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세계 여성대회 이후 15년이 흘렀지만 당시 체결된 협약은 의도적으로 이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참여의 봄을 맞기엔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의 지구화라는 전체주의 바람이 널리 불어제치고 저항의 공간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을 따름이다. 점점 더 대안적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경험을 통해 ‘저항’과 인간 능력의 대담성을 배운다. 특히나 우리가 장애물을 넘고 이런 경험 속에서 배우고 스스로 강해지는데 있어서 여성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 시민사회 회의에 참석중인 필자의 모습 [출처: 디아고날 Diagonal] |
여성의 실제 권한의 강화(Empowerment of woman) 과정은 여성의 참여, 지원, 투명성과 분리될 수 없다. 게다가 뉴욕에서는 우리가 최근 참석한 바 있는 마지막 저항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제54차 회의에서 베이징 선언 이행 범위에 대해 논의 되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1946년 여성의 권리 신장을 목적으로 창설되었다. 이 위원회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 여성대회(1995년) 이후 각국이 베이징 행동강령(PAB)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나가도록 하는 업무를 위임받았다. 유엔에서 직접적으로 협약 이행을 관리 감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이징 행동강령은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가? 베이징 세계여성대회는 참가국(189개국)간에 ‘(여성의)평등’을 이뤄내기 위해 적용해온 수많은 전략에 대해 최고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마련했다. 당시 국가간 협의사항 중 ‘평등’ 조항 이행에 우선권을 두었다. 이러한 합의는 여성의 상태를 분석하고 목표, 방법, 지표와 협약 이행 세부 기간, 국가적 차원에서 이행해야 하는 12개 행동조항으로 문서화되었다.([역주] 당시 GO회의의 목표는 세계 각 나라의 여성 문제를 수렴해 각국의 관련법을 바꿀 수 있는 최대한의 합의점을 찾아 행동강령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행동강령은 각국이 이를 이행하고 매년 유엔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각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법 제정 근거가 된다. 용어 선택에서 마지막까지 견해차를 보였던 평등의 영문 표기는 절대 동등 개념의 평등(equality)을 채택키로 했고, 행동 강령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은 선진국그룹인 EU그룹과 개발도상국 G77그룹이 서로 절충해 국제적 차원에서 적당한 재원을 동원하고, 모든 활용가능한 재정기구로부터 개발도상국에 새롭고 추가적인 재원을 공여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즉, 여전히 여성의 권리 회복과 경험에 대한 기나긴 과정을 통해 축적된 모든 교훈은 행동강령의 정치적 프로그램과 관련돼 있다. 베이징 세계여성대회는 유엔이 인권에 대해 사회적 기구들과 함께 의제화했던 90년대 정신을 완벽하게 체계화했다. 즉 보편적 인간과 개별적 여성에 대한 인권 개념은 여성 발전을 위한 정치적 노력의 근원이자 원동력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이러한 공간은 시민사회와 국가들 사이에 닫혀졌다. 이에 계속해서 여러 단체 동맹과 사회적 기구가 베이징+15에서 증명해 보인 그대로 저항하고 있다. 베이징+15 선언과 관련해 각 국의 이행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여성 8천 명이 3월 1일부터 12일까지 뉴욕에 모였다. 우리의 참관은 첫날부터 힘겨웠다. 입장 허가를 받기 위해 7시간도 넘게 기다리는 고역을 치렀다. 각 부문별 다양한 토론에 참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처음부터 완전히 무너졌다.
대회 조직의 혼란은 정부의 입김으로서 NGO 기구의 참여를 크게 제한하는 경향으로 드러났다. 이에 NGO 기구는 결정과정에서 투명성이 희박한 각 정부의 이행 사항에 대해 국민들 앞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런 의미에서 각 정부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54차 회의 둘째 날 선언문을 채택했다. 비록 결과자료는 브뤼셀, 뉴욕 등지에서부터 예견된 바지만, 각 정부들에게 NGO 기구들과 사소한 안건들만 협상하고 요구만 듣도록 강제했다. 이 의정서는 NGO만 배제시킨 채 이행과정을 생략했다.
게다가 공허한 선언만 남발했다. 노력은 과대평가하고, 장애물은 무시하고, 국제적 차원의 문제에서 비롯한 문제들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을 보자.
“여성과 아동과 관련해 이룬 진보는 (중략) 불충분한 결과와 더불어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중략) 기후 변화와 같은 경제 금융 식량 에너지 등 세계적 수준의 다양한 위기는 (중략) 국제적 수준으로 협의된 발전 목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략) 또한 발전에 실제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가로 막고 있다.”
유엔의 최고 책임자는 연설을 통해 “더 균등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성장과 발전의 모범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치 부문에서 집중과 전략, 방법을 재이식하고 수정해 나가는” 기회의 순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공식적인 연설은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평등의 새로운 전략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궁색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서 새천년개발목표의 한계는 베이징 행동강령의 적용 정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베이징 행동강령을 실현해야만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부문의 일부 진전이 없지는 않으나 새천년개발목표는 대부분 2015년까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여성의 지위 향상과 저개발국에서 발생하는 모성 사망 감소와 관련된 제3, 제5 목표조항은 더욱 그렇다.([역주] 반기문 총장은 빈곤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으로 2000년 국제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초등교육 의무화 △남녀평등과 여성권익 강화 △어린이 사망률 낮추기 △산모건강 개선 △HIV/AIDS, 말라리아와 다른 질병 퇴치 △지속 가능한 환경 확보 △빈곤 감축 노력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개방 무역과 금융시스템의 진전 모색 등 8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평등의 새로운 전략과 관련해서는 이 개혁에 EU에 대한 과장된 중요성이 부여돼 신빙성 없는 해결책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 해결책은 아무도 떠맡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자금 조달의 문제는 계속해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NGO들은 정치적 ‘쇼’를 널리 알리고 1백 이상의 정부가 이서한 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과정을 다시 시작하고 정치 의제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새천년개발목표를 재점검하는 오는 9월을 앞두고 새로운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내용이 뒤바뀌어 무효화된 협약과 더불어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려내면서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원제] Beijing+15: el avance del retroceso
[저자] 로사벨 아히레고메스꼬르따 Rosabel Agirregomezkorta
[출처] 디아고날 Diagonal
https://www.diagonalperiodico.net/Beijing-15-el-avance-del-retroceso.html(2010.4.7)
[번역] 조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