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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청소노동자들을 왜 입건하는가

[기고] 불법 휴게공간을 사용하게 한 사용주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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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부산 해운대구의 고급 37층 아파트 화재 수사를 한 경찰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 대표와 아파트 관리소장 외에, 화재가 발생한 휴게실을 쓰던 청소노동자 3명을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우신종합건설 대표 강신택 회장 등 7명은 각종 배관을 청소·수리하도록 만든 공간인 4층 ‘피트층’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데도 해운대구 허가 없이 2006년 6월부터 재활용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는 미화원들의 작업실, 화장실, 식당, 휴게실로 쓰도록 한 혐의를 밝힌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을 불구속 입건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화재 원인은 4층 피트층 안 남자 탈의실 출입문 바깥 바닥에 있던, 전기코드 4개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에서 발생한 전기 스파크로 확인됐다는 이유로 그들을 입건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제대로 된 휴게실이 아닌 좁은 곳에서 쉬는 노동자들이 전기 콘센트를 복잡하게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외면한 처사이다. 더구나 당시 청소노동자들도 화재당시 얼마나 큰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테인데 말이다. 피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씁쓸하다.

건물주가 불법으로 만들어준 좁은 휴게실에서 쉰 죄?

청소노동자들의 죄라면 건물주가 불법으로 만들어준 좁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 것뿐이다. 그들이 했어야 하는 준법은 ‘우리 노동자들은 이것은 불법 휴게실이니 그냥 휴게실 없이 일할게요.’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가. 경찰은 사용자가 청소노동자에게 불법으로 휴게공간을 만든 곳을 쓰게 한 사용주들의 강제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읽고 있지 않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아닌 ‘피트층’을 휴게공간으로 쓰게 한 것은 분명한 강제이며, 그 자체가 폭력이다. 폭력을 써서 쓰게 한 것이 아니니 사용한 노동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억지이다.

휴게실 보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칙에도 명시된 권리이지만 현실은 이를 무시한다.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276조 1항의 내용은 지켜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지난 8월 서울대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 마련을 하라고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서울대 병원에 요구했을 때, 병원측 관계자 한 명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닌 규칙상의 조항이니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아직 허공을 떠돌고

내가 일하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 사회권팀은 올 초 새벽부터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는 사실에 놀라며, 적어도 이것만은 바꾸자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 참여했다. 저임금의 청소노동자들이 창고나 옥상, 배관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쉬고 먹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캠페인을 하는 도시 한복판이나 새벽 출근하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캠페인을 반가워했다. 그리고 몰상식한 건물주, 사용자들의 처우에 대해 말했다.

언론에 캠페인이 보도되면서 휴게공간을 알아서 개선한 곳도 있었고, 식대를 제공하는 곳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이었다. 4월말에 캠페인을 하면서 여의도에서 만난 한 청소노동자는 자기가 일하는 빌딩은 휴게공간이 작년까지는 있었는데 올해 없어졌다고 했다. 빌딩 주인은 금싸라기 땅에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마련하기가 아까웠나 보다. 이런 일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사회적 권리의 실현을 위한 제도 마련과 사법 심사

국제법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 (이하 사회권 규약) 7조에도 “안전하고 위생적인 작업 조건”, “ 휴식, 여가 및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 공휴일에 대한 보수와 정기적인 유급휴일”이 나와 있지만 법과 현실은 따로 논다.

인권법은 무시되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법은 매우 이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부자는 면책되고 가난한 사람은 처벌된다. 엄연한 사실과 다른 사법 형식과 집행이 있다. <가난을 엄벌하다>라는 책에도 나왔듯이 미국산 형벌국가는 공포를 확산하고 국가의 책임의무를 개인에 대한 형벌로 대체하려는 신보수주의의 경향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권,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용자나, 그를 수수방관하고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기관 책임자들을 국가는, 사법부는 처벌하지 않는다.

한 평의 휴게공간 마련 의무조항은 없고

노동권, 휴게권, 건강권, 교육권 등 사회적 권리는 ‘사회권의 점진적 실현’이라는 구절을 왜곡하는 국가에 의해 지연되고 후퇴되고 있다. 더구나 아직 사회권은 대부분 사법적인 심사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거나 후퇴시켜도 처벌받지 않는다. 사회권 실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국가가 사회권 실현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 부작위의 책임을 물을수 있다.

청소노동자의 휴게권이나 건강권 등과 관련된 법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정부의 책임이다. 적어도 건물을 지을 때는 그곳을 청소하고 관리할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반드시 마련하는 법을 만들지 않은 국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발천국인 한국에서 수십 층의 으리으리한 건물을 짓도록 하면서도 어찌 한 평도 노동자가 쉴 공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와 관련된 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해운대 고층 아파트 화재사건을 겪고도 정부는 화재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깨닫고 실천해야 할 일은 청소노동자의 사법처리가 아니라 청소노동자를 인권 없는 유령으로 만드는 사용자들에 대한 처벌과 현행 제도 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