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를 순찰하던 1200톤급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이후 군과 정부는 사건의 책임은 백안시한 채 누군가의 소행이라는 방식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혹여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할지언정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9일 오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장병 영결식’에서 해군대장 김성찬이 읽어 내린 조사에서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 해군참모총장 조사전문을 보면 알겠지만 조사 어디에도 군의 의무방기, 의무소홀 대한 어떠한 사과도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연간 국방비는 대략 30조원 가까이 된다. 전체 예산중에 약 8.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국민들의 세금을 모아 국가안보를 위해 쓰겠다는 것에 동의한 것은 사고가 나기 전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의 안보를 위한 군 당국의 의무에 대한 책임 있는 말 한 마디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해군대장이 읽어 내린 조사에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는 말을 되짚어 보면 더 좋은 국방장비와 대응책을 마련하기위한 국방비 지출이 있을 것이며 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세금의 의무로 남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해도 다르지 않다.
젊은 장병 46명이 죽은 것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소행인 것만을 이야기 할 뿐 군의 의무방기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해군참모총장 김성찬의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 조사는 너무도 실망스럽다.
군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손치더라도 군 당국은 유족들에게 백배천배 사죄해야 할 처지다. 멀쩡한 군함이 TOD상에서 사라지고 6분이 흘렀는데도 알아 볼 생각조차 않았다. 사고가 나고도 구조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해경이 구조할 때까지도 거의 손놓고 수수방관한 것이 군이다.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못한 책임도 그 어느 누구보다도 군 당국에 있다는 사실이 자명하지 않은가. 어떻게 사고당시 TOD화면만 없고, 어떻게 사고당시 교신 기록만 없다는 말인가. 어뢰에 의한 것이든, 기뢰든, 내부폭발이든, 피로파괴든, 그물에 걸려 좌초한 것이든 어찌 군 당국의 책임이 없다 할 것인가.
그런데도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고 변명에 급급한 조사를 읽어 내려가는 속에 전쟁을 조장하는 해군대장의 모습을 국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확한 사고의 진상을 밝혀 내지도 못한 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대북관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군과 정부의 태도를 정말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 조사 전문이다.
해군참모총장 조사
서해의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고 잠든 천안함의 46용사들이시여!
고개를 들고 일어나십시오.
여기에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 생사를 함께 했던 전우들이 와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한마디 말도 없이 누워만 계십니까?
살아서 복귀하라는 간절한 명령을 못 들으셨습니까?
정녕 사랑하는 가족들이 애타게 울부짖는 소리도 돌아오라고 외치는 전우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바다로 나간다더니 하늘나라로 영영 가버리신 것입니까?
이렇게 애통해 하는 가족과 전우들만 남기고 돌아오지 않는 그 길을 정녕 가셔야만 합니까?
영령들이시여!
당신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용맹스런 바다의 전사였습니다.
조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국민의 안위가 염려되는 곳마다 언제든 당신들은 그곳에 계셨습니다.
임무가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워도 당신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잠들어도 당신들은 늘 깨어 있었습니다.
가족ㆍ친지ㆍ애인과 떨어져 기관실과 조타실, 통신실, 전탐실에서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습니다.
‘출항!’을 외치던 그대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갑판을 울리던 그대들의 힘찬 발소리가 적을 향해 함포를 겨누던 매서운 눈초리가 아직도 우리들의 눈앞에 선합니다.
그토록 용기와 신념으로 가득 찬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바다는 늘 평온하였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단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3월 26일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바로 그 바다에서, 파도치는 그 밤바다에서 당신들은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찰나의 순간이 우리를 이렇게 갈라놓다니!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믿기지 않습니다.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합니다.
악몽이라도 좋으니 꿈이기를 바랍니다.
영령들이시여!
그대 다 피지도 못하고 물젖은 몽우리로 산화하여 구릿빛 육체는 차디찬 바다에 던져졌지만 당신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생생히 살아 영원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남긴 살신보국의 참군인 정신은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이어 누릴 자유와 번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더 큰 대한민국, 더 안전하고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값진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