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문구는 듣기도 역겨운 ‘공정사회’이며, 최대 과제는 G20 정상회의다. 이명박은 ‘국격 상승’이니 ‘공정한 지구촌’이니 하는 말로 G20을 포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복지 삭감, 치솟는 채소값과 전세값 때문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싸우는 비정규직 동지들을 비롯해 극심한 탄압 속에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이명박의 입에서 나오는 ‘공정’이라는 말이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게다가 지난해 쌍용차 동지들을 잔인하게 진압한 조현오를 경찰청장에 앉혀놓고 음향 대포, 다목적 발사기 등을 동원해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공격하며 ‘공정’이라니! G20 경호특별법으로 집회 시위를 가로막고, 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이고, 노점상을 ‘싹쓸이’ 하는 게 바로 이명박이 G20을 위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가 G20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고 말하는 것도 완전한 사기다. G20정상회의는 가장 힘 센 20개 나라의 지배자들이 모여 평범한 노동자•민중에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G20 정상들은 지난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2013년까지 각국 빚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말하는 ‘긴축’은 이명박이 추진하는 ‘공공부문 선진화’, 복지 삭감, 일자리 공격의 다른 이름이다. 한국 정부의 빚이 7백 조 정도라는데, 이 빚을 절반으로 줄이려면 우리에게 떨어지는 공격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G20에서 논의 한다는 ‘고용안정’, ‘노동기본권 보장’도 속빈 강정이다. G20은 오히려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노동유연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G20이 말하는 ‘경제 위기 극복’은 사실 위기를 만든 탐욕스런 기업주들을 살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과 투기자본은 살렸지만, ‘금융 규제’나 ‘빈곤 해결’은 공문구가 돼버렸다.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세계 지배자들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야만과 학살을 조장해 온 장본인이고, ‘기후변화 대응’을 훼방 놔서 지구를 재앙으로 끌고 가는 자들이다.
일부 언론들은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공 등 이른바 신흥공업국들이 G20에 포함됐으니, 그 성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상들도 자국에서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핵심 주체다. 예컨대, 중국에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통과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과 남아공의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이번에 자국 정부와 G20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
이명박이 G20 정상회의 주최국의 수장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운 “세계사적 사건”이기는커녕, 부끄럽고 곤혹스러운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
김영훈 위원장의 말처럼 우리 민주노총은 경제 위기의 비용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G20에 맞선 투쟁을 통해 “세계사적 전환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불의에 맞서며 민중들의 삶을 지키려 했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이 올 초부터 G20 정상회의에 맞선 항의를 조직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결의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서울 G20은 정권 치적이 아니라 억압받고 고통받는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울분을 표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G20이 다가오는데도 위원장의 호소에 걸맞는 준비는 부족한 것 같다.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된 전국노동자대회 일정은 G20이 개최되는 11월 11일이 아니라 7일이다.
물론, 평일인 11일에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러나 2000년 아셈 항의 시위, 2004년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정상회의 반대 시위, 2005년 아펙 반대 시위가 모두 평일이었지만, 우리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을 대규모로 조직해 항의했던 전통을 갖고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경찰력으로 집회를 막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우리의 조직적 대오를 막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김영훈 위원장과 지도부가 지난 5월 대규모 G20 항의 시위 계획을 발표한 이래 이명박의 레임덕과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6.2 지방선거 패배, 8.8 개각 실패, 유명환 낙마 등의 악재가 정부를 압박해 왔고, “공정사회” 발언이 부메랑이 돼 이명박과 불공정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위기를 기회 삼아 투쟁을 벌여야 한다. 지금 이명박은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항의 시위가 벌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리는 그가 꺼리는 바로 그 기간에 힘을 집중해 이명박 정부에 정면 도전하고,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자대회를 11월11일로 결정하자
이를 위해 어떻게 현장의 투쟁을 발전시키고, 어떻게 G20 항의와 결합할지 충분하게 토론해야 한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G20 항의 계획을 형식적인 보고 안건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집중 논의 사항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준비위는 G20 정상회의에 맞춰 노조 탄압과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는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우리 대의원들도 공공운수노조 준비위의 구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민주노총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컨대, G20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월 11일(목)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계획을 저지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G20 항의 투쟁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공기업 선진화에 맞선 투쟁, 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 등의 요구를 결합해 정부를 쩔쩔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이 하루 파업(적어도 4시간 파업)까지 결의한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대대적인 교육과 홍보를 시작하고 조합원들을 조직해 민주노총의 저력을 보여 주자. 우리 민주노총이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결정한다면 한국의 다른 억압받고 짓눌린 이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자신감을 줘 더 큰 항의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고수한다면 사실상 11월 11일 대규모 항의 시위 건설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노동자 파업 소식을 듣고 있다.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곳곳에서 공공부문, 민간부문 노동자들 수백만 명이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며칠 전에는 무려 1천만 명의 스페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그동안 G20 정상회의에 맞선 국제 시위도 대규모로 벌어져 왔다. 2009년 4월 G20 런던 정상회의에는 3~4만 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집결했고, 캐나다에서도 2만 5천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런 대규모 항의의 물결을 이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전 세계의 노동자들과 민중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의 운동 세력에게 기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투쟁의 저력을 갖고 있는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강요하는 세계 지배자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증오심은 광범하고 깊다. 우리는 이런 대중의 불만을 결집해 대규모 항의를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이 결의를 모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