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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값도, 덩치 값도 못하는 현대차 노조

[칼럼] ‘관리자 천국, 조합원 지옥’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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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지부는 전국 쟁점이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와 노동기본권 사수투쟁 등에서 금속노조 투쟁과는 완전히 비켜서서 독자노선 처럼 ‘나 홀로 교섭’을 계속하며 하기휴가 전 타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조합원은 이를 두고 “민주노총에서 제일 큰 맏형이고 종가집이나 마찬가지인 현대차지부가 이런 때 크게 치고 나가면 전국투쟁에 불을 당길 것인데 이름 값도, 덩치 값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 조합원은 “기아차지부가 무너지는데 내년에 현대차지부만 혼자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며, 내년으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간판을 내리고 역사가 끝날 것처럼 한 숨을 내쉬며 걱정을 했다.

  현대차, 기아차, 부품사의 7월 연대투쟁으로 타임오프 분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현대차 현장조직들.

전국의 단체교섭은 노동부의 타임오프제 강제 시행과 사용자측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를 적용하겠다는 엄포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전임자 축소와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발표했음에도 7월1일 전임자를 15명으로 축소하고, 15명은 노조 조합비로 부담하겠다는 반노동자적, 전국 투쟁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기자회견을 다시 하여 이명박 정권과 노동부의 첨병임을 자청하고 나서는 반동을 저지르기도 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노조말살 타임오프 저지 투쟁이 크게 조직되지 못해 답답한 노동계에서는 현대차지부가 이명박정부에게 큰 획을 긋는 투쟁이나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봐도 못 본 체’하고 있어 “너희들만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보자”는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올해 기아차를 때려잡아 무력화시킨다면 현대차그룹 정몽구는 내년에는 현대차지부를 때려잡을 것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기아차는 전임자나 교육위원을 18명으로 줄이고 완전 패배하여 노조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지경인데 현대차만 예쁘게 봐줄 리 만무한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기아차지부가 어려울 때 외면하고 있다가 현대차지부가 내년에 어렵다고 연대투쟁을 요구하면 누가 곱게 봐줄 리 만무하다.

현재 기아차지부는 7월1일부터 타임오프제를 시행한다며 전임자 무급뿐만 아니라 현장활동을 책임지는 대의원들에게까지 조합활동사전신청서를 작성케 하고 부서장 결재를 받으라고 한다. 즉 자리를 뜨면 무단이탈이라서 움직이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 조합원 교육도 무급이라서 노조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타임오프제도로 민주노조운동이 다 무너져 가는데 “우리는 내년 3월이다”, “기아차도 파업을 안하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며 애써 피하고 외면하고 있다. 과연 이게 남의 일일까. 민주노조를 걱정하는 평조합원만큼도 상황 판단을 못했다는 결과는 얼마 안 가서 갈라치기의 잔인함이 드러날 것이다.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 노조가 무너지고 현장에서 대의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면 조합원들도 움직이지 못하고 노예와 같이 감금 상태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을. 98년 정리해고 사태에서 노조가 패배하고 회사는 공장간 이동과 회의 참석까지 허용을 표시하는 패찰을 착용해야 움직였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켜졌고, 유동인원이 없어졌으며 구내버스와 사내은행, 의무실까지 텅텅 비었다. 신차가 투입되어도 대의원과 협의나 맨아워 협상도 없이 일방통행이었다. 이쪽에서 남으니 저쪽 부서로 전환배치한다며 사람을 찍어서 보내도 찍소리 못했다. 작업편성효율은 평균 90%를 넘겼고 매일같이 최고 생산 신기록을 수립했으며, 공장간 신기록 경쟁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관리자들과 반장들은 자기들 세상이 돌아온 것처럼 행세하고,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에게 눈알을 부라렸다.

기아차지부 타임오프제 시행내용을 듣는 현대차 관리자들은 씨익 웃을 것이다. 내년만 되면 기아차처럼 현대차도 마음대로 피의 보복이 판치는 관리자 천국, 조합원 지옥의 시대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 현대차에도 87년 이전의 노예노동 상태가 불과 8개월 뒤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기아차지부와 연대하지 못하면 그때 가서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다. 회사는 하나, 노조는 둘로 갈라져 각개격파 당하게 된다. (울산노동뉴스)
덧붙이는 말

이 칼럼은 울산노동뉴스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