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비정규직 차별과 억압을 숨겨놓은 학교

[연속기고](6) 학교비정규직 구조조정 저지로 평등한 학교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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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각종 법, 제도의 문제로 인해 심각한 고용불안과 근로조건의 하락, 저임금의 굴레를 쓰고 있다. 특히 학교는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투쟁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한 사업장에 직종별로 1명씩 밖에 없고, 급식실을 제외하고는 집단성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 내 비정규직들이 서로 공감대를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노동과정 자체가 대다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부차화된 업무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어려운 상황이기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당당히 울려퍼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최소 10년 이상 겪었던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숨겨진 차별과 억압의 기제를 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에 있는 그 어떤 누구의 노동이라 하더라도 결코 부차적일 수 없으며, 실상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야 말로 평등 교육의 시작이라고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학교비정규직의 구조조정을 양산하고 있는 핵심 정세를 살펴보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우리의 현실적 실천 목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비정규직법에 의한 희생자 양산, 현장 투쟁 승리를 넘어 악법폐기로 극복해야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계속 심화되어 왔다. 특히 2010년 2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비정규직법에 의한 “만 2년 이상” 근무자의 무기계약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었다. 따라서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키지 않기 위한 학교 측의 해고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는 상당 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학교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그나마 인정 많은 교장은 다른 학교에 취직자리를 알아봐 주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 안에 깔려있는 본심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중 서울에서도 이 비정규직법에 의한 해고를 맞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학교비정규직의 1년 계약이 마무리 되는 날인 2월 28일의 딱 1개월 전인 1월 27일에 계약만료통지서를 받았다. 바로 목동에 있던 진명여자고등학교에서 8년 간 일했던 교무보조, 12년 간 일했던 시설관리 노동자 2인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인정에 호소하면서 해고만은 다시 생각해달라고 교장에게 찾아가서 탄원을 하고, 호소문을 냈다. 그러나 교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생존이 걸린 호소를 무시했다. 그들은 절박한 심정에서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결국 그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힘차게 투쟁하여 3월 11일 부로 당당히 복직을 쟁취해 냈으며, 현재 학교라는 현장에서는 드물게 수십명의 조합원이 조직되어 있다. 행정실, 교무실, 시설관리, 급식실이 모두 하나의 조직으로 모여 있다. 그들은 이제 학교와의 단체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진명여고 사례는 크게 2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하나는 학교비정규직에게 가해진 비정규직법에 의한 해고의 고리를 끊어내는 길은 바로 현장에서의 투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학교에서 다수의 조직화가 성공했으며, 직종을 넘어서는 단결을 만들어 현실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단초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성과에서 머물지 말고 구체적인 노동조건의 개선과 이를 통해서 모든 학교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로 장기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된 학교비정규직의 힘으로 악법 철폐 투쟁의 전선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턴교사제로 인한 해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운명을 걸고 투쟁해야

이번 2010년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초단기근로계약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올 3월에 재계약은 하지만 그 계약이 6개월, 4개월짜리 계약을 하기도 하는 등의 작태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특히 울산시에서 두드러진 사례로, 역시 사립학교에서 다수 발생했다. 이들이 이러한 단기 재계약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2009년 9월 1일부터 인턴교사제라는 4개월짜리 단기 계약직 제도를 시작했다. 보통 인턴교사라고 하면 교사의 문제로 국한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현재 인턴교사를 사용할 수 있는 직종은 학교비정규직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거의 전 업종에 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들은 이번 초단기근로계약이 종료된 연후에 인턴교사를 채용할 요량인 것이다. 이는 현재 계약이 종료되면서 인턴교사를 채용한 사립학교가 다수라는 점으로 볼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인턴교사제가 학교비정규직에게 가져올 해악은 바로 4개월, 6개월짜리 초단기근로계약직을 일반화 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 마다 한명, 두명 씩 해고되고 있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아직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시점부터 현장 투쟁을 조직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학교가 인턴교사 채용을 위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현장의 노동자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턴교사제라는 제도를 폐기하기 위한 단호한 실천을 전개해야 한다.

2010년 학교비정규직 구조조정 투쟁의 핵심 과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010년은 진명여고 투쟁의 승리로 힘차게 열어젖혔다. 이제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 사회를 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억압의 고리를 끊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학교 내 차별의 분쇄를 위해서, 2010년에 진행해야 할 핵심적 활동 과제는 아래와 같다.

하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일 수 있는 조직을 확대하고, 더욱 더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특히 진명여고 투쟁을 하면서 조직된 급식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많은 학교의 급식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알다시피 조리종사원들의 경우 1년 연봉 245일치 계산이라는 황당한 임금 계산법에 의해 합법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인력도 부족하고 산재의 위협에 시달리며 하루에 12시간도 더 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정당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경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집단성을 가진 유일한 직종으로서, 이들이 단결할 때 학교의 전 직종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이 용이해질 것이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의 단결을 창출하고, 나아가서 사업장을 넘어서는 단결을 만드는 것은 구조조정 정책을 분쇄하는 투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것이다.

둘째, 비정규직법, 인턴교사제,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 등 각종 악법과 구조조정 유발제도에 대한 폐기 투쟁 및 여론 확대 사업을 실천하고, 정부에 문제제기 해야 한다. 이 제도들은 하나같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근로조건의 악화를 유발시키는 정책들일 뿐이다. 이로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일 수 있는 희망의 깃발을 세워내야 할 때이다.

셋째, 현재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는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이하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가 범추위 운영위원으로서 적극 개입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 정책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위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의 의미에 대해서 논했듯이, 진정 학교를 평등한 교육의 공간으로 만들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세상을 알려주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 인턴교사제, 비정규직법 등 악법 폐기와 더불어 급식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한 정책, 고용안정 대책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의 현실과 작은 승리, 그리고 올해 당장 직면한 과제까지 살펴보았다.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주체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지만 평등한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여러 동지들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공간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에 교육주체라면 그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교원평가제 저지, 서울시 교육감 선거 등과 함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교육 주체 투쟁의 중요한 과제이다. 평등한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함께 투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