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돈 벌이 수단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의 자산, 즉 물은 곧 인권이며 생명이라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국민의 생명보다 몇 개의 세계적 물 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고 상수도 민영화라는 재앙을 정책적 기조로 채택하고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간위탁이나 민영화가 아닌 상수도에 대한 공공의 소유와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유수율 제고사업, 통합운영 등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공. 사기업이 아닌 지역민들에게 환원시킬 수 있으며 물 기업 육성을 위한 획일적인 통합이 아닌 생활권별, 수계별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요금 현실화율에서 나타나듯이 현재 지방상수도는 저렴한 요금으로 인한 적자를 지자체 예산에서 보전해준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의 자산인 물만은 잘살던 못살던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적자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지방 상수도가 민간위탁을 거쳐 세계적 물 기업에게 넘어갈 경우 생산원가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자본의 속성을 감안해보면 10배, 20배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 결코 공허한 주장만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 정부의 계획대로 세계적 물 기업이 육성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물 기업 하나를 키우는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물 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세계적 물 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 등이 우리나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상수도는 물 기업들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상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지역 내 경쟁이 아닌 지역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상수도 관로 망이 다른 대전시 상수도와 충남 논산의 상수도가 수질이나 저렴한 요금 등 서비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전기나 상수도처럼 전선 또는 관로에 따라 지역독점 체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산업의 경우 서비스나 가격인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인상을 통한 고수익창출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육성하고자 하는 물 전문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을 통하여 영업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밖에 없으며, 물은 다른 소비재와 달리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게 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후에 세계적 물 기업은 철수할 수도 있다. 이는 이미 남미 등에서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많은 초국적 기업이 철수한 사례에서 보듯이 기우가 아닌 현실인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 육성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도국 시장에서 이윤을 얻기 위해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하자고 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한다고 상하수도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세계적인 물 기업이 있는 프랑스의 경우 물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또한 위탁기간이 2-30년으로 장기계약이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 상수도의 특성상 민간위탁에 따른 폐해는 민간위탁 후 5-10년 후에나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미 이때는 상수도 관련 인적, 물적 재원의 고갈로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며, 물 사유화가 진행되고 그에 따른 폐해를 경험한 후에 되돌리는 것은 사유화가 진행되기 전에 막아내는 것보다 수십 배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우리 세대들의 잘못을 다음세대, 즉 우리의 자식들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2-30년 후에 민영화의 폐해가 확연하게 드러나더라도 이에 대한 피해는 그 당시의 민중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상수도의 대안적 운영방안
인권으로서의 물 기본권을 정립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은 인권이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 차별받지 않고 물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인권으로서의 물, 물 자원을 보존하여 지속가능하게 지켜나가는 것은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국가와 사회는 물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국민 모두에게 공급해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지방정부 또한 중앙정부의 재정적 압박을 핑계로 민간위탁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유수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충남 시. 군들의 최근 몇 년간 예산서를 살펴보면 유수율을 높이기 위한 예산배정이 극히 미미함을 알 수 있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만 탓하거나 선거를 위한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편중하여 편성할 것이 아니라 전체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하여 자체 예산을 노후관로 교체 등을 위해 편성하여야 한다.
또한 상수도의 전국적 단일화와 요금 체제가 이뤄져야 한다. 상수도 사업은 전국적 단일화를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재정과 관리·운영 체계를 우선 단일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상수도 차원에서 행정 구역별이 아닌 생활권 및 수계를 고려한 운영과 관리의 통합, 지방상수도와 광역 상수도의 연계와 통합적 관리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요금 체제도 단일화해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이 강원이나 충남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등 대도시와 강원, 충남 등 농. 산촌 지역이 동일한 요금을 내고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도록 공공성을 전제로 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관리. 운영과 재원조달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통합 위수탁에 참여하는 지자체에 유수율 제고사업비를 지원하고 참여치 않는 지자체에 상하수도 관련 보조금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하여 유수율 제고를 위한 사업비를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한다. 공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 문제를 들어 어쩔 수 없이 민간 위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앙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재정 통합으로 공적인 투자와 지원을 확대할 때만이 지방 상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8개의 세계적 물기업 육성과 37,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5천만 국민들의 생명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주민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지방 자치단체장과 지역주민은 서로 적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내는 것은 지역민을 대표하는 자치단체장들의 의무인 것이다. 중앙정부와 예산을 핑계로 지역민들에게서 물에 대한 권리와 생명을 빼앗아 가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의 재정적 압박을 개별 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을 감안해 볼 때 보조금 삭감 등 중앙정부의 압박을 핑계로 만성적 재정적자 등 관리.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지방상수도를 떨쳐내고 싶을 것이며, 통합위탁에 참여하면 보조금 등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중앙정부의 달콤한 유혹은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넘어가기에 아주 좋은 미끼인 것이다.
상수도 민간위탁의 폐해는 5-10년 후에나 본격화될 것인데 4년 후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에게는 5-10년 후에나 나타날 폐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당장의 재정적 인센티브와 페널티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자치단체의 대응이 아닌 지방정부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민간위탁을 실시한 자치단체는 232개단체중 18개 밖에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방정부, 지방의회는 지역민들과 함께 잘못된 정부 정책을 고쳐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전국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생명이요 인권인 물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주민과 관련 노동자들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상수도 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이 설정되고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하여야 한다. 통합위탁을 통해 세계적 물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 하는데 정책의 중심을 둘 것이 아니라 인권이요 생명인 물만은 자본을 살찌우기 위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물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공의 자산으로써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 분야에서 공적·사회적 소유구조는 공공성 확보의 가장 큰 전제다. 공적 소유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차원의 규제기구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상업주의적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방상수도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관련 노동자와 지역민 그리고 지자체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