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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가 실종된 6.2지방선거

[6.2선거 릴레이 기고] (2) 미래의 전망을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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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난 5월 20일 대구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어느 노동자를 만났다. 여전히 대구는 TK세력의 아성이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그래서 할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교육감 선거를 비롯해서 일부 지방의회 의원으로 출마한 진보적인 후보에 대한 지지와 노동자들의 선거 참여를 촉구하고 독려하는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노동자와 헤어진 후 식사를 위해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주인과 선거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주인은 이명박 정부가 맘에 들지는 않는데, 야당후보를 봐도 ‘그 놈이 그놈이라서’ 여당을 지지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였다. 그래서 그 놈들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힘없는 야당 찍어봐야 무슨 소용 있냐고 한마디로 정리해 버렸다.

광주. 며칠 전 광주에서 흔히 진보적이라 불리는 몇몇 연구자들을 만나서 역시 선거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 지방선거에 광주시장으로 6명, 전남도지사 4명, 전북도지사로 5명이 출마했으며, 교육감으로는 광주 5명, 전남 4명, 전북 5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지역주의로 인해 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광주 교육감을 제외하고는 진보진영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전북 교육감 선거는 후보의 정책이나 입장과 관계없이 학연이 작동하여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서산. 서산은 기초단체라서 그런지 교육감이나 도지사 보다는 시장 및 기초의원에 보다 관심이 많아 보인다. 아마 마을의 규모나 인구수 그리고 정서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지역사회의 특징 때문이다. 서산에서 만났던 전업주부의 경우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보다도 이명박 정부를 싫어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북한의 소행을 믿게 됐고 그럼으로써 정치 혐오증과 냉소주의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정말 지겹고 모든 것이 귀찮아서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가 비록 몇몇 지역의 일반적인 민심은 아니지만 이번 지방선거도 지역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이 이명박 정부와 반이명박 진영의 대립으로 크게 나누어 진행되고 때문이다. 또한 과거 지방선거의 예에서 보듯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지역에서는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 중이지만 그것이 선거구도에 변화를 주거나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은 전정권 심판론을 외치고 있는데, 보수세력의 힘을 결집시키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그 효과는 배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몇몇 단체장과 일부 교육감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일반적이다. 그래서 선거후 진보진영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의 본질인 지방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지방정치의 활성화는 지역 균형 발전과 분권문제, 풀뿌리 민주주의 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정치의 궁극적 과제는 지방 및 지역사회를 민주적 정치공동체로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지방분권화가 곧 지역사회의 민주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치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는 또 하나의 비민주적 과두체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방정치도 중앙정치와 마찬가지로 권력구조를 가지게 되며, 그 권력구조가 비민주적으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봉건체제, 19세기 유럽의 지방자치제, 오늘날 멕시코 등 중남미국가와 인도 등의 지방정치가 그런 사례이다.

지방정부를 주민의 의사에 따라 구성하고 운영하고 것이 지방정치의 근대적 발전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근대정치의 양식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확산되는 경로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지방정치 양식은 중앙의 대의제적 민주정치 양식의 일부분이 지방영역에 제도화되고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지방정치 역시 주민참여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 지역유지가 주도하는 정치가 되기 쉬우며 지방의 기득권체제를 제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지방정치의 핵심은 지역사회를 정치공동체로 만드는 방식과 그 내용이다.

그런데 20세기의 지방자치는 지역사회를 이익집단화 했으며, 시장화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였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는 시장화와 상품화를 논리적으로 강제하여 지역사회를 굴절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말 이후 세계질서의 변화 속에서 환경, 질병, 빈곤, 소비 등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국가의 성격과 역할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하면서 지방정치 영역을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차원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정치영역이 작동하는 현장으로 설정하면서 지방정치를 조명하고 있다.

결국 지방정치의 위상과 과제는 그 나라의 현실적 조건에 따라 구체화될 것이지만 민주적 정치공동체의 주요한 단위로 삼아야 하며,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분권화와 다원화를 지향하며, 그리고 중앙정치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자유롭게 선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록 제도적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고 해도 국가보안법과 같은 관련 법체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완전한 동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정당의 비민주성, 지역균열의 정치구도 또는 지역주의적 정치동원화, 엄청난 정치비용과 정경유착 현상, 보수·우익 정당 위주의 정치체제, 각종 구조적 이데올로기적 제약 등이 현재의 정치구조를 지탱하기 때문에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다. 비록 1990년대에 지방자치가 부활하여 민주주의를 일부 진전시켰지만 지방선거와 민주주의 사이에 항상 상관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정치의 민주화다. 지역정치의 민주화는 중앙으로부터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자립도를 높여서 중앙권력으로부터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의 주체의식에 의한 주민자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의미있는 선거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당장의 눈앞에 이익이 매우 달콤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유권자들 자신이 노동계급이 아니어도 분명히 노동계급에 우호적이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