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지방선거 이후, 더 선명하길 요구받을 것이다

[기고] 이명박 정부의 참패,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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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들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 예견되기까지 했었던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지자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후 자신의 구미에 맞는 정국 구성을 하고 있었던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철퇴를 맞은 격이 되었다. 각종 신문과 방송에 이명박의 똥 씹은 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오래간만에 통쾌함으로조차 다가오기까지 했었다.

민주당은 기고만장해 있다. 일방적 패배를 예측했었고 자신들의 앞날조차 존립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던 엄살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채 경기지역에서 유시민이 아닌 김진표로 단일화 되었다면 김문수를 이겼을 것이라는 설레발을 떨고 있기까지 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기고만장했던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을까? 투표율 54.5%로 지자체 선거사상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진보적 성향을 갖는 젊은 사람들은 이명박의 북풍드라이브에 심리적 반감을 갖고는 있지만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50대 이하의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을 뿐 아니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대의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가 일부 언론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당이 좋아서 민주당을 선택했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뚜렷한 대안이 없기에 민주당을 선택했을 뿐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진보적 투표성향은 지자체와 동시에 치러졌던 교육감 선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선거 이전에 이명박 정권은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타깃으로 집중적 탄압을 가하였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노조 신고서류 반려에서부터 시작하여 집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을 징계하는가 하면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에 회비를 냈던 전교조 교사 130여명을 파면하라는 결정을 교육과학기술부가 일선 교육청에 전달했었다. 누가 보아도 선거를 겨냥한 탄압이라는 것은 분명하였다. 이런 치졸하고 비이성적이며 야만적인 탄압을 뚫고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 주요도시에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된 것은 분명 투표성향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째, 부르주아 반동 보수정권의 단골 메뉴였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국민 대중들 중 30% 이상이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 천안함 사건의 조사결과를 과학적이라고 포장하면서 북한을 전쟁광으로 선거를 위한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매카시즘은 그 어느 때보다 드세게 불어댔지만 바닥의 민심은 이것을 철저히 거부해버린 것이다. 북한과의 전쟁보다는 북한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다수 대중의 정서를 확인한 것은 큰 성과일 뿐만 아니라 이후 되돌릴 수 없는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둘째, 대중들의 의식과 정서를 보았을 때 이제는 변혁운동 세력의 이념을 더욱 대중적이고 전면적으로 확산시켜나갈 시점이 되었음을 확인해주었다. 대중들은 이명박 정권은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했기에 별로 마음에는 안 들지만 민주당을 찍었을 뿐이었다. 여전히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대안세력으로 분명히 서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부르주아 세력과 분명한 차별성 속에서 자신의 정책과 정강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려 하기보다 부르주아 세력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겉으로 만의 선명성은 촛불시위 등을 통해 진보적 성향으로 훈련된 다수대중들에게 더 이상 대안적 세력으로 분명히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들은 아래로부터 대중투쟁과 결합해야 할 뿐 아니라 더 이상 이런 선거판이 부르주아 세력에게만 득이 된다고 하는 태도를 버리고 최대한 대중들 속에서 검증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만 한다.

셋째, 주요 언론들은 그다지 주목하고 있지 않은데 자본가들은 누구를 선택했을까 하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정치권력은 경제 권력에 대한 요구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분명하며 경제 권력과 정치권력의 이해는 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해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관철시킬 것인가의 수준에서 살펴보면 꼭 일치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 특히 정치는 경제 권력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영토와 국민 대중을 지배하기 위하여 이데올로기를 비롯하여 군사·외교·문화 등의 기제를 갖고서-즉 경제 권력과는 상대적 독립성을 갖고서-체제를 유지 재생산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자본가 집단 즉 경제 권력과 이명박 정권이 국가권력의 이해를 관철하는 방식에 있어서 명백한 차이를 드러냈으며 이것이 또한 이명박 정권을 패배로 몰아간 요인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미 간의 정치군사동맹 강화를 축으로 일본까지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가면서 중국을 중립화시키고 북한을 고립화 또는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자본가 집단에게 이런 동북아동맹의 구축은 자본운동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였음이 분명하다. 양적으로 보았을 때 한중간의 교역 규모는 미일간의 교역규모를 합친 수준이며 또한 2008년 세계 경제공황을 헤쳐 나오게 했던 가장 큰 시장 즉 자본운동 실현의 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초창기부터 중국과 마찰을 빚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 미국은 쇠락해가는 종이호랑이라면 중국은 새롭게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인데 이명박 정권의 북한 때리기와 중국에 대한 견제는 결코 자본가집단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자본가들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게 잘 보이려고 얼마나 아양을 떨어대고 있는가에서 이는 여실히 입증되는 바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 역시 자본가계급에게 잉여자본의 배출구이자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임을 이미 개성공단에서 그 맹아적 형태를 보여주었던 바 있다. 이런 자본운동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결로만 치닫는 이명박 정부의 군사외교 정책이 대자본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소자본까지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선 대북정책의 문제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공조하여 북한을 힘으로 무력화시키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전략은 중대한 수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강경노선은 이미 내부적으로 더 이상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의제로 상정하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끌어내기보다 점차적으로 6자회담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다. 6자회담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현 정권에게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이 유엔안보리에서 결의안보다는 수준이 낮은 의장성명 정도를 양보하는 선에서 6자회담 조기성사와 주고받기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6자회담을 중심으로 동북아정세가 흘러갈 경우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반대로 미국의 영향력은 점점 더 퇴락할 것이며 일본은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내부정치와 관련하여 세종시와 4대강 개발을 계속 추진해갈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이명박 정권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계속 밀어붙이자니 지자체 선거에서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과 종교 및 환경운동 세력 등 반이명박 전선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명박의 지지율까지 덩달아 급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멈춘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경우 권력의 공백과 누수가 불을 보듯 뻔하게 작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종시와 4대강 관련하여 이미 이권을 확보한 자본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며 이럴 경우 이명박 정권은 내부로부터의 분란과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이런 사업들을 형식상으로는 밀어붙이는 외양을 띠겠지만 내용적으로는 현저히 약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운동 및 민중운동 세력에 대해서도 밀어붙이기는 계속되겠지만 그 강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자체 전에 핵심 타깃이었던 전교조 및 공무원노조와 관련하여 당선된 교육감이나 지자체장 등이 명백한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마당에 무작정 힘으로만 밀어붙이기에는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에게는 지금까지 수세적으로만 밀려왔던 전선을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즉 다가오는 6월 임단투와 노동법개악 폐기투쟁 전선을 구축하면서 전교조 및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중지, 공공부문 구조조정 중단 등의 제반 문제 등을 집중하여 반이명박 투쟁전선을 어느 정도 확고히 구축해낼 수 있는가가 하반기 운동을 끌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도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다가오는 재보궐 선거가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대연합론이 여전히 노동운동 내에서 전선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발상은 선거를 통해서 검증되었지만 유권자의 정서조차 쫓아가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일 뿐이다. 선거에서 대중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더욱 선명하고 더욱 튀는 이념을 구체적 정책과 대안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주의적 이념과 가치를 더욱 대중적이고 공개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만이 가장 진보적이고 변혁적이며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2010년 6월 5일 안양교도소에서 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