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노조 대의원 포함 27명이 도박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 영장청구까지 됐다. 지방언론뿐만 아니라 중앙지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언제든지 헐뜯을 준비가 되어 있기에 현대차노조 간부가 낀 도박단이라고 하고 싶었을 것이다. 벌써 몇번째인데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사람이 많다. 누가 누구를 속였는지 모르지만 특수렌즈까지 동원해 사기도박을 하니 주식만큼 딸 확률이 없다.
얼마전 1공장 조합원 한명이 도박에 빠져 카지노까지 출입을 하다가 패가망신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앞 2월인가는 4공장 조합원이 사택 로터리 근처에서 알몸 변사체로 발견됐다. 범인도 잡지 못했는데 노름빚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들었다.
더 오래전에는 2공장 조합원이 옆 동료에게만 귓속말로 도박빚을 갚지 못해 쫓겨 울산을 떠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는데 일주일만에 율리 못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또 노조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인데 출근하자마자 조합원 면담이 있다길래 만나보니 단 하룻밤에 8000만원을 빌려 만원짜리 하나 구경하지 못하고 날렸다고 했다. 자수하여 법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그들을 고소하자고 제안했더니 잠시 생각하고 오겠다고 나가 영영 오지 않았다.
심각하다는 생각에 현대차 조합원들의 도박에 대해 알아보았다. 당시 현대차 조합원 한명을 끌어들이면 1억5000만원을 씌울 수 있다는 공식이었다. 집 팔고 퇴직금 정산하고 대출과 사채를 얻으면 현금 동원이 약 1억2000만원쯤 나오는데 약 3000만원을 다 갚지 못하면 도박 빚 탕감을 조건으로 한명을 도박판으로 끌어들이고 자신은 빠진다는 점조직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었다.
아무나 그 도박판에 따라 나서겠는가. 아마 가장 절친한 동료나 친구를 지옥에 볼모로 넘기고 자신은 살아 도망칠 수 있다. 가장 친한 사람이 적군이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도박판임을 확인했다.
같은 자동차산업인 기아차도 현대차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언론에 드러난 것만 60여명이 연루된 도박단이 걸려 나왔다. 전직 위원장을 만났는데 부도 당시 3조2교대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니 임금은 부족해도 도박은 더 극성을 부리고 가정파탄을 맞는 조합원이 많이 늘어나더라는 것이다. 만약 현대차가 주간연속2교대나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우선 과제가 생활과 의식의 변화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행복한 가정에 대한 교육이 먼저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 주5일제를 하며 현대차 조합원들의 삶은 올바른 방향에서 너무 빗나가고 있다. 연장과 특근이 아니면 못먹고 살겠다니 과소비 고비용의 타락한 삶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우리는 너무 위만 바라보는 어리석은 삶을 살았다. 노동조합을 통해 이룬 물질적 향상은 부자되기 운동으로 착각했고, 활동가들은 서로 더 높은 임금, 더 많은 물량을 따서 부자 만들어주겠다는 미친 경쟁을 민주투사인 양 착각했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로 물량을 가져오면 당선이고 빼앗기면 영원히 낙선이다. 대의원이라도 한번 해볼려면 그 모순과 허구의 노름 속에 빠져야 당선이 된다. 과로사로 죽이고, 죽어도 해답없는 삶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잔업 특근 물량 확보라는 모순된 요구는 노조나 회사가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면 해결된다. 나부터 잔업 특근을 안하고 8시간 노동으로 먹고 사는 길을 찾으면 주간연속2교대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아직도 주식과 도박을 해서 잘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특히 조합원 돈 따보려고 밤새도록 눈알 뻘겋게 굴리는 노조간부나 활동가들부터 정신차리자. 문상을 핑계로 고인의 죽음을 즐기려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