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시끄러웠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밖에서는 48시간 농성을 준비하고, 2공장 내 친구인 진환이, 동하, 종식이, 재탁이 등 친한 동생 의봄이까지 다 1공장을 지켜주겠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난 그들이 있어서 두렵지 않다. 내가 비록 돈이 많지는 않지만 날 진심으로 걱정하고 함께 해주는 내 친구와 직장 동료와 동생들과 동지들이 있어서 무섭거나 힘들지 않다.
계단 밑에서 시끄러워져서 자동으로 뛰어 내려가 비상을 외쳤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돌아내려오는 곳에도 관리자들이 들이닥치려 하고, 계단도 시끄러웠다. 마이크 500개 먹은 목소리로 비상을 외치고, 자리 사수하라고 정신없이 외쳤다. 무섭거나 겁먹지는 않았지만 떨리긴 했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리곤 우리와 연대해주시는 정규직 대의원님들이 도와주셔서 한 숨 돌렸다. 이상수 지회장(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이 계단으로 내려가 외쳤다. 대의원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곤 관리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올라오지 마십시오. 올라오면 죽습니다.” 그리곤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 얘긴 성욱이가 1공장 대표에게 들은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고 한다.
저녁이다. 아침 점심 이래저래 넘기고 저녁.
슬퍼서, 아니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뭔가가 박힌 것 같이 아프고 아파서 가슴을 치며 울었다. 황인하 동지의 분신 소식을 듣고 나서 이렇게 가슴을 치며 울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우리가.
11월21일 점거7일째
어제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눈이 금붕어 눈이 됐다. 1공장 대표도, 지회장도, 수석도 모두들 울었다.
남자는 여자가 우늘 걸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남자의 눈물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이 아프다. 남자의 눈물을 잘 보지 못해서 그런지 남가가 우는 건 마음이 아프다.
황인화 동지는 다행이다. 생명에 지장이 없단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몇 번의 수술을 해야 할이지 모르는 데 우리는 다행이라 한다. 나도 다행이라 했다. 한편으로 화도 난다. 다행이라 말하는 내 자신에게...
우린 평생을 아니, 여태껏 이렇게 살았다. 뭐가 다행인가?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상황에 책임을 묻고 황동지를 분신까지 하게 만든 현대차측에 평생 보상하고, 차라리 똑같은 고통을 당해보라고 불도 지르고 싶다.
목숨은 건졌다고 다행이라고 할 게 아니라 분신을 안 했으면 멀쩡하고 편안한 인생을 살 사람, 살고 있을 그런 사람을 이 지경까지 만든 그런 놈들은 다행이라고 놔둬선 안 된다는 거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한다. 인간이 아니다. 짐승보다 못하다. 인간의 탈을 쓴 게 분명하다.
우린 황동지의 희생으로 첫 주말을 아무 일 없이 잘 보낸다. 황인화 동지의 마지막 말을 내 가슴 깊이 박아 넣는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서 꼭 이겨달라고. 1공장 점거농성자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이겨서 내려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