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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자는 누가 돌보나?

[연속기고] 저출산-고령화 2차 기본계획 폐기하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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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월 16일(토) 2시부터 종로 보신각에서는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린다. 보육교사, 간병인,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2차 기본계획을 돌봄노동자의 시선으로 비판하고, 돌봄노동자들의 좌담회를 정리한 글을 연속으로 기고하며, 전국돌봄노동자대회의 의미를 알리고자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돌봄노동자

지금까지 돌봄노동자는 오랜 시간동안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누군가의 삶을 돌보며 살아왔다. 돌봄노동자의 노동으로 누군가는 생활을 이어갔지만, 정작 돌봄노동자의 생활은 갈수록 쪼들리고, 불안정해졌다. 보육교사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보육실 내 CCTV, IPTV로 하루 종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으며 일하고 있다.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재가 요양보호사는 기관이 연결해 준 노인이나 장애인 집에 가서 일상생활, 가사활동, 외출 등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일한 시간에 4,000~6,000원의 시급을 곱하여 임금을 받는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이용자 연결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해고상태가 되고, 이용자의 월 이용시간에 따라 임금은 매달 변동이 된다. 간병노동자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더 열악하다. 매일 24시간 꼬박 일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빈번한 산재에 대한 보상, 초과근로수당 지급 등 자본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간병노동자에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굴레를 씌우고 모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구조가 돌봄노동자를 저임금불안정노동자로 내몰아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90년대부터 보육교사나 간병노동자는 어린이집이나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장애인활동보조인이나 요양보호사는 최근에 생겨난 일자리이다. 어느 새 우리 주변에는 노인돌보미, 아이돌보미, 산모신생아돌보미 등 수많은 돌보미가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 시대에 실업문제 해결, 복지확충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양산한 일자리는 보다시피 월급도 일정치 않고, 실업과 고용을 반복하여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이다. 정부가 돌봄노동자에게 저임금불안정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돌봄노동은 여성들의 일이고, 여성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위기 속에 여성들은 이러한 통념을 바꾸기 보다는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필요했다.

통념과 생계유지의 필요성을 정부는 이렇게 이용하고 있다. 수많은 돌봄사업은 대부분 민간영역이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소자본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뛰어들어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용자를 착취하여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번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에서는 이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노골적인 시장화 강화정책

이번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에는 ‘공공형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 ‘영아 돌봄시장 제도화’가 등장하고 있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매년 정해지는 상한선에 묶여 있던 보육료를 자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이다. 자율형 어린이집이 등장하면 우선 어린이집 사용자는 보육료를 인상하여 이윤을 늘리려 할 것이다. 늘어난 어린이집 재정수입이 보육교사를 충원하고, 보육교사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교사의 수와 노동시간 내에서 높아진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보육교사의 노동은 그 강도가 몇 배로 강화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영아 돌봄시장을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이미 난립하고 있는 재가요양기관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은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키고, 이용자가 아닌 이용자 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부당한 노동을 강요해 왔다. 돌봄노동자가 돌봄서비스 시장화를 반대하는 것은 돌봄서비스 시장 내에서 착취와 참을 수 없는 자괴감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시장화와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없는 희생과 책임강요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은 돌봄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장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요양보호사 역량강화로 서비스 질 제고’와 같이 오히려 노동권 보장없는 희생과 책임을 강요하고 있다. 유망직종인 것처럼 호도하는 민간 교육기관과 민간 요양기관의 선전 속에 요양보호사는 80만 명 이상 양성되었다. 이중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단 20만 명 뿐이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제도의 온갖 문제는 시장화에서 기인하는데도 정부는 그 원인을 요양보호사의 자질문제로 돌리고, 시험제도와 역량강화를 강요하고 있다. 돌봄노동자가 양성되는 과정에서의 공적인 계획과 현장에서 일을 하며 일상적으로 교육훈련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채, 개개인이 노력과 책임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권리 없는 의무로 돌봄노동자들은 받아드릴 수 없다.

공적연금 후퇴, 의료공공성 탈각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에는 ‘개인연금 상품개발 촉진을 위한 관련 규제 완화’와 ‘건강관리서비스 이용 바우처 지원’이라는 내용도 등장하고 있다. 공적연금과 의료공공성은 돌봄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민중들에게 절실한 문제이다.

그러나 오늘 먹을 세끼 밥이 걱정인 돌봄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은 건강을 돌볼 여유도, 미래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저출산․고령화 계획이란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늙어서도 최소한의 인간으로써 존엄성을 지키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있는 계획이어야 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돌봄노동자의 이름으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계획을 반대하자

진보진영에서 이번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에 대하여 다양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돌봄노동자는 저출산 고령화 2차 기본계획에 대하여 돌봄노동자의 입장에서 비판하며 하나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 이번 10월 16일(토) 전국돌봄노동자대회를 계기로 저출산․고령화 계획이 노동자민중에게 재앙임을 폭로하고, 돌봄노동자에게 강요하는 부당한 통념과 노동조건을 바꿔내는 당당한 주체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