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울산노동뉴스] |
지금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은 '법률적 가이드라인을 넘어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대중파업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현대차의 탄압 앞에 조직력이 심각하게 훼손돼 법률적 일정과 가이드라인 안으로 무너져 내릴 것인가?'의 경계에 서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는 대법원이 열어 준 기회의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 교섭 요구와 일정, 교섭방식에서의 차이와 불화가 존재하고 이 불화의 중심에는 현대차지부의 입장과 태도가 놓여 있다.
현대차의 탄압이 강화됨에 따라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은 각 세력들에게 보다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진보정당들의 태도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사례가 9월17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1공장 조합원들의 현경산업 타격투쟁과 같은 시간대에 진행된 야당 의원들의 현대차 방문이다.
야3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현대차지부와 간담회를 갖고 오전 11시에 불법파견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어 정오에는 현대차 1공장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1공장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됐다. 기자회견은 민노당, 진보신당과 민주당 사이의 이견에 의해 취소됐고 1공장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와 1공장 현장 방문은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서 3공장으로 변경됐다.
17일 일어났던 사건들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의 힘의 소재지가 어디에 있으며 또한 각 세력들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나아가 불파 투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사례다.
불파투쟁의 가능성, "비정규직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투쟁이 터져나오다"
지난 9월17일 오전 8시10분경 현대차 1공장 비정규직지회 A조 조합원 80여명은 조합비 일괄공제를 거부하는 현경산업 타격투쟁에 돌입했고 이 투쟁은 점심시간 B조 조합원 180여명이 참여하는 중식투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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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지회 1공장 한 대의원은 "현경산업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경산업 조합원들이 어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오늘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히면서 다른 업체 조합원들과 함께 가고 싶다고 요청했다. 1공장 활동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결의해서 새벽에 연락해 조직한 것"이라고 투쟁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8시10분경에 80여명의 조합원들이 중앙휴게실에 모여 현경산업으로 전체 이동했다. 이동하기 전부터 원청관리자들 100여명이 대오를 막아 실랑이가 있었다. 현경산업 조합원들은 현경 사무실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했다. 1공장 조합원들은 원청관리자들에 막혀 현경산업으로 못 올라가고 밖에서 2시간 가량 항의집회를 열었다. 현경산업 조합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평조합원들은 퇴근하고 활동가들은 항의집회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1공장 대의원은 "2006년 이후 집회 한 번도 못했다. 평조합원들이 오히려 더 해보자고 결의를 밝히고 있다. 오늘 현경산업 타격투쟁도 평조합원들의 결의가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1공장 현경산업 타격 투쟁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에서 계획하고 준비한 투쟁이 아니었다. 현경산업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의하고 행동을 조직함으로써 시작된 투쟁이었다. 평조합원들이 오히려 먼저 결의하고 새로 선출된 1공장 사업부 대의원들이 이 결의를 받아 안고 조직화에 나섬으로써 가능한 투쟁이었다. 현경산업 타격투쟁은 2006년 패배 이후 처음 가져보는 규모를 갖춘 집회 투쟁이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 많이 나올 줄 예상 못했던” 투쟁이었다. 그래서 서로가 반갑고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자신감을 갖게 해준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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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산업 타격투쟁은 현대차의 공격적인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최초의 집단적인 반격투쟁이다. 흩어졌던 조합원들을 다시 불러 모았던 현경산업 조합원들은 말한다 “사장은 자기 맘대로 조합비 일괄공제를 하지 않고 우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했고 권리를 찾기 위해 농성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부터 작은 것부터 우리 권리 찾으면서 정규직화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경산업 조합원들의 말처럼 현대차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노력들은 체념과 절망을 넘어서 우애와 연대, 협력을 강화시키며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되고 있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현경산업 타격투쟁을 통해 나의 동지, 우리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비정규직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했다. 현경산업 타격투쟁에 참가했던 모든 조합원들은 2006년 패배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했던 치떨리는 경쟁의 시간과 단절을 시도하고 있었다. 현경산업 타격투쟁은 한 사업부, 한 업체의 싸움이 아니라 불파 정규직화 투쟁의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현장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결의와 직접행동이야말로 현대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힘이며 불파투쟁의 살아 있는 투쟁력이다. 이 투쟁력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 새로운 투쟁 주체를 구성하는 것이 지금 불파투쟁의 핵심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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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산업 타격 투쟁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직접행동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1공장 의장부대의원회 엄길정 대표는 연대사를 통해 “의장부 대의원회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늘 예정된 맨아워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사측에서 통보한 여유인원 336명에 대해서도 총고용 보장하기로 정리돼 가고 있다. 이제 조합비 일괄공제를 거부하는 업체 타격 투쟁을 통해서 불파투쟁 승리를 위해 한 걸음 한걸음 전진해가야 한다”고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정규직 활동가는 “맨아워 협상에 안들어간다고 하니 1공장장이 이 문제 해결하려고 나섰으나 양재동 본사에서 가로막았다고 한다. 이 문제는 이미 공장장의 손을 떠난 것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지부 홍근기 비정규직부장은 "본관에서는 37개 단협 체결된 곳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고 나머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합비 일괄공제 거부하는 업체는 타격투쟁을 통해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파투쟁 때까지 이 투쟁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체의 싸움에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만큼 현경산업 타격투쟁은 한 사업부 한 업체의 싸움이 아니라 불파투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투쟁으로 이미 발전하고 있었다. 현경산업 타격 투쟁은 현대자본도 물러설 수 없고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불파투쟁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돌파해가지 않으면 안 될 투쟁으로 발전했던 것이다.
비정규직 평조합원들의 자발적인 결의와 직접행동, 그리고 소수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투쟁. 이것이 현재 불파투쟁이 보유한 힘이다. 현대차는 이 힘을 파괴하기 위해 벌써부터 1공장 현경기업 투쟁에 결합한 8명의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했고 이상수 지회장에 대해 9월4일 류기혁 열사 추모문화제, 출근투쟁 등으로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다. "현대차의 공격으로부터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어하라! 이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라!" 이것이 지금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민주노총울산본부와 울산지역의 정치조직들과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후유증 있으니 현장 방문 자제해달라 VS 비정규직 조합원들 만나고 가야겠다"
지난 9월17일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곁으로 국회의원들이 찾아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야당 의원들(이미경 민주당 의원, 홍희덕 민노당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17일 오전 11시 현대차지부 대회의실에서 현대차지부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와 나란히 현경산업 타격투쟁도 지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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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의원님들은 작업장 갔다가 가버리시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저희들에겐 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현장 방문을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홍희덕 민노당 의원은 "정치권에서도 불법파견 문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국정감사 때 정몽구 회장 직접 불러내서 따져봐야 한다. 금속노조 해당 지부와 논의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장 한 번도 가보지 않고 할 수 있겠느냐? 자동차 안 비정규직 조합원들 어떤 형태가 되든 지부와 함께 만나고 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야당 의원들과 함께 현장 방문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정히 현장에 가겠다면 제가 직접 안내하겠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현장 노동자와 대화나 악수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 일하는데 누가 와서 악수를 청하면 현장 노동자들이 짜증 낼 수 있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재차 야당 의원들이 1공장 현장 방문을 요구하자 이경훈 지부장은 “내부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며 기자들을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결국 야당의원들의 1공장 방문은 무산됐다.
1공장 현장 방문의 무산은 하나의 “정치적 상징”을 의미하는데,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현대차지부의 분리를, 투쟁하는 비정규직들과 진보정당들의 분리를 표현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과 1공장 비정규직 조합원들과의 간담회는 이미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공지돼 있었다. 그런데 이경훈 지부장은 긴 패배의 터널을 지나 2006년 이후 최초의 규모 있는 집회를 개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을 방해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말하는 “후유증”이란 과연 무엇인가? 야당 의원들의 방문을 기대하다 실망한 조합원들의 눈빛들을 한 번이라도 고려해 보았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단결에 자신감을 갖고 파업투쟁에 나서는 것이 이경훈 지부장이 생각하고 있는 ‘후유증’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야당 의원들을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오히려 지부장이 나서서 기자들까지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 1공장 현장 방문을 무산시킨 것은 경총의 경고를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총은 지난 9월15일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산업현장에 들어가 사내하도급 실태조사에 직접 개입하고 선동해 노동계에 투쟁의 명분을 주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지부장의 현장 방문 자제 요청은 경총의 의도대로 야당의원들이 투쟁하고 있는 1공장 조합원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선동하지도,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투쟁의 명분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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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선동하고 그들의 투쟁을 고무하며 투쟁의 명분과 전망을 주는 것. 이것이 경총과 현대자본의 의사에 반해서 행동하는 노동자계급의 태도와 입장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함께했던 금속노조도 민주노총울산본부도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심지어 투쟁의 주체인 비정규직지회도 이경훈 지부장을 설득하거나 강제하지 못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직접 안내하는 3공장 방문으로 절충됐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타협하거나 절충될 사안이 아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야당 의원들을 안내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와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는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지회의 어정쩡한 태도야말로 불파투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집행부는 스스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 평조합원들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이 힘에 기초해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투쟁 목표와 과감한 행동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차의 탄압 앞에 놓인 조합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이며 정규직과 지역의 연대를 이끌어 오는 수단이다. 비정규직지회 스스로의 독자적인 전망 없이 불파투쟁의 승리는 없다.
또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울산본부가 해야 할 일은 상층 외교전에 힘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직접 잡는 것이다. 그들의 외침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그들의 자발적 결의와 직접행동을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방어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파투쟁을 더 넓게 확대하고 더 높게 밀어가는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 “우리 은행이 모범 케이스”
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경훈 지부장은 "우리은행이 모범 케이스다. 현대차에도 단순직이라는 직군이 있었다. 94~95년도에 생산직으로 통합됐다. 현대차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적용하게 되면 지부 사무실에 와서 항의할 것 아니냐? 아직 상을 그리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경훈 지부장이 모범 케이스로 치켜세우고 있는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는 또 하나의 비정규직 신분제도일 뿐이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정규직에 의해 수행되던 콜센터 업무, 창구업무, 사무지원업무 등의 상시업무를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단지 여성이 담당하던 업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군으로 신설하고 이 직군에 다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우리은행은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직군을 새롭게 구성해 정규직과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 인사제도, 경력경로를 통해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 즉 고용형태만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될 뿐, 정규직과 무기계약직(비정규직)의 임금과 승진 차별은 그대로 유지됐다. 분리직군제가 또 하나의 비정규직 신분제도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조차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이경훈 지부장이 주장하는 우리은행 모범 케이스, 분리직군제는 대단히 퇴행적이며 대법 판결 취지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로 인해 기존 금속산업정책들(고용안정기금, 산별고용지원공동결정제도, 직업훈련, 고용알선, 취업센터의 운영권 확보)과 사회연대임금전략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왜냐하면 이 개량주의 정책들은 비정규직 제도를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해야 하고 다만 차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철폐를 '혁명'하자는 것으로 해석하는 소심한 개량주의적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법원은 제조업 사내하청을 불법이라고 규정(비정규직 철폐하라)한 것이다.
우리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부르주아 최고 사법기관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 제도 자체가 현대판 노예제도이고 반동적이라는 것이며 반드시 철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훈 지부장이 모범 케이스로 치켜세우면서도 분리직군제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내부 반발 때문이다. 분리직군제는 결코 대안이 아니라 사내하청제도를 존속시키는 명백한 퇴행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안다는 뜻이다.
이경훈 집행부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제출해야 한다. 제출한 입장에 대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경훈 지부장의 말처럼 지부 사무실로 항의투쟁을 하러 갈지 아닐지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노조 탄압을 통해 이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현대차의 입장이 분명한 이상 현대차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
공황기 자본과 정부는 노동조합 관료들에 대해 조합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타협을, 굴종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현대차지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계급협조인가? 계급투쟁인가?' 두 가지 중의 하나다. 이 사이에 현대차지부가 거처할 안전지대는 없어 보인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독자적인 자신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
1공장 평조합원들의 현경산업 타격 투쟁은 야당 의원들의 3공장 현장방문과 오후 2시에 예정된 현대차지부 2공장 사업부위원회 회의 소집을 앞두고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현경산업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조합원들이 동의함으로서 마무리됐다.
이상수 지회장은 “동지들의 투쟁이 A조 80여명, B조 180여명의 조합원들을 행동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기세 있게 이 싸움을 이어갈 수 없는 조건이다. 이 싸움을 노조 차원의 싸움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확대운영위를 열어 계획을 세우겠다. 현경산업 투쟁을 노조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성과 있게 이 투쟁을 마무리하고 추석 이후 투쟁을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1공장 조합원들의 현경산업 타격투쟁은 불파 투쟁의 미래를 열어제꼈다. 이제 서로가 물러설 수 없는, 사활을 건 투쟁이 다가오고 있다. 불파 투쟁은 비정규직 스스로의 결단과 직접행동,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를 통해 자신의 전망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현대차는 회사살리기운동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동원하려 할 것이고 현대차지부의 타협과 굴종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현대차지부의 태도와 실천이 투쟁의 전진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지부가 연대한다면 함께 보폭을 맞추지만 현대차지부가 투쟁을 통제하려 한다면 언제든지 독자적인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이것이 비정규직지회의 실천방침이 돼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명은 대법원과 이경훈 지부장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결단과 행동을 통해서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규직화 몇%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이 얻어야 할 것은 치떨리는 경쟁의 시간과 단절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 1차와 2,3차의 차이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 의장과 비의장의 구분은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다.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투쟁은 분열과 경쟁이 아니라 차이 속에서, 차이를 가로질러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협력 속에서, 우애와 연대 속에서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자본의 유연화 공세에 파열구를 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파투쟁의 가장 중요한 성과가 될 것이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