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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와 동시에 해고된 김씨

[이열치열](2)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신라정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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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부터 주말 끼고 3박4일간 여름휴가인데 김씨(28세)는 30일부로 해고됐다.

사내전산망엔 여름휴가비인 상여금 명세표가 백지로 올라와 있다. 다른 동료들은 상여금도 받고 쉴 생각에 들떠 있다. 김씨는 해고도 모자라 백지 명세표까지 올려놓는 신라정밀 사측의 태도에 분노가 울컥 올라왔다.

무작정 기계 잡으라니

회사 관리자인 차장이 김씨에게 근무 부서를 옮기라고 지시하면서 갈등은 시작되었다.

신라정밀은 자동차용 엔진 부품과 건설기계 및 각종 산업용 장비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선회베어링(Slewing Ring Bearing)을 생산한다. 김씨는 중기부 부서에서 열처리 업무를 맡아 2년 8개월가량 일했다.

처음에 차장은 중기부 기계가 고장 났다고 했다가 7월 3일 풀리부 부서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부서 이동을 들은 적 없는 김씨는 당황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부서에서 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차장은 김씨와 밥 먹던 도중 부서 이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없이 “관리부 결정이니 풀리부로 올라가야 한다”며 김씨를 풀리부로 데리고 갔다. 김씨는 이곳에서 일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부서 이동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적도 없으며, 당일 통보받았다.

무작정 바로 기계 잡고 일하라는 회사가 원망스러웠지만 5일 풀리부에서 일을 했다. 원래 하던 일보다 제품 크기가 작고, 기계 속도가 빨라 김씨는 따라가기 어려웠다. 회사 관리자인 직장에게 기계 만지는 게 어렵고, 무섭다고 했다. 전에 중기부 열처리 공정과 비슷한 공정으로라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직장 역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그 말을 믿고 다음 날 출근했는데, 다시 말을 바꿨다. “관리부에서 계속 일하라고 했다”

안되겠다 싶어 김씨는 7일부터 16일까지 원래 자리로 돌아가 일하며 계속 비슷한 공정으로라도 바꿔달라고 수시로 요구했다. 9일 이후엔 풀리부로 다시 돌아가서 또 요구했다. 동료들이 집단적으로 요구해 주기도 했다.

돌연 사측은 26일, 27일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연다고 통보했고, 김씨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29일, 30일부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징계 해고 사유는 상사지시 불이행, 욕설, 자리이동 3가지 였다.

2년 5개월째 노조 인정 투쟁

오늘 동료들은 휴가가 끝나고 출근했지만 김씨는 출근하지 못했다. 어머니에게 해고 되었다고 말하면 속상할까봐 말도 못했다. 계속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김씨의 해고를 두고 금속노조 충남지부 신라정밀지회 최기환 지회장은 사측이 최소한의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단체협약이 없더라도 부서 이동시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경험을 살리는 방향으로 부서 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했다.

최 지회장 역시 휴가기간 별로 쉬지 못했다. 노사 현안 문제가 산적하다. 지회는 2008년 3월경 지회를 설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화 창구는 열려있지만 진척이 없다. 사측은 지회 설립 뒤 바로 용역업체 직원을 투입했고, 조합원에 대해서만 직장폐쇄 했다. 여태껏 회사 밖 컨테이너 박스를 지회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사측은 징계 사유 수가 이전에 비해 많아진 사내규정을 공지하기도 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회사의 강경 자세에 지회 간부, 조합원은 맘 편히 노조 활동을 못한다. 최 지회장은 노조 활동하면 사측이 일을 주지 않아 월급도 적어지고, 징계하는 등 각 종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노조 활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지회는 사측과의 법적 투쟁에서 아직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사측은 지회 간부 7명을 대상으로 해고, 징계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안전모를 쓰지 않는 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 받은 조합원도 지노위, 중노위에서 징계 양정이 과하다고 했다.

신라정밀 노동자들은 주말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대표이사 자택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 지회장의 머릿속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회사 관리자들이 ‘지회장님’ 하긴 하고, 법적 투쟁에서 노조 주장의 정당함이 입증되고 있고, 헌법에도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왜 신라정밀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까? 최 지회장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사측 관리자의 자존심과 감정낭비로 무시당한다고 생각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 명훈

    설마 근영이형까지 ㅡㅡ 아주 골고루하는 구나 망할회사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