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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놀음은 그만! ‘상대적 빈곤선’ 도입하라

[기획연재] 공정사회 기본은 최저생계비 현실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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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역대 최저치인 2.75%로 물가인상률 조차도 반영되지 않았다.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이하 중생보위) 일 년 전의 과오를 깨닫고, 생존이 아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한 2011년 최저생계비를 결정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다시 한 번 무참히 짓밟혔다.

[출처: 민생보위]

복지부는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이래 두 번째 높은 인상률이라며 자화자찬하였다. 또한 올해는 최저생계비 계측년도로써 국민생활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생활의 질을 반영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복지부 태도에서 수급인의 ‘한 달’나기가 ‘안 먹고, 안 쓰고, 안 때는(광열)’ 하루하루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국가가 또 다시 외면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이 가지는 문제점 중 두 가지를 살펴본다.

조삼모사: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다

첫째, 최저생계비 5.6%인상이 가지는 허구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대 최대 인상률을 보인 해는 2005년의 7.7%이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최저생계비 상승률은 5%였고, MB 정권에 와서 4.8%, 2.75%로 두 해 연속 감소시켰다가 올 해 처음으로 5.6%로 반등시킨 것이다. 첨언하자면 MB정권 이전까지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전년 수준으로 유지시킨 적은 있어도 축소시킨 적은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복지부의 조삼모사식의 숫자 놀음에 감동받을 국민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간과해서 안 될 점이 바로 현금급여기준이다. 수급인들은 최저생계비로 결정된 액수를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현금급여만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1인 가구의 경우 최저생계비는 532,583원이지만, 현금급여로 받는 액수는 436,044원으로 96,539원의 차액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현물급여로 일괄 차액 된다. 즉 수급인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급여는 현금급여이고, 현금급여의 인상률은 3.28%이다.

2010년도 물가인상률은 3%로 전망되었고 2011년도는 이보다 더 상승될 전망이다. 올해 최저생계비는 물가인상률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11년도에도 상승할 물가를 현물급여 인상률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2010년도 최저생계비 대비 현금급여 비중은 83%였지만 2011년도에는 81.9%로 낮춰졌다는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간 책 4권과 문제집 8권으로 어떻게 빈곤의 대물림이 차단될까?

둘째, 복지부는 2011년 최저생계비에 생활의 질이 반영되었다는 근거로 휴대폰, 교육관련 품목 확대, 피복비의 내구 연수가 조정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계측항목에서 휴대전화 비용, 아동 수련회비, 집기, 친지 방문비가 추가되었고 피복의 경우 착용기간을 축소시켰다.

휴대폰의 경우 2004년 이후 꾸준히 품목추가에 논란이 되어왔고 결국 1인당 6,418원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으로 2인 아동 가구의 경우 1인에게만 적용되었던 수련회비를 두 명 모두에게 지원하고, 연간 2권의 도서구입수를 4권으로, 문제집은 한 학기당 1권 총 4권을 학기당 2권 총 8권으로 추가하였다.

휴대폰의 기본요금이 13,000원인 것을 고려해 볼 때 기본요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을 결정한 것이다. 또한 연간 책 4권과 문제집 8권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한다는 거대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렇듯 생활의 질을 반영하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은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의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370여 가지 생필품을 합산하는 ‘전물량방식’으로 계측하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모두 합산해야 하기 때문에 품목에 대한 논란과 품목의 개수 및 내구연한 등이 계측년도 마다 도마에 오른다. 그러나 연간 4권의 책이 과연 아이들에게 가난에 기죽지 말고 네 꿈을 펼쳐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우리는 상대빈곤선 도입과 평균소득 40% 최저생계비를 요구한다!

전물량방식의 자의성, 비현실성, 반복지성 등은 누차 지적되어 왔다. 정부역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이에 2009년 중생보위에서는 ‘상대빈곤선’을 고려하기로 의결하였다. 그러나 2010년 중생보위는 상대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대해 또 다시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해서 보고하는 것으로 연기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이후 최저생계비는 99년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 수준에서 2010년 30%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우리의 요구는 국가가 10년 전에 수급인들에게 제공하였던 수준으로 사회적 급여를 증대하라는 것이다. 또한 빈곤과 전혀 무관한 중생보위 위원들이 3년 마다 모여 책 몇 권, 옷 몇 벌 등을 두고 무의미한 논쟁을 하는 대신,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해서 소모적인 논쟁 대신에 실질적인 빈곤 해소를 위한 국가의 진정어린 노력이다.

2008년 기준 절대빈곤율 6.63%, 상대빈곤율 12.73%(1인 이상 노동자가구, 시장소득기준)로 빈곤이 심화되고 있고, 공공부조 사각지대 인구가 400만을 넘기고 있다.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계속적으로 지연시킨다면 빈곤이 빈곤을 낳는 악순환은 확대재생산 될 것이고, 빈곤은 계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민생보위의 요구대로 ‘전국 가구 평균소득 40%’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한다면 중생보위의 그것보다 최소 10.9%에서 최대 15.9% 인상되어 수급인들이 한 달 나기가 생존에서 생활로 향상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