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은 코스피 지수 쳐다보는 증권가 사무실도 아니다.
우리 골재 노동자들의 직장은 강이다, 낙동강이다, 낙동강의 준설선이다.
뙤약볕에 온 몸을 그을리며 모래와 자갈을 퍼내며 20년 이상을 살아 왔다.
4대강 사업이 아니면 낙동강을 보듬고 멀쩡하게 일하며 가족들과 함께 살았을 터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나가라니, 낙동강에서 나가라니. 이건 우리 골재노동자들 보고 죽으라는 이야기 아닌가.
노동자들을 잘라내는 공장도 웬만해선 폐업하지 않는데
강에, 낙동강에 무슨 정문이 있단 말인가.
무슨 정문이 있다고 낙동강을 폐업시키고 우리들을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앉힌단 말인가.
짐승들이다. 국까는 짐승들의 소굴이다.
개발업자들 배 채워주려고 용산에서 멀쩡한 사람들 죽이더니
이젠 우리 골재 노동자들 생존권을 겁탈하고 죽이려 드는가.
3조 5000억 원이나 되는 돈을 건설사에게 몰아주면서
골재 노동자들 생존권은 낙동강에 매장하는가.
이대로 쫓겨 날 수는 없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자식 학비도 마련해야 하고 마누라랑 같이 밥도 먹고 살아야 한다.
낙동강 준설선에 맡긴 한 생애를 여지없이 파탄 내는 짐승들의 국까에서
나는 노동자로서 살아야 한다. 내 임금을 강탈해간 국까와 자본으로부터 나, 우리의 생존권을 회수해야 한다.
1년 동안 강에서 퍼낼 수 있는 골재 양이 30만 루베인데
2년 안에 4억4천만 루베를 퍼내겠다니,
미친 것들이 아니고서야, 짐승들이 아니고서야, 막장사업을 밀어붙일 수 없다.
34년 일할 수 있는 삶의 터전에서 골재 노동자들을 몰아내는 막장사업은
또 다른 용산이다, 용산의 죽음이다.
살아 있으되 삶의 터전은 문을 닫았고
살아 3보1배를 하고 있으되 살아갈 길이 불도저에 막혀버렸다.
짐승들이 아니고서야 꽃망울 같은 내 자식의 미래를 이렇게 수탈하고 꺾어버릴 수 있는가.
자기 배를 채우려고 호박이고 무우고 모조리 먹어치우는 멧돼지들이 아니고서야
골재 노동자들의 삶을, 생존권을 이렇게 먹어치울 수 있는가.
건설사 재벌들에게 떼돈을 몰아주면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골재노동자들을 생매장 시키다니.
국까와 자본은 늘 그랬다.
25년 전 낙동강 하구둑 공사 때에도 30년 간 살아온 원주민들을
개같이 몰아냈다.
우리 골재노동자들은 구걸집단이 아니다.
대구 시민들이 먹는 낙동강을 지키며 살아온 골재노동자들일 뿐이다.
생존권 구걸하려고 서울에 온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 생존권을 요구하러 상경한 것이다.
성수대교처럼 삼풍백화점처럼 희망이 붕괴한 시대이지만
나는 죽을 수 없다, 우리는 죽을 수 없다.
국까와 자본이 죽을 때까지, 노동자가 아니라 국까와 자본이 맨 몸으로 쫓겨날 때까지
우린 싸워야 한다. 싸워 이겨야 한다. 노동자 - 인간의 존엄을 방어할 때까지.
▲ 서울에 상경한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