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동네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다

[2010지역운동포럼](1) 연대, 준비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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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삶의 공간이자 노동의 공간인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개 약진하는 영역별, 의제별 운동에 대한 '소통'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운동의 관점, 통합적 지역운동의 내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2010지역운동포럼 in 수원’에서 억압과 파괴의 시대를 넘어, 자치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지역공동체 재구성을 통한 대안적 삶과 가치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참세상과 함께 ‘2010지역운동포럼 in 수원’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고, 발굴된 주체들과 지역운동은 어떤 흐름으로 재구성될 것인가, 선언적 급진성을 제외하고 남이 있는 게 없는 대중운동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도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지역운동포럼을 처음 출발하는 문제의식이었다. 특히 다가오는 2010지방자치제 선거. 풀뿌리 자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은 사라지고 정치공학적 접근 외에는 이야기되는 것이 없는 이때. ‘반이명박 전선’‘민주대연합’또는 ‘진보대연합’과는 다른 이야기와 대안은 무엇인가.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 극단적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지역적 대안, 운동적 변화, 삶의 성찰을 함께 다루는 장은 없는가. <메마른 세상에 불타는 구두, 당신을 던져라. 2009지역운동포럼 소개글> 박진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설명이 구질구질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 보다 설득력이 있을 듯싶다. 사실 그래왔다. 혁명 전략, 투쟁 전술, 사상과 이념. 이 모든 고리타분한 설명들보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여기까지 흘러왔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또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우리 앞에 던져진 수많은 질문 앞에 허둥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흘러가야할 드넓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많은 보(댐)과 준설작업에 파헤쳐지는 한반도의 강줄기 같은 신세가 아닌지 우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동네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다

<2010지역운동포럼 in 수원>(아래 지역운동포럼)은 2009년 11월 수원에서 처음 개최됐다. 지역운동포럼은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슬로건으로 매년 진행되는 세계사회포럼의 문제의식과 지난 2007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된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의 사회운동간 소통과 교류의 정신을 모티브로 출발했다.

뭐, 제대로 계승했다고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삶과 정치의 현장인 ‘지역’과 ‘동네’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고, 현실의 고단함을 함께 나누고 성찰하기 위한 두 번째 포럼을 오는 11월 26일부터 3일 동안 개최한다. 항상 부족하고, 서툴고, 어리숙함이 포럼 준비기간 내내 괴롭혔지만, 이 또한 나눔과 협동, 연대의 가치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항상 부족하고, 우리는 항상 서툴다. 그래서 함께 살아야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상상은 자유롭게, 연대는 리얼하게

G20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국격과 경제효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본 반면, 대안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 대안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텁텁함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결국은 죽음으로 내모는 비인간적인 사회가 좀더 ‘인간적’인 사회로 변화되길 갈망한다. 뭍생명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고, 경제적 이유로 학살하는 죽임의 사회가 살림의 사회로 바뀌길 염원한다.

문제는 상상력.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한 상상력이라기보다, 지금껏 경험해 왔고, 또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이 비인간적인 사회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역운동포럼은 지역에서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펼쳐질 사회운동적 과제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아직은 딱딱함이 곳곳에 베여있고, 이른바 ‘운동권’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을 인정한다. 이른바 ‘선수’들만의 리그라고 폄훼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하지만 우리는 그 ‘선수’들 조차도 다 만나지 못해왔다. 단체에서, 지역에서, 마을에서 동네에서 묵묵히 운동과 삶을 개척하고 있는 그 ‘선수’들을 우리는 더 만나고 싶다. ‘연대는 리얼하게’라는 모토는 그야말로 이런 선수들의 만남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표현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강, 연대의 채널을 돌려라

이번 지역운동포럼의 중요 화두는 ‘연대’다. 사람들은 누구나 연대를 희망하고 있다. “같이 하자” “같이 하지 않으면 우린 다 죽는거야.”

그러나 아무래도 연대는 모든 이들에게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희망하는 목표가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연대를 할 것이냐에 대한 바램도 같지 않아서다. 그러나 또한 같이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희망은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운동포럼은 “연대의 채널을 돌리자”라는 주제로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푼다.

우리가 꿈꾸는 연대의 구체적 정체는 무엇이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류은숙(인권운동연구소 ‘창’)은 “연대는 신촌에 없다”는 제목으로 오는 19일(금) 저녁 7시 아주대학교 법학관에서 연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23일(화)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고정갑희(글로컬페미니즘학교)는 “적녹보라와 연대의 재구성”이라는 질문으로 ‘연대’를 위한 주체와 의제의 다리 건너기를 시도한다. 지역운동포럼 본행사 기간인 28일(일) 오후 4시부터는 연대의 의미와 실천방안을 찾는 “상상은 자유롭게, 연대는 리얼하게”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에 앞서 하승수(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같이 꿈꾸고 같이 실천하는 풀뿌리 연대”를 들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어떻게 연대를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강연자와 참가자 모두가 어우러지는 수다회로 진행될 것이다.

<2010지역운동포럼 in 수원> 준비되셨습니까?

올해 지역운동포럼은 연대와 관련한 주제 이외에도 교육운동, 여성운동, 지방자치, 노동운동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두와 의제들로 준비된다. 각 의제별 준비팀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만큼 오시는 분들도 후회 없으리라 믿는다. 만약 부족하다면, 여러분들이 채워주시리라 믿는다. 그래서 지역운동포럼은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함께 차리는 밥상이다.

‘결론’과 ‘정답’을 찾는 것보다 더 소중한 과정이 '소통‘과 ’연대‘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라 본다. 사회와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적 의제들은 아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많은 의제와 고민을 담기에는 지역운동포럼의 그릇은 작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이 작은 그릇이 조금 더 너른 그릇으로, 더 큰 소통과 연대의 장으로 만드는 과정 또한 우리의 몫이리라.

우리가 만나야할 이유는 수백 가지도 넘는다. 여하튼 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