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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부모님, 신랑도...전화통에 불이 났다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농성 일기]② 점거농성 2~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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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6일 점거2일째

우린 어찌해서 이렇게 1공장을 점거해서 있게 됐는지...

일하는 자리를 일용직(대체인력)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져버렸다. 천명이 넘는 인원이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는 1공장 라인을 이틀째 세우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인원이 있고, 한 곳에 이렇게 있을 이유가 없기에 쟁대위(비정규직지회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해서 2공장과 3공장은 농성장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난 2공장 사업부다. 나도 내려가야 하나 있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됐다. 내려가서 할 일도 있지만, 내가 지금 여기 있기에 여성조합원들의 결의가 더 생기는 것 같다.

항상 나도 어찌 할 수 없던 우리 회사 식구들.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활동에 항상 근심걱정이었는데 내가 1공장 이틀째 점거농성에 있으니 하루에 전화 한통은 기본이고, 너무나 적극적으로 단합하는 모습에 난 어렵게 여기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 회사를 시작으로, 전 공장 여성조합원들의 격려와 투쟁의지를 결의하고 단합하는 모습에 점거농성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내 친구와 아끼는 식구들 내가 지켜야 하는 내 동지들, 내가 열사가 된 건 아니지만...

이날 2공장 식구들은 그렇게 밑으로 내려갔다. 500명이란 절반에 조합원들과 단 한명인 여성대의원 나. 겁도 나고 눈물도 좀 나오려고 하지만 내가 한 결정이라 후회는 없다.

11월17일 점거3일째


부모님이 보통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한다. 1공장에 있다는 얘길 했더니 난리가 났다. 걱정스러워 전화통에 불이 난다. 회사 식구들도 한명씩 번갈아가며 다 전화를 했고, 다른 여성 조합원들도 다 전화가 왔다. 우리 신랑도 걱정스러워하며 전화를 했다. 난 계속 잘 지낸다고 한다.

너무나 춥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라왔다. 점거농성은 생각도 안 했기에 반팔 티셔츠에 잠바 하나만 입은 사람도 있고, 속옷이 3일째다. 우린 비닐과 박스를 깔고 덮기 시작했다. 비닐은 따뜻했다. 얼어 죽을 날씨에 비닐 한 장은 너무나 따뜻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누구한 명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명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린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뜻이 같은 사람들이기에 난 그 사람들 마음이 곧 내 마음이라 생각한다. 500명의 대오에 끼어 있는 나! 유일한 여성동지. 다른 여성동지들 중에도 있고 싶어 하는 동지가 있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내가 반대한다고 했다. 난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 가슴 한 곳엔 여성대의원 김미진 이름표가 있다.

난 여성조합원들을 보호하고 챙겨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단 한명이라도 다치거나 피해가 가지 않게 하고 싶었다. 난 다른 여성들보다 강하다 생각했기에...남자조합원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판단했기에 여기 머무르는 결정도 좀 더 쉽게 했다. 하지만 여성조합원들의 보호를 위해, 남성조합원들이 부상당하면서 여성조합원을 농성장으로 올려 보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서로가 다치고 위험했기에 여성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