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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앰 노동자가 이용자들에게 드립니다

[기고] 투기자본이 아닌 시청자·노동자를 위한 씨앤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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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전면파업 결의대회 [출처: 씨앤앰지부]

혈기왕성한 20대 중반에 케이블방송사 씨앤앰에 입사하여 벌써 13년이란 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은 “씨앤앰이면 대기업인데, 좋은 회사 다니네”라며 부러움의 눈길을 보냅니다. 직장이 사람을 나타내는 이 시대에 ‘명절 휴가비 한 푼 안 주는 회사’라는 말을 부끄러워 꺼내지도 못 하고 지냈습니다.

“연봉을 발설하면 징계에 처할 수 있다”는 연봉계약서의 알량한 한 줄을 철썩 같이 믿고, 내 연봉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말해주고 싶어도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처벌을 전제하는 서약을 강요하는 것은 법에서도 금하고 있고 인권이라는 측면에서도 올바르지 못한 것인데, 바보같이 씨앤앰 노동자들만 그 말도 안 되는 조항에 벌벌 떨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씨앤앰은 서울, 경기 16개 지역에서 케이블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MSO)입니다. 그러니 수도권에 사시는 많은 분들이 씨앤앰을 통해 TV를 보고 계시겠지요. 수많은 가입자들이 지금 당장 장해 복구 지연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씨앤앰 노동자들은 10월 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당장 시청자들은 불편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해서 씨앤앰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시청자들의 권리도 계속해서 약화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저는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가만히 있다가, 니들 필요해서 파업하게 되니까 이제야 시청자 권리 운운하느냐?”고 욕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시청자 입장에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씨앤앰에서 일하고 있는 저조차도 씨앤앰이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2008년 맥쿼리, MBK파트너스 등의 사모펀드들이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실체 없는 ‘종이회사’를 급조해 씨앤앰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외주화나 지역별 업무 통폐합으로 인원이 줄어들 때만 해도, 살기 팍팍해진다 싶으면서도 “요즘 세상이 다 그렇지 뭐”라며 그냥 넘겼었습니다.

전송망 장애가 발생해 자다가 새벽에 뛰어나가 전봇대에 올라야 할 때 장애 알림 문자 메시지를 새벽에 수백 통 연달아 받는 바람에 잠을 설쳐야 할 때에도 일하기 힘들다고 툴툴대기만 했지,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기 바빴지 씨앤앰이 가입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가입자들이 지불한 방송수신료(시청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에 대해 이런 저런 자료들을 모으고 많은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씨앤앰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씨앤앰의 현실을 고발하고 가입자들의 권리를 더욱 소중히 생각하는 회사로 바꾸고 싶어졌습니다.

씨앤앰은 맨 처음 한 지역의 케이블방송사(SO)로 시작해 각 지역의 SO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워 왔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미국계 자본인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러더니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씨앤앰의 이민주 전 회장과 골드만삭스는 씨앤앰 지분을 맥쿼리, MBK파트너스 등이 주도해서 설립한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투자회사에 매각해 각각 1조 4천억과 6천 5백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 떠났습니다.

[출처: 씨앤앰지부]

그런데 KCI가 씨앤앰을 인수한 과정이 기가 막힙니다. 씨앤앰을 인수하는 자금을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아 마련했는데, 이때 담보로 제공된 것이 바로 씨앤앰 주식이었습니다. 이것을 차입매수(LBO)라고 한다는군요. 인수 자금의 70% 이상을 씨앤앰을 담보로 빚내서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니 인수할 때부터 씨앤앰에 엄청난 빚을 떠안기고 출발한 것입니다.

그러니 씨앤앰은 노동자들과 가입자들에게 투자할 돈은 없어도 빚 갚을 돈과 주주들이 챙겨갈 돈은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일례로 2009년 295억의 순이익 중 84% 정도인 247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 주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연평균 1인당 매출을 10억 가까이나 올리고도 그 5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설비투자 예산이 줄어들 뿐 아니라, 그나마 잡힌 예산들마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일들이 허다했는데 말입니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2008년 급여 총액이 전년 대비 68% 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1인당 평균급여는 56.8%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자들 임금은 거의 동결 수준이거나 5% 이하로 인상되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이 누구의 급여로 사용된 것이겠습니까?

2008년은 KCI가 대주주로 들어서면서 맥쿼리와 MBK파트너스 등의 고위 간부들이 씨앤앰 임원으로 대거 들어앉은 해입니다. 노동자들 임금은 거의 그대로 두고 임원들 몫만 뻥튀기해서 챙겨간 것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료를 찾아보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볼수록, 씨앤앰의 대주주는 장기적 안목으로 씨앤앰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의지가 없다는 것만을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겨 활동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을 지켜봐 왔던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도 씨앤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형적인 먹튀자본, 투기자본의 행보”라면서 “외환은행때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시청자들이 낸 방송수신료가 투기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시청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에 내몰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랍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자본과 그들의 이익 챙겨주기에 바쁜 경영진이 일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할리 만무합니다.

노동자들은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 하고 법으로 보장된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법에 그런 것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이 볼 수 있도록 작업장에 게시해야 한다는 법조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기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저임금, 점점 줄어드는 인원, 심화되는 노동 강도, 언어적․물리적 폭력이 횡행하는 강압적 문화, 어느 날 갑자기 외주업체로 떠나는 동료들, …. 비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각 가정에 방문해 설치와 AS를 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되었습니다. 기본급도 없이 설치 및 AS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아, 하루에 10가구 가량을 돌아야 생계를 꾸릴 수 있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설치하고 사용 요령과 AS 사항을 설명하는 등 좋은 서비스를 해야 할 노동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위해 시간을 투여하면 할수록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환경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서비스 질이 낮아져 시청자들의 불만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씨앤앰지부]

이런 모습들을 보고 겪으면서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노동조합 행사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폭력으로 막고 조합 가입을 방해하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노동조합이 교섭 요청 공문을 보냈을 때 이에 응하는 데 한 달 가까이가 걸렸습니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며 전 직원에게 메일을 발송했던 대표이사는 단 한 차례도 교섭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사코 교섭은 사업장 밖에서 해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교섭 때마다 장소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안을 제출하자 “내부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논의를 미룬 게 한 달, 회사 측 입장을 제출하는 데 또 두 달, 수정안을 제출하는 데 또 다시 두 달. 지난 6개월 동안 교섭하는 동안 회사는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고, 단 하나의 조항조차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9월 2일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때도 회사 측에서 내놓은 수정안은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조정관마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뭐 하러 이 자리에 나왔느냐”며 핀잔을 줄 정도였습니다.

교섭과 쟁의조정 기간을 통틀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회사는 계속 조합원들을 회유, 협박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발령을 해댔습니다. 이에 대해 해명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본사를 방문했을 뿐인데 정직 3개월 등 부당한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집회 등 노동조합 행사에 참여하지 못 하도록 거의 전 지점에서 오후 6시 회의·회식 등의 일정을 잡는 등 노동탄압은 여전히 계속되었습니다.

원만한 대화가 도저히 어렵고 사용자들의 노사관 자체가 너무나 권위적이라는 판단에 선전전, 집회 등을 통해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장외에서 회사를 비난하지 말고 교섭으로 풀자”고 말합니다. 정작 교섭에서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의지도 보이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회사의 교섭 지연, 노동조합 무력화에 눌려 우리가 죽겠구나 싶어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사용해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좀 더 의미 있고 사람들에게도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씨앤앰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맨홀 밑에 내려가 시궁창 냄새를 맡으며 일하는데, 그 일의 성과물이 기껏 투기자본 배나 불리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입자들에게 더 좋은 방송을 내보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씨앤앰 가입자들을 비롯해 케이블방송을 시청하시는 시민 여러분! 노동자들이 내부에서 씨앤앰이라는 기업과 투기자본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투쟁이 올바르게 가지 못 한다 싶으면 채찍질도 해주시고, 정말 필요한 투쟁이다 생각하신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십시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말

정광준 님은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부지부장 이다.

  • 이용자

    집에서 C&M 보고 있었는데 끊어야 할까 봐요. 이런 회산 줄 몰랐네.

  • 이용자2

    저도 쓰고 있는디 그래야 할것 같내요, 정말로 이런회사인줄 몰라고 실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