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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주도하에 에너지 공공성을 지켜나가야

[기후변화와 노동자](9) 에너지 노동조합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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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의 경우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규제를 받을 만한- 사업장은 5개 발전회사와 발전 민간회사들이다. 이 중 5개 발전회사는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의 3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마치 이들 발전회사에만 있는 듯 보이지만, 이산화탄소는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고 전력을 마음껏 누린 개개인 모두의 책임이다.

또한 환경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에너지 다소비 체계를 유지해 온 산업구조의 문제이며, 그 구조에서 환경을 파괴하며 이윤을 챙겨온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은 어느 정도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규제를 받겠지만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은 오히려 면죄부를 받는 듯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다소비 산업을 규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떠한 규제를 어떻게 취해야 할 것인가는 다수 민중의 삶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력산업에 강한 규제를 내려 화력발전을 축소한다고, 화력 발전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정책은 올바르지 않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탄소거래 시장 활성화에 따라 배출권을 확보하여 탄소를 뿜어낼 권리를 얻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가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유류세 혹은 환경세를 소득이 많은 사람들과 같은 비율로 물어야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 탄소세가 부과되어 두부 하나를 소비할 때 같은 비율의 탄소세를 물고, 몇 년 만에 한번 탈까 말까 한 비행기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탄소마일리지를 동일한 비율로 부과 받아서는 안 된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의 형평성과 차별성 문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그 책임을 좀 더 져야 한다. 발전회사 등 전기를 생산하는 노동자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에너지 관련 노동자들은 에너지 저소비 및 효율화, 에너지 전환, 에너지 산업의 올바른 구조개편의 대안을 제시하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올곧게 바꾸는 방식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산업의 노동조합 역시 마찬가지의 책임을 갖는다.

역시 그 책임의 소재를 산업 부문별로 할당하거나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거나 전환의 비용을 일반 국민들로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총 비용을 요구하고 이를 적합하게 해결하는 방식의 투쟁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전반에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에 대한 많은 고민과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과제는 우선 에너지 공기업 노동조합의 과제를 중심으로 한다. 주요한 에너지 산업이 현재 공기업 체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책적 개입이 가능한 구조라고 본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민영화 및 화석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대안이 이들 노동조합의 현재 과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전력 및 가스산업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의 올바른 재편 및 전환을 선도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는 구조개편의 올바른 대안 모색의 방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노동조합의 주요 과제로 설정

많은 기대를 모았던 2009년 코펜하겐 COP 15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그렇지만 COP 15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형성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참여, 여론 형성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기후변화 대응을 국제 질서의 주요한 코드로 변환시켰다. 향후 미국, 중국 등 주요 대상국의 행보가 기후변화 대응을 여전히 주도한다할지라도 기후변화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촉구하는 세계적 분위기는 대세를 이룰 것이라 본다. 한국 역시 자유롭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기후변화 회의와 교묘하게 연계하여 2주 간 엠바고를 건 원전 수주를 ‘녹색 성장의 세계화’로 선전하였지만, 이러한 언론 플레이로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적합한 대응책을 下石上臺(아랫돌 빼서 윗돌괴기)식으로 끌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무엇보다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이, 그리고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에너지를 생산-소비-유통하는 전 단계를 책임지는 에너지 관련 노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올바른 대응의 필요성을 각인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노동조합 운동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채 몇 년도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현장에서 기후변화는 언론에서 가끔 언급되는 대외 정세일 뿐 노동조합의 내적 과제라는 인식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노동권 및 삶의 질 전반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환경규제가 강화되어 결국 법적 공방에 휘말리다 문을 닫게 되는 금속 및 제조업 현장 노동자들이 고용을 잃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비용을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은 전력 및 가스 산업의 구조개편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는 시점이며, 구조개편의 대안으로서 “올바른 에너지 산업의 재편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할 매각의 대상이 되었던 전력산업은 일정정도 재통합의 방향이 논의되고 있으며, 가스 산업은 시장개방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로지 매각을 위한 민영화, 민영화를 위한 분할 경쟁 정책의 실패는 어느 정도 증명되었지만 전력산업의 재통합, 가스산업의 시장개방 등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정책에 올바른 에너지 산업의 재편방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에너지 산업을 재편하고자 할 따름이지,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방향이다. 그 동안 에너지 관련 노동자들은 민영화와 시장화를 반대하는 구조개편 반대 투쟁을 해왔다.

그러나 향후 에너지 관련 노동자들은 민영화 즉 시장화를 넘어서는 에너지 산업의 공공적 발전 방향에 반드시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을 주요한 과제로 접목시켜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은 그 동안의 민영화 및 시장화 저지 투쟁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방향에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이미 녹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 실질화시켜내는 정책적 대응,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 및 시장화가 공급안정성과 에너지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에너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도외시하고 불편해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편의 로드맵, 재편의 단계, 재편을 위한 비용, 재편을 위한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이 이와 관련하여 정책적 입장, 조직적 입장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와 자본의 대응은 노동자와 다수 서민들에 대한 “탄소 구조조정”으로 전가될 것이다.

RPS 제도 등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 수단 마련

현재 일부 에너지 공기업 등에서 진행되는 RPS제도(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할당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형식적 양적 확대를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 RPS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 대상은 일부 에너지 공기업과 전력을 생산하는 몇몇 사기업에 한정된다. 또한 전력산업에 있어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일정정도의 위치를 점하지 않는 한 일정하게 확대한다 할지라도 의미있는 에너지원으로 기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RPS 제도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지라도, 이는 보여주기 식 정책일 뿐이지 실효성있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의 RPS 제도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투자비를 전력생산 비용으로 전가하여 전기요금의 인상 등으로 연결시키기 쉬운 시장주의적 제도이다. 에너지 관련 제반 공기업과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 단위, 에너지 다소비 기업 전반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생산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따른 투자비를 해당 기업의 일정한 이윤 부문에서 충당하여 의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하여야 한다.

물론 제도 시행 초기에 높은 할당률, 의무비율을 정하긴 어려울 수 있다. 우선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에너지 다소비 사기업으로 이를 확대하여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및 거래와 관련하여 기존의 전력거래소의 재편 -이는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하여 재편하여야 한다- 및 재생가능에너지 의무 매입 등의 제도 개선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의 RPS 제도는 한계적이며 역시 FIT(발전차액지원제도)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가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강한 규제장치는 필요하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듯 보이는 대다수 국가와 그 국가의 자본이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나 에너지 저소비,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보다 국제적인 탄소거래 시장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적어도 국내적 수준이라도 강한 규제장치가 없다면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저감과 관련한 현재의 국제적 질서가 상당히 한계적인 조건에서, 한국과 같이 의무감축 국가가 아닌 조건이라면, 국내적 수준에서라도 이산화탄소를 실질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형식적인 양적 확대 -2-3% 정도- 가 아니라 적어도 10%~20% 이상은 중단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강한 규제 정책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추진되는 RPS를 실질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RPS 규제를 받게 되는 발전회사와 전력관련 공기업 노동조합의 노력과 개입이 필요하다. 나아가 RPS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가스 등 에너지 공기업 노동조합의 공동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에너지 저소비·효율화를 노동조합의 과제로

낡은 기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바꾸어나가는 일은 현장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제조업이나 금속 관련 사업장은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업이며 에너지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와 함께 에너지 저소비 기기로의 교체, 낡은 모터를 효율적인 기기로 교체하는 작업 등은 에너지 효율화 및 저소비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물론 자본의 입장에서 비용 문제를 근거로 낡은 기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기기를 고집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와 효율화를 위해 우리 현장에서부터 어떠한 기기를 어떻게 교체하고 바꾸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에 따른 감시와 통제를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이름으로 고효율 전자기기를 가정에서부터 도입해야 하며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그러나 생산 현장에서부터 저소비와 효율화를 실천하는 일은 개인 개인, 일반 가정의 노력을 충분히 넘어서고도 남을 만큼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작업장 안전 및 민주화 문제와 함께 저소비 및 효율화를 가능하게 하는 작업장을 만들어가는 일은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에서부터 그리고 노동조합 운동 전반이 고민해나가야 할 일이다. 정부나 회사가 보여주기 식으로 폐지를 활용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이러한 자본 측의 노력은 결국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비용에 다름 아니다. 생산 현장에서 새어 나가는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노동조합에서 노력하고, 생산현장의 지속가능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금부터 대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결국 노동자들의 생산현장에서의 권리와 무관하지 않다.

민영화 반대 +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 에너지 공공성

그 동안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의 주요 화두는 민영화 저지, 구조개편 반대, 구조조정 저지 등의 슬로건이었고, 에너지 공공성이라는 대안은 어느 정도 공통적인 요구안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에너지 공공성은 무엇이며, 그 실내용은 어떠한가. 현실적으로 에너지 공공성은 민영화 및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에너지 기본권 -저렴한 에너지의 보편적 이용- 을 보장한다는 내용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화두로 등장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에너지 위기에 따른 에너지 산업 재편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노동조합에게 당면한 객관적 정세가 될 것이다. 이 에너지 위기 문제는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문제와 다시 연결된다. 이러하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주·객관적 정세는 향후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다. 에너지 산업 민영화 등 시장화 공세, 내부적으로 가동될 것이 분명한 구조조정 문제는 이러한 객관적 정세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총체적인 정세 변화에 조응하기 위한 에너지 노동조합의 고민과 대응력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으로 구체화하고, 에너지 공공성의 내용 안에 지속가능성을 담아내야 한다. 에너지 산업의 시장화 반대, 이의 대안으로서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주장을 넘어 어떠한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며, 나아가 어떻게 향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며, 함께 누리고 영유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과제를 이제부터 노동조합이 주도하여 시민·환경 사회 및 대중들과 함께 실천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