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풍악이 클 수록 고통은 깊어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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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장애인의 날'이다. 전두환 군부독재의 쿠데타 치장에 의해 1981년 만들어지고 나서 서른 번째다. 여전히 장애인단체들은 기념식을 하고 선물을 주고 노래자랑도 한다. 장애인단체들이 서로 다르고, 장애인도 사람마다 다양하고, 인권을 말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니 장애인의 날을 보내는 방식도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을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장애인단체들은 이번에 통과된 장애인연금이 실질적인 장애인 소득보장을 해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출처: 비마이너]

장애인연금. 지금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나마 복지부와 장애인계가 노력해서 마련한 장애인연금제도이니 제정을 축하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의 날에 맞춰 장애인연금제를 이명박 정부의 선물로 발표하겠다고 한다. 과연 장애인연금이 장애인들에게 선물인가. 기존의 장애수당에서 기껏 1천 원을 올려놓고 장애인연금이라 포장한 선물. 그러면서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선전하는 정부. 울화통 터지는 날이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중증장애인의 생활시간을 보장하기는커녕 장애등급 재심사라는 카드를 꺼내 장애인을 줄 세우고 푸줏간의 고깃덩어리처럼 등급을 매겨 잘라낸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형평성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중증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시간을 싹둑싹둑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옛날보다 활동보조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고 선전한다. 제도가 도입되고 자연적으로 증가한 요구분조차도 반영하지 않는 예산을 가지고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중증장애인. [출처: 비마이너]

저상버스 도입. 보간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저상버스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단식과 버스타기 투쟁으로 참여정부가 법과 정부계획에 의해 2013년까지 전체 버스의 50% 이상을 저상버스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저상버스 도입 예산은 4대강에 빠져 죽었다. 예산을 삭감해 이전 정부가 법과 계획에 따라 약속했던 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공약인양 선심 쓰듯 노력하겠다고 여론몰이를 한다.

2001년부터 길거리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온몸으로 권리를 외치며 하나씩 제도를 만들어 왔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그리고 장애인연금 등. 큰 틀에서 보면 법적으로 장애인들의 권리가 명시되고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조금은 살 희망이 만들어지는가 싶었다. 집구석과 시설에 처박혀 살아가던 중증장애인들이 이제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우리에게 법률과 제도적 근거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는 희망이 허상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아무리 권리를 외쳐도, 법률적으로 명시해도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를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으면서, 장애인을 위한다는 정치적 선전은 극대화하고 있다. 장애인은 이명박 정부의 치장거리로 전락하고 있고, 장애인단체들은 운영비와 사업비 지원을 좇아 권력에 줄 서고 있다.

  비마이너 박경석 발행인. [출처: 비마이너]
올해 30회를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의 풍경이 우울하다. 심각하게 후퇴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가 눈앞에 보이는데, 장애인단체들은 여전히 장애인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노래자랑을 하고, 복지부에 줄 서기를 하고 있다.

한번 판을 뒤집을 수는 없을까? 모든 장애인단체가, 모든 장애인이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확 뒤집을 수는 없는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풍악이 크게 울려 퍼질수록, 장애 민중의 고통은 더 깊어만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변혁과 진보는 법률적 명시가 아닌 행동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