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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대회 모습이 우리운동의 모습이다

[기고] 노동자대회 전야제를 사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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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농민들만큼이나 전국의 노동자들도 바빠진다.

각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임단투를 비롯해 구조조정의 문제까지 봄부터 투쟁한 또는 해를 넘긴 장기투쟁을 이번 가을을 넘기지 말고 끝장내자는 결의가 높아진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 광풍을 몰고와 착취구조를 확장시키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려는 자본의 공세가 저들의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해 제도화하려는 시기이다.

1988년 노동악법을 깨부수기 위해 시작한 노동자대회는 노동자의 ‘인간선언’을 통하여 노동대중을 일깨워놓은 전태일 열사기념일과 맞물리면서 단순히 전국투쟁대회의 의미를 넘어선 역할을 맡아왔다.

그것은 노동자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투쟁에 이르기까지 투쟁과제를 선정하고 정세를 살피며 현장과 지역을 넘어 전체노동계급의 계급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한 아래로 부터의 실천이 만들어낸 노동자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공간이었다. 또한, 전국의 수많은 활동가들이 선전하고 토론하고 연대를 확장하려는 의식적 노력을 통하여 만들어진 ‘광장’이기도 했다.

노동자대회는 긴장이 흘렀었다. 치열함이 있었다.

전야제에 만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알려내기도 하고 정치적 쟁점을 가지고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노동자대회를 맞이하는 대자본투쟁의 결의가 되기도 하고 현장에 돌아가 진행해야할 운동의 활동노선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해마다 치러지는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운동의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한 ‘운동’이거니와 운동역량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올해의 노동자대회 모습이 우리운동의 총체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거리를 빼앗기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억울한데 올해는 G20 투쟁 때문에 전야제도 열지 않겠다는 민주노총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다행히 간접고용철폐를 위한 공동농성단과 노동해방선봉대 조직위원회를 비롯한 정치조직, 현장조직이 모여 전야제를 사수하기로 결의하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당면한 G20과 간접고용확대를 노리는 ‘고용전략 2020’대응과 수많은 장기투쟁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위하여, 또한 현대차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이 눈앞에 놓여있기에 이를 엄호하고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운동이 조직하기 쉽지 않아 전선의 확장이 어렵다고, 정규직노동자들의 머뭇거림이 계급적 단결을 방해하고 있어서 자본에 맞선 노동자총파업이 어렵다고 말해왔다면 비정규노동자들의 피나는 투쟁과 대법의 불법파견 판정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번 정세를 놓쳐서는 안된다.

운동을 고민하는 전국의 많은 동지들이 전야제로 모여야 한다. 모여서 정세를 토론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투쟁과 연대방안을 모색하자 여기서 논의된 방안들이 현장에서 토론되고 공조직에 제안되는 과정을 통해 하반기 투쟁의 큰 흐름을 형성해 나가자.

노자간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이유로 체포에 나선 경찰의 만행에 맞서 분신으로 항거해야하는 오늘의 노동자 처지를 언제까지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말

이경수 님은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공동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