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복귀...정말 ‘쩐다’
부패한 자들이 부패한 자들을 만날 때
얼씨구! 몇 년 만에 어둠을 뚫고 햇빛 좀 보는가 싶더니 이제 아예 양지 차지하고 앉을 모양이다. 부패 사슬 먹이로 권세와 치부를 누려온 자가 다시 삼성 경영 일선에 복구한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부패한 자들은 부패한 자들끼리 만나는 모양이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난 몇 년간 지낸 어둠이 이건희 전 삼성회장에게는 칠흑이었던 모양이다. 김용철 변화사의 말대로 법조계와 검찰권, 정치권에 무수한 떡값을 뿌려놓은 사람이 무슨 칠흑을 걱정할까. 그리고 그 칠흑이 과연 어둠이었는가. 삼성 자동차의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이 이 건희 전 회장에게는 어둠이요 어둠을 넘어선 칠흑이었는가. 지난 2-3년 동안 그 어둠 속에서 불법 증여,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수십 수백 조원의 자산을 불려온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참회여야 했다.
그 참회는 자신을 IOC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뽑아준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해 할 것이 아니라, 삼성 그룹에 의해 죽어간 노동자와 삼성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감옥에 들어간 사기꾼 등 일반 잡범도 사기범도 아닌 일개 그룹의 총수가 불법, 탈법, 위법, 편법의 달인으로 등극하여 초법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또 다른 불법, 탈법, 위법, 편법의 달인의 은사에 고마워하고 달가워한다면 감옥 안의 경제사범들도 코웃음 칠 일이요 스스로가 경제사범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이 불법, 편법, 탈법, 위법, 초법의 달인들이 벌이는 무대의 장도 아니고 부패한 자들이 부패한 자들끼리 만나 만들어진 쑥대밭도 아닐진대 먹이에 굶주린 하이에나나 돈에 굶주린 달인이나, 모두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뜻 아닌가.
부패한 자들 덕택에 대한민국은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이 되고 말았다. 강자는 약자를 잡아먹어 치우고 약자는 강자에게서 떨어질 낙숫물 몇 방울이라도 받아 마시려고 강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렸다.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하청 기업들을 납품 단가로 들들 볶아대며, 그것도 모자라 불법, 탈법, 편법, 위법, 초법의 달인답게 각종 사기행각으로 긁어모은 총체가 오늘날 초일류 기업 삼성의 모습 아니던가. 약자는 강자의 그늘에 숨으면 마음이 편한 법이라, 그 대중들의 공포와 삼성이라는 판타지를 이용해 그 동안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떵떵거리며 살지 않았는가.
왜 이제 도요타 자동차가 대량 리콜사태로 위기에 처하니까, 삼성 냉장고 폭발사건으로 삼성브랜드의 이미지가 훼손되니까,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인가. 삼성 그룹 전 회장의 경륜이라는 그 천재경영론도 이제는 빛을 잃었는가. 아니면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갇혀 살면서 판도라 아바타에게서 무슨 비술이라도 전수받았는가. 아니면 대단한 검법이라도 배워 글로벌 경영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것인가. 하기야 그동안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쌓아둔 내부자본이 빵빵하고 숱한 사기행각으로 축적해둔 돈이 타워팰리스 고층건물 저리가라 할 정도이니, 그 돈이면 검법과 비술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할 터이다.
자본주의는 그 자신의 모순으로 인하여 삼성 본사건물을 언제든지 뒤흔들 수 있다. 역시 경륜이 있는 짱이라 자본주의의 이러한 모순을 일찌감치 깨달은 모양이다. 2008년에 터진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한 천재 경영론자 다운 식견을 발휘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요즘 항간에 떠도는 시쳇말로 정말 ‘쩐다’. 짱이 없어 삼성 경영이 어렵고 그래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니 정말로 ‘쩌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 말 많고 탈 많던 전략기획실도 다시 가동시켜 이젠 또 어떤 식으로 회사 돈을 횡령할지 ‘쩔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이제는 어둠을 박차고 나와 대통령께 은사를 입었으니 회개하려나. 하지만 부패한 자들이 부패한 자들을 만나면 부패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로 여겨진다. 이미 4대강 사업 운운하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은폐하는 편법의 달인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지 않았는가.
삼성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망하는가. 오십 보 백 보이지만 삼성 말고 대한민국에는 다른 재벌도 있다. 삼성은 제 아무리 발버둥 쳐 봐야 자본주의 안에 살고 있고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다. 2008년 금융공황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경제학자들이 섣부른 출구전략을 경계하듯이 자본주의는 L자 형 장기불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이 자본주의의 자발적인 변화와 위기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달인의 경륜이 통하겠는가. 떡값으로 판사 검사 정치인의 입을 막는 일은 통하겠지만 자본의 모순 앞에서는 턱도 없는 소리다.
아서라! 자본이 하는 일은 딱 한가지다. 노동 착취와 자본 축적. 경영 일선에 복귀하더라도 행여 무슨 사회적 봉사니 똘레랑스니 입에도 담지 말지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삼성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안 봐도 다 아는 일이다. 그 지긋지긋한 3김 시대도 갔는데 왜 이리도 질기게 대한민국 땅 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부패한 땅에 부패한 자 활보하는 것이 무슨 큰 일이겠는가만은 이건 정말, 정말로 너무 ‘쩐다’. 부패한 자들끼리 훗날 상호보증해 주겠다는 밀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검찰청 앞에서 사진 발 몇 번 받다가 법망을 피해 웅크리고 있다가 대명천지에 IOC 위원장 은사와 더불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삼성 그룹의 짱! 만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