업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이고 지자체 또한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정책화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그 범위를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홈리스를 포함한 집단에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고 이사업은 종국에는 거리홈리스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는 대책으로 기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