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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는 NPT 평가회의

[2010 NPT평가회의](4) 제1 부속기구의 실행 계획 수정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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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현지 시각) NPT 평가회의의 제1 부속기구 <실행계획>(Action Plan)의 수정안이 공개되었다. 19일에 초안이 제출된 지 불과 이틀만이다.

부속기구는 NPT 평가회의의 당사국 총회를 보조하는 회의체로, 체계상으로는 보조 기구지만 실제로는 최종합의를 진행하는 실질적인 논의체라 할 수 있다. 회의 진행도 옵저버들에게 공개되는 여타 회의와는 달리, 부속기구 논의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제1 부속기구는 제1 메인위원회 협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1 메인위원회는 주로 핵군축과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왼쪽부터 제1 메인위원회 실행계획 초안, 제1 부속기구 초안, 제1 부속기구 수정안 [출처: 수열=뉴욕]


의장 초안에서 수정안, 다시 재수정안으로

지난 14일, 제1 메인위원회의 의장 명의로 실행계획 초안이 제출되었다. 평가, 확인, 실행계획의 3부분으로 구성된 이 초안은 2000년 평가회의에서 결의한 ‘13단계 핵군축 실질조치’의 실행 방안을 포함, 26개의 행동 계획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1 부속기구가 제출한 1차 수정안은 모호한 표현으로 초안이 제시한 의무 수위를 조금 낮추더니, 재수정안은 몇몇 의무 사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제1 부속기구 수정안이 거듭되면서 핵보유국의 핵군축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전망하는 NPT 평가회의의 의의를 퇴색시킨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을 축소한 수정안

19일에 공개된 1차 수정안에는 26개 행동계획이 제시되었던 초안에서 19번 항목이 삭제되고, 24와 25번 항목이 축소/통합되어 총 24개의 행동계획이 제시되었다. 삭제된 19번 항목은 핵보유국이 2012년까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핵분열물질의 비축량 공개에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초안 24번과 25번을 축소/통합한 수정안 23번 항목은 ‘핵무기 사용 목적의 핵분열 물질의 비축량과 함께 가급적 기준적 형태로,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의 모든 형태와 숫자에 대한 정보와 운반체제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 핵무기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도록 권장한다’고 표기했다. 핵무기의 형태와 숫자뿐만 아니라 ‘배치 상태’에 대한 정보 공개까지 명시한 초안 24번 항목과, 2012년까지 기준 보고 형식과 간격을 결정하기 위한 합의를 강제한 초안 25번 항목과 비교했을 때, 핵무기의 배치 상태에 대한 정보 공개와 2012년 협상 시한이 삭제되었다.
또한 2번 항목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를 ‘원칙의 적용을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하는 것과 방법을 통해 핵보유국의 의무 수위를 낮추고, 6번 항목에서 명시한 협상 시한은 ‘시의 적절한’과 같은 형태로 모호하게 표현했다.


한 술 더 뜬 재수정안

재수정안은 한 발 더 나아간다. 3번 항목에서 ‘평가회의는 핵무기를 보유한 모든 국가들이 확실한 군축 노력에 참여하길 요청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아예 삭제되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에 대한 즉각 서명/비준에 ‘착수한다’고 명시한 초안을 ‘착수에 노력한다’고 바꾼 수정안이, 재수정안에서는 ‘서명과 비준이 요청된다’고 바뀌었다. 또한 집단 안보 증진을 위한 노력, 재래식 무기 통제와 외기권에서의 군비 경쟁 금지에 대한 단락은 아예 삭제되었다.

  제1 메인위원회에서 제출한 의장 초안과 부속기구 수정안 비교


핵 없는 세계에서 점점 멀어지는가

핵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존재하고 있는 핵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보유국의 핵군축 노력은 NPT가 제시하고 있는 ‘핵전쟁의 위험을 피하고, 모든 인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선언>을 통해 제시한 ‘핵 없는 세계’는 미국 정부가 선전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NPT 평가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섞인 전망과 참여 속에서 개막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있는 논의는 ‘핵 없는 세계’ 선언 자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실망스럽다. 얼마 남지 않은 2010년 NPT 평가회의 기간 동안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첫 걸음이 얼마나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