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나 교육청의 지원이 없이 오로지 북구청의 예산만으로 북구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일반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급식으로 출발하는 것이 희망이 있다는 그의 말을 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합천군도 친환경 급식을 통해 농촌도 살리고 아이들의 건강도 지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울산 북구는 전통적인 논농사나 밭농사 지역이 아니라 주로 상품작물을 생산하는 근교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초등학교에 납품할 식재료를 공급할 농가를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김 대표는 전국을 다 돌아 다녀서라도 울산 북구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할 농가를 확보할 각오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로부터 울산 북구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농가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의 아이들이 먹는 일은 의미가 크다. 학교와 연결해 친환경 농사 체험 교육을 진행할 때도 같은 지역에 있는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좋다. 시간과 경비도 절감되지만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랑을 좀더 풍부하게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 친환경 인증을 받기는 어렵지만 내년부터 무농약 재배를 하면 삼년 내로 북구에서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산물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친환경 급식이 일으킬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울산 북구에도 천식이나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많아요.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이런 아이들의 증세가 많이 좋아질 거라고 봐요. 울산 북구 보건소하고 같이 아이들의 건강 상태 변화를 친환경 급식 전후로 지켜보고 변화수치를 통계를 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건강은 분명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예감한 적이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시될 울산 북구의 사년, 그 세월이 지난 후엔 무엇이 달라져 있을 것인가. 그 변화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절실한 사람들이 땅을 일굴 일
“교과서 대금, 그 외에 기본 시설, 책상, 의자, 이정도만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죠. 사실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무상으로 이뤄지는게 없어요.”
한 학기에 일만원 정도 지원되는 학생 준비물 대금으로 색종이나, 도화지 같은 간단한 준비물 정도를 준비할 수 있을 뿐, 체육복이나 실내화, 미술 도구, 음악 시간에 쓸 악기 등은 모두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물품들이다. 기초 예체능 교육이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사실 준비물을 사는 데도 몇 만원 이상의 돈이 들 때도 많다. 준비물이 없으면 한 시간 내내 가만히 앉아 있거나 심지어 교실 뒤에 나가 벌을 서 있는 등,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기초적인 학습을 놓치고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반 이상이 준비물 없이 앉아 있어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적도 있었다는 방정현 선생님은 망가진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전면적인 교육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고 했다.
“준비물 없이 앉아 있는 아이들은 교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학습 효율성도 떨어져요. 벌받고 부진아 소리 듣고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잖아요. 사실 교실 안에서 아이들을 보면 준비물이 잘 안갖춰지면서 생기는 결손이 크거든요. 학습 준비물 비용 같은 예산 확보를 해서 무상교육의 큰 틀을 짜야 합니다.”
무상교육의 틀이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무상급식은 파급력을 가질 것이고 그 범위는 교육 전반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경기도의 무상급식이 전국으로 퍼져가는 걸 보면 그 파급력이 무상교육 전반에까지 퍼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절실한 사람들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땅을 일굴 일이다. 그것이 무상급식이든, 혁신학교든,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이든. 또 그가 교사이든, 농민이든, 학부모든, 학생이든... 지류는 큰 강에서 만나고 나무는 숲으로 우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