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외국인을 만나면 겁먹지 말고 “헬로”하고 웃으면서 인사하라는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을 벌이는가하면, 인기 스포츠인과 연예인을 동원해 G20을 홍보하고 있다. 정권의 치적 쌓기 사업으로 G20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이면에는 이주노동자, 노숙인, 노점상에 대한 비인간적인 단속이 있다. 또한
G20은 도대체 뭐하는 기구인가
▲ G20 정상회의 유치를 자찬하는 이명박 대통령 |
이렇다 보니 이명박 정부와 각종 언론이 벌이는 선전만 보면 G20이 그럴듯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이고, 국제적인 금융규제를 논의하고 있고, 더불어 빈곤국 발전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다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한창 심화될 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경제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회의를 열자거나 IMF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수많은 세계사회운동 진영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그런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경제위기가 일단 진정되는 기세를 보이자 이러한 주장은 세력을 더 얻지 못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경제독트린과 기구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일을 논의하고 합의한 것이 바로 G20이다.
신자유주의 기구를 재신임
▲ “자본주의는 고장났다” 현수막을 든 런던 시위대 |
반면에 G20은 금융규제에 대해서 시늉만하고 있다. 지난 6월 토론토 회의에서는 은행세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험한 투기로 악명 높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에도 실패했다. G20은 금융자본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시스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몇 가지 건전성 지표의 조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결국 G20은 경제위기로 강력하게 제기된 근본적인 변화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규모에 따라 선택된 20개국 정상이 위기에 빠진 세계의 미래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한다는 점에서 G20을 환영하기 어렵다.
새로운 계엄령 “G20 경호특별법”
▲ 비무장 시위대를 공격하는 캐나다 경찰 |
청와대 경호처장은 ‘경호안전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 이 구역에는 정상회의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이동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상급만 3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 전역이 대상이다.
그런데 이 구역에 출입하려는 사람은 출입통제를 포함한 검문․검색에 협조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즉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또는 경호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에 추방될 수 있다. 이를 확대해서 해석할 경우에 기존의 절차도 지키지 않고 노점상, 노숙인을 쫓아낼 수 있게 된다. 이주노동자는 테러리스트로 의심받아 특별 관리와 단속의 대상이 된다. 불심검문에 거부할 권리도 없어지게 된다. 경호안전구역을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쫓겨나고 검문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호안전구역에서의 집회․시위가 전면 금지된다. 사실상 서울 시내 대부분에서 G20 반대 집회․시위를 할 수 없거나, 정부가 정해준 ‘외딴곳’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G20 정상회의에 협조해야 하고, 위반 시에는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심지어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군대 동원까지 가능하니 새로운 계엄령이라고 할만하다.
G20산성에 테러진압 장비까지
▲ 토론토 도심에 설치된 철조망 |
그래도 발생할 시위를 진합하기 위해 경찰은 음파발생기나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음파발생기는 사람이 듣기 힘든 소음을 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장비이고, 다목적발사기는 고무탄이나 페인트탄을 시위대에게 쏘는 장비다. 인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는 테러진압용으로나 사용되던 것을 이번 기회에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는 것이다. 높은 장벽과 테러진압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폐쇄적인 회의는 G20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G20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10월 1일 국제공동행동의 날
6월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캐나다 정부는 철조망으로 회의장을 감싸고, 경찰을 대규모로 동원했다. 대학교 내까지 난입한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체포해서 90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안적인 세계를 원하는 시위대는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80여 개 단체가 참가한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민중행동>이 출범해서 G20에 맞서는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그 첫 자리가 10월 1일 경호특별법 발효에 맞춰 종로 보신각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인권 탄압 G20규탄 국제공동행동의 날>이다. 국제회의를 빌미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경찰폭력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고, 이러한 관행이 각국에서 민중을 탄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러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불평등한 세계를 유지하려는 G20에 맞서 다른 목소리를 내자. 보다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행동에 나서자. 우리의 저항이 다른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