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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지지를 넘어서는 진보 대안정치의 길

[6.2선거를 말한다](5) 2010 지방선거와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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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역사의 반복

6.2 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다. 치열한 논평이 진행 중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했을 때,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23년 만에 최대의 단결”이라는 표현을 썼다.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로 자리 잡은 ‘지역주의 청산’을 상징적으로 실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억이 떠올랐다.

민심은 그렇게 움직였다. 야권단일후보를 자처했던 한명숙, 유시민 후보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민주대연합’은 한나라당 아성 지역을 무너뜨릴 만큼 강력했다. 그리고 보수 양당 체제는 더욱더 확고해졌다. 투표 당일,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그간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 또는 ‘투표 거부층’으로 잡혔던 20, 30, 40대가 집단적으로 투표했다. 민주당이 기대했던 ‘숨은 10%’가 힘을 과시했다.

투표 결과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집권 이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저지른 폭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성과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지방선거로 신자유주의 우파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제어할 정치적 명분을 쥐었다. 한편, 민주당이 이 기회마저 살리지 못한다면,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될 것이다. ‘숨은 10%’의 ‘비판적 지지’에 대해 민주당이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민주당은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무상급식 전면 시행 등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형성된 김대중 정권 시절과 같은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일부분 지역주의를 넘어섰지만, ‘사회 양극화’라는 과제가 등장했다.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라는 단어가 뉴스에 오를 만큼 유명해졌다. 시대는 변했고, 과제는 쌓이고 쌓였다. 비판적 지지라는 역사가 반복됐지만, 이 일이 역사의 후퇴여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잔인한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대연합은 이명박에 반대하는 정치연합이며,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거의 하나의 당이 되었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는 세력은 무조건 공격의 대상이다. 논리는 그렇게 구성된다. 민주대연합의 제1과제는 후보 단일화이고 진영 구성이다. 그래서 의제와 대안은 뒤로 밀린다. 이 속에서 진보정당과 진보의 대안정치는 사라지고 있다.

진보의 대안정치 세력화

진보정당은 역사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과제와 맞닿아있다. 본래 ‘비판적 지지’를 넘어서려고 시작했다. ‘비판적 지지’라는 표현은 사치스럽다. 정당 투표 가치가 미미한 선거 제도, 결선투표제가 없는 구조에서 ‘비판적 지지’는 20년 전 당시 김대중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겠는가.

민주노동당의 역사는 그런 면에서 가치 있는 것이다. ‘민주당 2중대’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자리 잡은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자신의 지방선거 정치방침을 ‘反MB연대’라면서 ‘민주대연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최면 또는 자기모순에 가깝다.

강력한 보수 양당 체제에서 진보의 위치는 어디일까. 진영으로 놓고 보면 낄 자리가 없다. 굳이 위치를 찾자면, 위협적인 후보 단일화 압박에 굴하지 않은 유일 진보후보인 노회찬을 택한 3%가 아닐까.

지방선거 결과는 표면적으로 진보정치세력에게 절망적이나, 기회와 가능성이 무엇인지 가리킨다. 진보정치의 가능성은 ‘민주대연합’과 같은 진영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대안정치로 세력화하는 것이다. 그 길은 집요한 의제 선점이다. 무상급식 의제가 떠올랐지만, 그 시작도 그렇고 과제는 진보 교육감에게 남을 것이다.

보편복지, 국가재정혁명, 기본소득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작은 당세이지만, 사회당은 선거연대와 연합을 위해 노력했다. 금민 전 대표와 안효상 2010 선대본부장이 노회찬 후보와 심상정 후보(사퇴하기 전)를 만났고, 금민 전 대표는 노회찬 후보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진보의 대안정치는 선거 공학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현실의 정치는 더욱더 그렇다. 오세훈 당선이 (일부 지지자가) 노회찬에게 (이른바) 사표死票를 던져서일까. 13만 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그 효과를 모를 만큼 바보인가. 미래를 위해, 진보 대안을 위해 투표했기에, 그 3%는 그 어느 투표 행위만큼이나 가치 있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한 한명숙 후보에게 따지거나, 한명숙 후보에게 불리한 결과를 보도한 여론조사기관에 따질 일이다.

다시 진보의 대안정치 세력화로 돌아오겠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를 비롯해 사회당이 주력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갖는 최대의 의의는 보편복지와 국가재정혁명이다. 사회 구성원이라는 자격에 입각한 소득, 최소한의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보편복지가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기 불로소득 중과세는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를 극복하는 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회당과 기본소득연합은 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일부 후보들까지 참여한 기본소득연합 실험은 계속될 것이고 그래야 한다.

진보 대안정치의 길 = 사회당의 길

7월 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다. 서울 은평을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미니 총선이 치러진다. 민주대연합 구도는 계속될 것이고,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 조건에서 최대의 연대연합 정치는 진보대안을 중심으로 한 진보연합 정치이다. 민주대연합 구도를 깨지 못하면 역사는 후퇴한다. 1987년 민중후보 운동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정치적 성과가 보수 야당인 민주당에 넘어갔다. 짧게는 10년 역사를 가진 진보정당 운동의 토대와 성과를 이대로 무너뜨릴 수 없다. 진보정치의 역사적 책무이며, 사회당은 그 길을 갈 것이다.

1997년 당시, 필자는 20대 초반이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시절, 4수 만에 김대중 선생님(?)이 드디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국민승리21에서 권영길 선거운동을 했던 필자 역시, 김대중 정권의 등장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어찌 큰일이 아니겠는가.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드디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품을 만했다. 하지만, 순진했던 기대는 무너졌고 더욱더 처참한 현실과 마주했다.

지역주의 청산, 민주주의 실현,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시대적 과제 앞에 현실정치는 가장 늦게 또는 과거를 반복하면서 지체했다. 진보 대안정치는 역사의 지연을 막고, 전진(前進)하고 진보(進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