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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양재동 여름은 배부르다

[이열치열](1)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 노숙농성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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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탄 건지 도심 먼지가 휘감았는지 얼굴과 팔뚝이 새까맣다. 가까이 가면 땀냄새에 코 끝이 움찔댄다. 현대기아차 그룹과 직접교섭을 주장하며 기아차 ‘모닝’ 만드는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해고자)들이 맨바닥에 주저앉은 지 4일로 29일째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앞 여름이 사람과 음식으로 이처럼 풍요로웠던 적이 또 있을까. 사람들이 먹거리를 들고 노숙농성장으로 찾아온다. 강남촛불, 기아차․쌍차 노동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충남지역 노동자, 가수… 하청노동자들은 노숙농성 하니 더 잘 먹는다며 흰 이를 드러내 웃는다. 여름휴가 기간 오히려 연대온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하루 15여명 이상의 농성장을 찾는다.

본사 건너편 저녁 7시 촛불문화제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4배로 는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 사람들은 도로와 촛불문화제 사이에서 고개를 번갈아 돌려가며 구경한다. 신호 걸려 승용차 한 대가 문화제와 나란히 하자 뒷 자석 아이 둘은 노랫소리에 고개를 빼곡히 내밀어 박수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 모습에 문화제 온 사람들은 저것 보라고 손가락질 하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피켓과 펼침막도 넘쳐난다. 인도 그 사이를 사람들은 걸어 다닌다. 인도가 좁아졌으니 질서를 지키며 오른쪽으로 다니라는 건지, 질서를 지켜 노숙농성을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경비들은 질서를 지키자며 피켓시위를 한다. 하청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본사 앞은 자연스럽게 나름의 질서로 채워지고 있었다.

[출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노숙농성 접어야 대화

무기한 노숙농성은 현대기아차 그룹뿐만 아니라 한 여름과의 싸움이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지면 몸 숨길 곳은 나무 그늘 밑뿐이다. 비 맞으며 빗물에 젖은 햄버거를 먹기도 한다. 밤에 우비 입고 자지만 사이로 스며드는 물에 자다 깨다 한다. 요령이 생겨 화물트럭 포장천을 가져다 뒤집어쓰고 잔다.

하청노동자들은 3~4일전부터 노동자와 원청직원, 경비 사이에 ‘평화기간’이 생겼다고 했다. 그동안 밤잠을 설쳤던 건 모기와 벌레, 소나기가 보다 사측이 농성장에 쏘아대는 물대포, 소음, 폭행 등이었다. 기자가 맞아 귀가 3센티미터 찢어지고, 하청노동자들이 폭행당해 타박상과 오른손 손가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유치장도 들어갔다 48시간 만에 나왔다.

[출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평화기간이 노사간 평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동희오토사내하청 한 업체가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8월 17일 대화를 하자고 금속노조 충남지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전제조건이 있었다. 노숙농성을 그만하라고 했다.

하청노동자들은 6년만에 처음 한 대화 요청이라 의미가 있지만 노숙농성을 접으라는 전제조건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단다. 노사가 교섭하거나 꾸준히 대화를 해 의미 있는 안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사측이 별 달리 제시한 안도 없이 노숙농성 중단만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여름휴가 뒤

지난달 22일 대법원 판결로 변화는 없지만 농성장 분위기는 밝아졌다.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대법원은 제조업의 사내하청(현대자동차 사내하청)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동시에 도급으로 위장한 원청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다.

판결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근무한 지 ‘2년’이란 기간은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만 해당될지 모른다. 동희오토사내하청의 노동강도가 높고, 임금도 최저임금이라 2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가 50% 이하일 것이라고 노성자들은 추측했다. 한국 노동자들이 채우지 못한 힘든 일자리는 이주노동자가 대신한다.

동희오토하청노동자들은 해고자 복직만 주장하기보다 금속산업 노동자이자 하청노동자가 하반기 노조(노동)운동에서 어떤 점을 만들어 낼지 토론하며 고민했다. 중층적 하청구조, 기아차 ‘모닝’을 만들지만 100% 비정규직인 동희오토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한다면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투쟁과 관련해 여러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


물론 정세라는 강은 바다로 직접 향하기보다 대체로 굽어 돈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은 아니며 개별 사업장의 실태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처럼 원·하청 노동자가 혼재돼 있는 사업장 중심으로 실태조사하며 동희오토, 현대모비스 등 100%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사업장은 이미 제쳤다. 동희오토, 현대모비스와 같은 중충적 하청구조가 더 확대될 수 있다. 노사정 갈등의 핵심인 타임오프 투쟁이 여름휴가 이후 어떤 국면으로 펼쳐질지 두고 봐야 한다.

동희오토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바램을 전했다. 하청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투쟁과 타임오프 미타결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먼저 현대기아차 그룹을 향해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꼭 현대기아차 본사 양재동에서 만난 필요는 없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하반기 굵직한 ‘공동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책임지고 투쟁을 엮어주며 먼저 나서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나서자고 했다. 여름휴가 뒤에도 배부른 투쟁이 되자고 자꾸 말하는 것 같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편집자주] 가고 싶다고 누구나 여름휴가를 떠나는 건 아니다. 길바닥 농성장, 고용노동부, 지자체, 회사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미디어충청은 동희오토사내하청, 신라정밀,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을 만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