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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중요해, 하지만 유일한 문제가 아니야”

[반핵평화운동가 인터뷰](1) 존 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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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0년 NPT 평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반핵평화운동 활동가들과의 대화를 준비했다. 이번 평가회의에는 UN에 공식 등록한 121개 단체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이 UN 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활동과 의견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반핵평화운동의 시야를 확장하고 국제적인 연대망 형성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10년 NPT 평가회의 대응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반핵평화운동 활동가 인터뷰, 그 첫 번째로 존 페퍼(John Feffer)를 만났다. 그는 현재 미국의 ‘정책분석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서 외교정책 공동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정책분석연구소는 60년대 시작되어 평화, 경제 정의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진보적인 연구소로, 다양한 사회문제와 현실 투쟁의 결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존 페퍼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집필,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로는 미국의 대한/대북 정책, 아시아 지역의 군사화 흐름,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세계화의 지역적 효과 등이 있다.

  타임스퀘어 광장 근처에서 존 페퍼를 만났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는 여러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해 주었다. [출처: 수열=뉴욕]


한국과 북한을 비롯하여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한국과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군사주의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가?

처음에는 러시아에서 출발해 냉전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미-소 간 긴장을 줄이는 것이나, 소련과 동유럽 사회에서 민주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당시 그 지역의 정부 관료들이나 사회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러다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그것은 우선, 미국의 평화운동이 너무 유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세계의 다른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에 대한 흥미 때문이다. 나는 북한을 소련-동유럽 사회와 비교해보려 했다. 중국에서 유학했던 아내의 바람으로 1998년 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나는 이 지역의 평화와 인권, 경제적 정의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런 주제들에 있어 아시아는 매우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감축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오바마가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생각은 도덕적인 면에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또한 현실적 이유들이 있는데, 그것은 핵무기가 더 이상 미국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소련만이 핵무기를 지니고 있을 때, 그들은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데 핵무기를 유용하게 써먹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이 핵무기로 위협당하고 있다. 그래서 변화가 생겼다. 그러나 이것이 오바마가 금새 핵무기를 없앨 것이라거나 우리가 원하는 길로 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할 때, 사람들은 보다 분명한 감축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빠른 시일 내에 진정한 감축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단지 미국만이 아니다. 러시아 역시 자신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에 주저하고 있다. 핵무기 분야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꽤 비슷한 지위를 가지지만, 재래식 전력은 큰 차이를 보인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러시아는 더 이상 ‘슈퍼 파워’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오바마는 핵 군축 문제에서 상당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상원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이 통과될지도 불확실하다. 승인을 위해서는 2/3 이상의 표가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상원에 59석을 갖고 있을 뿐이라서 공화당의 지지가 필요하다. 공화당에서는 CTBT와 New START에 동의해주는 대가로 ‘핵무기 현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가 진정 핵무기 감축을 원한다 하더라도 일정은 늦어지고, 반대편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핵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분석에 동감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핵 테러의 위협을 부각시켜 현재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전쟁이나 제재를 정당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핵 테러에 대한 미국의 공포가 그렇게 큰가?

그것(핵 테러에 대한 공포)은 분명하다. 만일 당신이 마피아의 일원이고, 총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을 죽인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걱정하게 된다. 당신은 총의 작동 방법을 알고, 사람들이 얼마나 당신을 미워하는지, 그래서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사용했으며,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지, 왜 사용하려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런 공포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시는, 그리고 심지어는 오바마 정부도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NPT 평가회의가 핵 군축 운동에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그것의 한계는 무엇이고, NPT 평가회의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약 자체에 내재된 한계와 함께 국가들의 문제가 있다.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거래에 기본적인 모순이 있다. 비보유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의 분명한 감축에 대한 대가로 자신들이 무기를 보유할 권리를 포기한다. 전자는 얻었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NPT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을 정당화한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같은 몇몇 나라들은 비밀리에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원자력 에너지의 민간 이용과 군사적 이용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란이 이런 케이스다. 그것은 NPT 자체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NPT를 대체할, 이런 모호성을 다룰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핵 물질의 확산, 핵 연료 주기의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조약은 필요하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조약 말이다.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의 모순은 치명적이다. 그런 모순이 없는 조약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핵무기 문제가 군사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보는가?

[출처: 수열=뉴욕]
복잡하다. 핵무기는 여러 나라에서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한다.먼저 중국은 아주 적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아주 제한된 억지력을 갖는다. 중국은 군사 전략에서 핵무기를 특별히 유용하게 여기지 않는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그들에게 핵무기는 단지 무기 이상의 억지력을 갖는다. 그래서 북한의 핵무기를 단순히 핵 담론 안에서 다루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적은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억지력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핵 협상’만 다룬다면 그것은 핵심을 놓치게 되고, 충분하지 못하다.

일본은 잠재적 억지력을 갖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위협이 된다.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우리는 이걸 쓸 수 있다.” 또한 ‘핵우산을 제거하면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암시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3, 40년 간 헌법을 천천히 바꿔왔다. (핵 물질의)수출, 핵무기, 우주의 군사화 같은 문제에 관해서 말이다.

남한은 핵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IAEA에 의해 제지당했다. 문제는 단순히 남한의 핵 프로그램이 아니다. 남한의 핵 프로그램은 반드시 북한의 핵무기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핵무기로 말이다. 북한이 붕괴했을 경우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의 핵무기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당연스레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동맹 시스템의 일부로 확장한다. 이 핵우산은 미군의 주둔과 기지, 군비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미국이 기지를 철수시킬 경우, 핵잠수함이 대체할 수 있다.

평화운동 안에서는 ‘대체 개념’에 대해 별로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승리하여 기지나 핵무기 같은 것들을 철수시킨다면, 정부는 그 손실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게 된다. 나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주둔군 감축과 철군을 지지하며 미국이 남한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군 철수는 남한의 군비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체’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며, 남한도 그러하다. 미군 기지의 철수는 우리(미국)의 문제지만, 그 후에 오게 될 무언가는 한국에 달려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핵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어떻게 하면 동아시아에서 미군 기지나 무기의 현대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핵군축 운동과 보다 나은 연계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반핵 운동가들을 붙잡고 외치고 싶다. “핵무기는 중요해. 하지만 유일한 문제가 아니야.” 물론 아주 평화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웃음)

핵무기에 대해 말할 때 전체 전략의 일부로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북한에 대한 사고가 중요하다. 또한 핵과 재래식 전력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중용도’의 무기들이 있다. 미사일방어망(MD) 문제를 보자. MD는 다른 미사일과 함께 대량살상무기를 방어하는 것으로 그것 자체가 핵무기는 아니다. 그러나 또한 (상대방의 핵무기 공격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핵무기의 선제 타격 능력을 보장한다. 핵무기는 보다 큰 시스템에 위치지어 지며, 더 큰 시스템으로서 군사 기지 체계의 일부다. 어떤 면에서 핵무기는 페티시라고 할 수 있는데, 활동가들이 핵무기 자체에만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결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은 우리에게 강제되는 담론이다.

미국은 거대한 군산 복합체를 가지고 있으며, 앞에서 열거한 이러한 문제들은 단지 한 부분이다. 활동가로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분명한 목표와 요구, 수단과 계획을 갖고 말이다. 우리의 분석은 목표와 계획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으면서 그것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핵물질의 차단이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이나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과 같은 것들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나?

북한은 PSI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북한은 일반적으로 수출 통제나 봉쇄를 원하지 않는다. 이는 정당한 주장이다. 어떤 나라도 수출에 대해 그런 감시를 원하지 않는다. 둘째, PSI는 북한의 무역을 방해하게 된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대량살상무기에 속하는 미사일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거래는 대부분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이 무역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 6자회담이 진척을 보이면 당사국들은 북한이 무기 판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될 것이다. 물론 무기 거리에 대한 일반적이고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직접 대화하기보다는 핵안보정상회의 유치와 같은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의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북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재의 교착 상태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유지하지 않거나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결정에 일정 책임이 있다. 이러한 결정 때문에 우리는 현재의 상황에 다다라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뭔가 유용한 것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상황은 자국 내 의견 조율을 거칠 필요가 없어 북한에 대한 정책을 180도 바꿀 수 있었던 부시와 다르다. 이명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인터뷰] 임월산(사회진보연대)
[사진/번역] 수열(현장기자,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