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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나이지리아, 인권 후진국간의 16강 경쟁

[기고] 한국이나 나이지리아나, 똑같이 교사 공무원의 정치자유 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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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징계면 괜찮다(?)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소위 진보교육감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는 취임 이후로 미뤄달라는 입장이고 김상곤 교육감은 징계위에 회부하되 경징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애초에는 법원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교과부가 교육감 자체를 징계하겠다는 압력에 못 이겨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전교조도 성명을 내고 교과부가 교육감의 교사 징계방침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징계만 피하면 경징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 역시 교과부의 교육감의 징계권한 침해에 대한 문제만 제기할 뿐 교사들의 정치활동 자유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이나 국제조약 그리고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가당착이다. 악법도 법이니까 실정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약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바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도 진보교육감이니까 전교조 교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헌법적 가치와 양심의 자유

진보교육감이나 전교조 교사 그리고 진보언론들 대부분은 교사들의 정당가입이나 후원활동이 실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가벼운 징계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65조나 지방공무원법 57조에 규정한 ‘정치활동 금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교사)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고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도 안 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법은 악법이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억압하는 명백한 악법인 것이다. 헌법 제 7조 2항은 “공무원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나 교사가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고 이를 지키려는 공무원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개인의 정치적 활동이나 정당가입이 불법이라 처벌할 수 없다. 이는 헌법 제 19조가 규정한 “양심의 자유”이다. 양심의 자유 핵심은 종교나 정치다. 헌법 제 21조가 규정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이나 나이지리아나 똑같은 인권후진국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중립성이 개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활동은 보장되고 있다. 박노자 교수가 칼럼(2010.6.21, 한겨레 칼럼)에서 예로 들었듯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 정도나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나라는 독재국가이거나 정치적으로 후진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는 6월 23일 같은 정치후진국인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월드컵 예선 마지막을 치룬다. 16강 진출을 위해서 말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당연히 직무와 관련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은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반민주독재정권에서 공무원은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박탈당한 채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데 이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문제 삼아야지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법으로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들이 선거업무에서 중립성을 기해야 하는 것과 개인이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행위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진보교육감들은 교사 징계시도 철회해야

김상곤, 곽노현을 비롯한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악법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 악법에 맞서는 만큼 우리사회는 진보한다. 맞선다는 것은 악법에 의해 교육감 스스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혀지고 있지만 민주노총 2대 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전 울산동구청은 공무원들이 파업한 것에 대해 행장안전부가 징계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공무원의 노동3권을 주장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공무원이 되었다고 해서 입장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를 거부했고 정부로부터 구청장인 자신이 징계를 받았다. 결국 구청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 때도 역시 지방공무원법 58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때문이었다.

국가공무원법도 역시 마찬가지다. 악법에 순응하면 그 악법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노예의 쇠사슬은 노예 자신이 깨부수기 위해 투쟁할 때만이 부수어진다. 주인이나 지배자가 쇠사슬을 풀어주지 않는다.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공무원이나 교사들의 정치활동의 족쇄를 풀어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직위나 안위를 위해 족쇄 좀 느슨하게 하는 것으로 끝날 것인가는 진보를 향한 역사인식과 행동에서 비롯된다. 또 교수들은 정치활동이 자유로운데 왜 같은 교직원인 교사들은 정치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도 이 기회에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이 칼럼은 노동전선이 발행하는 [주간정세동향]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