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심00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권수정입니다. 지난 1월 15일 동희오토 연대주점에서 금속노조 충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의 폭언으로 인한 성폭력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가해자와 가해자를 지지하는 조직적인 2차가해에 노출되었던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새삼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금속노조 중집이 어떻게 규약을 어기면서까지 가해자와 가해자를 지지하는 지회장들의 2차가해를 지지하며 판단해서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했는지 또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가해자의 공개사과, 가해자 프로그램 이수, 충남지부의 조직적인 재발방지 노력과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것을 맞바꾸는 거래를 결정한 중집이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결정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물론 중집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중앙위에 문제제기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준 중집동지들의 말처럼 중앙위에 다시 안건을 올릴 수 있지만, 그것은 포기했습니다. 2차가해를 멈춤 없이 확대해서 조직하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그런데 또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는 가해자가 금속노조의 사무처장입니다. 위원장이 심00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문을 통해 조직내 성폭력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 양성평등문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의 입장을 보았습니다. 화가 납니다.
어찌하여 조직에 공식접수 된 사건의 이름이 없습니까? 금속노조 심00 성폭력 사건의 이름을 결정하면서 피해자가 요구했던 것은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하고 포함하는 사건이름의 명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견과 다르게 ‘금속노조 심00사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중집에서 논란이 있었고 앞으로 발생하는 조직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말고 사건명칭을 결정할 수 있도록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적어도 앞으로는 조직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선명하고 투명하게 사건의 명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전 사무처장 성폭력 사건’ 이라니요. 이런 명칭으로 가해자가 공개사과하고 위원장의 입장을 내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도대체 어느 조직의 누가 저지른 성폭력 사건입니까? 이런 명칭은 가해자를 은폐시키는 것으로 가해자를 보호합니다. 이런 명칭은 사건이 발생했고 그래서 책임지고 조직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책임주체 금속노조가 슬그머니 빠져버립니다. 이런 명칭은 조직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어찌하여 성폭력 사건에 대한 위원장의 피해자중심주의는 사건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정당화합니까? 정말입니까? 피해자가 이 사건의 이름을 ‘전 사무처장 성폭력 사건’으로 명명해 달라고 요구했습니까? 피해자가 조직의 규약과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지 말아달라고 읍소했습니까? 피해자가 이 사건을 빌미로 우리의 투쟁력을 침탈해 오는 보수언론과 자본을 걱정하며 오직 총파업투쟁을 힘있게 조직해 달라고 요구했습니까? 가해자가 퇴근한 뒤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가해자 개인적인 문제로 처리해 달라고 정말 피해자가 요구했습니까? 피해자가 요구한 것이 정확하게 무엇입니까? 왜 공개하지 않습니까?
위원장동지가 피해자중심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가해자 중심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조합원들은 어떻게 판단해야 합니까? 피해자를 보호하며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사건을 공개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위원장의 입장 중 ‘보수언론과 자본은 이번 사건을 이용하여 금속노조와 노동운동진영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면서 우리의 투쟁력을 침탈해 오고 있습니다’는 문장을 보면서 저는 위원장의 판단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조직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보수언론이 주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금속노조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말입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성폭력 사건으로 두 번의 사과를 하면서 우리 조직의 도덕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까? 더욱이 김 사무처장이 누구입니까? 위원장과 함께 금속노조를 힘차게 이끌겠다고 약속하고 출마하여 당선된 임원, 조직의 최고 지도부중 한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무처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보다는 당면한 투쟁을 조직한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어떻게 우리조직의 도덕성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금속노조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사실입니다.
당면정세에 총파업투쟁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성폭력 사건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예정했던 총파업 투쟁을 어떻게 조직 할 것인지, 이번 성폭력 사건 때문에 조직 안팎으로 더욱 불리한 지형에서 어떻게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다만 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위원장이 책임지겠다는 총파업을 어느 조합원이 따른단 말입니까.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조차 책임 있게 처리하지 못하는 금속노조가 어떻게 총파업을 조직한다는 말입니까?
안 그래도 어려운 총파업을 성폭력 사건으로 더욱 힘들게 한 책임을 위원장은 회피하면 안 됩니다. 어렵지만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책임을 다하는 위원장을 조합원들은 기대합니다. 그래야 금속노조의 도덕성을 겨우 보수언론 따위가 들먹이며 우리의 투쟁을 침탈해오지 못하도록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래야 힘찬 총파업 투쟁 또한 조직할 수 있습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