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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교육주체들의 피와 땀의 결실

[6.2선거를 말하다](3) 2010년 교육감 선거와 진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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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에서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즉, 서울의 곽노현 민주진보 단일 교육감 후보를 비롯하여 광주의 장휘국, 경기도의 김상곤, 전라북도의 김승환, 전라남도의 장만채, 강원도의 민병희 후보등이 당선된 것이다. 한편 교육의원 당선자는 총 26명이 출마해 16명이 당선됐다. 이중 전교조 조합원 경력을 가진 교육위원 당선자는 무려 14명이다. 이 같은 결과를 진보진영은 어떻게 볼 것이며,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아래에서는 이른 간략히 개괄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의 악무한적 경쟁교육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표출

선거결과를 두고 일부언론은 대이변 운운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정하게 예견된 것이었다. 교육시장화로 누적되어온 문제점들이 일제고사와 자율형 사립고 등 이명박식 경쟁교육, 교육불평등 정책과 결합되면서 대중들의 불만을 증폭시킨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한국사회는 대학서열체제로 상징되는 학력의 상품화는 학벌체제와 난마처럼 얽혀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이 되었다. 교육은 인간의 자기실현을 위한 사회구성원의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부를 대물림하는 도구이자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비지불능력이 자녀의 성적과 상급학교 진학여부를 결정하는 교육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육현실이 이런 지경인데도 이명박정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이제는 헛껍데기만 남은 교육의 공공성조차도 내다버리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일제고사를 부활시켜 무한경쟁을 강요하고 있고, 교사들에게는 교원평가로 구조조정을 강요하며 국가권력의 하수인으로 길들이려 하고 있다. 또 교원정원동결과 인턴교사제 확대로 예비교사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일상적인 노동통제와 고용불안 또한 심화되고 있다.

한편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조치들도 마구 쏟아내 왔다. 귀족학교인 자율형사립고의 설치로 특권층을 위한 입시트랙을 더욱 강화하고, 여기에 대학의 학생선발에서 특권층이나 특목고출신을 노골적으로 우대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의 상품화와 시장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공립대 법인화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는 방기되고 있고, 사립대에 대한 기업의 지배와 구조조정 또한 가속화되면서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그 근저에서부터 훼손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러한 교육시장화의 악무한적 경쟁교육의 강요는 대중들로 하여금 이른바 교육기회의 균등성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호소력을 갖게 하였고, 이것이 선거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에 맞서 싸운 교육주체들의 피와 땀의 결실

혹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민주 진보진영의 단결, 심지어 반mb연합의 승리라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심각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단언하건대 이번 선거결과는 민주당 따위의 신자유주의개혁세력과의 연합의 결과라거나 결코 후보 개개인의 승리가 아니다. 이번 결과는 그동안 교육시장화에 맞서 싸운 교육주체들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교육감후보 중 상당수가 전교조 출신이었고, 그럼에도 당선 혹은 선전하였다는 것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지하다시피 전교조는 지난 20년간 교육현장의 민주화와 교육시장화에 맞서 결연히 투쟁을 전개하여왔다. 또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의 일제고사의 강행에 맞서 싸우면서 파면 해임을 당하는 교사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추운 겨울 거리에서 노숙을 하면서, 또 전국을 순회하는 대장정을 벌이기도 하였으며, 아직도 거리의 교사로 투쟁중이다.

한편 청소년활동가들은 그동안 교장 등 교육관료들은 물론 일부 출세에 눈이 먼 교사들의 억압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오답쓰기, 자사고 반대서명, 교원평가 반대선언 등으로 헌신적으로 싸워왔다. 또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부분적으로 결실을 맺기도 하였다. 그 뿐인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삭발과 단식을 마다 않고, 귀족학교 설립반대, 일제고사 중단, 전교조 탄압중단 등을 외치며 거리와 학교에서 중단 없이 투쟁했다.

이 모든 교육주체들의 투쟁이 대중들로 하여금 이명박정권의 경쟁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든 견인차의 역할을 한 것이다. 또 실제로 이번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가장 헌신적으로 수행한 것도 이들 교육운동주체들이었다.

보수진영의 실책

이번선거 결과는 상대방인 보수진영의 실책도 한 몫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낡은 프레임을 반복했다. 이들은 철지난 반(反)전교조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즉 “전교조는 절대 안돼” 라는 네거티브한 선거전략을 고집한 것이다.

이는 아직도 이념공세가 먹히는 일부 고연령층이나 수구보수진영의 결집에는 일정한 의미가 있었을지 몰라도, 교육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즉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30-40대의 유권자 층에게는 매우 고루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선거를 앞두고 조전혁 등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상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교사가 어느 노동조합 출신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산되어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결정조차 무시하고 명단을 공개한 행위는 대중들에게는 매우 비상식적으로 이해되었다기에 보수진영의 후보들이 난립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 그리고 선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언론보도의 양상은 진보후보와 보수후보의 대립을 뚜렷하게 대비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곧 교육문제를 둘러싼 계급(계충)간의 갈들과 대립이 항상적으로 존재하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주류 언론조차 인정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한국사회의 ‘진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대중들에게 생경하지 않으며 대중스스로 이른바 ‘진보후보’를 선택함으로써 교육문제를 넘어서 각종의 정책적 의제나 정치적 쟁점에서 진보 혹은 보수의 대립이라는 설정이 확장되어 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에서 대중들이 이른바 ‘진보후보’를 선택하였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교육문제가 이미 전사회적인 의제이자 정치적 쟁점이며, 계급적인 사안임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자녀교육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이는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와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그 어느 사회보다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비록 출혈과도 같은 사교육비 지출이 자녀의 고학력과 안정된 직장을 즉각적으로 보장하지 않음에도, 현재의 삶의 처지를 개선하는 유력한 매개로 학력(학벌)이 기능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강력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본가들처럼 특별히 물려줄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민중들이 보기에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유독 교육문제에서 만큼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같은 노동자이면서 교육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수단이자 일상적인 노동통제 기제인 교원평가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거나,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면서도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대중들의 이러한 소박한 바람과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에도 불과하고 이미 트랙은 처음부터 나뉘어져있다는데 있다. 이른바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교육비 지불능력이 곧 자녀의 성적과 갈 수 있는 대학을 결정하는 세상이다. 결국 다수의 노동자민중들은 소수의 특권계층의 부의 대물림 도구가 된 대학서열체제하에서 들러리를 서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확인되는 방식이 개별적인 차원에 그친다면 그것은 개별(가족)의 낙담과 이른바 상위권대학 진출에 실패한 개인의 패배의식의 내면화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교육소비자담론으로 끊임없이 정당화되어 왔고 심지어는 계급고착화가 내면화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집단적인 차원으로 확대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교육은 결국 소수의 부의 대물림 도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 자체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집단적인 인식에 도달한다면 낙담은 분노로 분노는 다시 폭발적인 저항으로 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정권의 교육시장화와 교육불평등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를 일정하게 체제 안으로 담은 기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번 선거는 한편에서는 한국사회에 교육불평등이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주는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불평등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교육감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으로 제한되는 역기능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개혁의 진정한 동력은 대중투쟁

이번 선거과정에 진보진영이 만든 성과중의 하나는 교육운동 주체들이 이른바 진보후보들과 중요한 교육의제를 중심으로 정책협약을 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인권조례제정’과 ‘일제고사의 중단촉구’ ‘학교비정규직 문제’ 등을 내용으로 하여 청소년, 학부모, 노동조합 인권 단체들이 교육감후보들과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는 이른바 진보후보의 공약이 몇몇 먹물들의 탁상에서의 작업이 아니라, 교육주체를 비롯한 대중들의 실질적인 참여에 기반하여 교육개혁의 청사진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협약의 성실한 이행의 여부이다.

한편 이른바 자칭 타칭 진보후보라고 했지만, 실상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의 핵심적인 장치인 교원평가에 대한 태도에서는 냉정히 말하면 함량미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교원평가는 일제고사와 이름과 대상은 각각 다르지만 본질은 똑같다. 즉 평가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강요하고 그 결과(성적)에 따라 위계서열화를 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노동통제 정책의 핵심적인 장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운동진영은 물론 교육운동진영 일부에서 조차도 이 둘을 별개의 것으로 이해하는 분절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선본구성과 결합되면서 교원평가를 둘러싼 태도를 불분명하게 하였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이른바 진보진영 특이 노동운동진영이 분명하게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에 반대하는 후보를 세우지 못한 현실이 문제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되었으니 보수언론도 인정하듯 이명박정권의 일방통행식 경쟁교육정책은 일정하게 제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이 상품이 아니라 대중의 보편적 권리가 되기 위한 투쟁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이번 교육감선거는 분명 그 동안 교육운동진영의 피와 땀의 성과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었다.

노동자계급이 자본가로부터 아주 작은 양보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투쟁을 경과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를 상기해 본다면, 답은 분명하다. 교육행위를 통해 천문학적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립교육기관의 자본가들. 교육을 통해 체제순응적인 노동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국가권력의 문제를 비껴가고 과연 교육혁명이 가능하기나 하단 말인가?

이제까지 그러했듯 개량적 성과가 조금이라도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대중들의 직접행동의 결과이어야 한다. 그리고 대중들의 투쟁없이 대중앞에 던져진 그 어떤 개혁적 조치도 곧 휴지조각이 되었었음을 우리는 수없이 확인해 오지 않았던가? 진보진영이 지금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