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009년 12월 19일 폐막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회의(UNFCCC)는 각국 이해관계의 차이, 책임있는 국가들의 회피 전략에 의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도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내세운 녹색성장 전략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시급한 일이 되고 있다. 이에 공공연맹과 공공노조 소속의 통합환경에너지분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연구 과제로 설정하여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그 성과를 생산하게 되었다. 그 연구결과를 몇 차례 나누어 소개 한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와 전세계의 기상이변이 야기되고, 매일 이 문제에 대한 인류적 위기가 강조되고 있지만 세계의 대응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한국사회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첨예한 상황인식과 문제해결 노력에 상대적으로 둔감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문제는 인류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등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전례 없는 근본적인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의 흐름은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 및 사회생활을 근본적으로 제어하는 전면적인 규제체계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기후변화의 이면에는 현재까지 화석연료에 의존한 인류의 삶의 방식이 있다. 현대문명은 ‘화석연료의 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리하여 오늘날은 중국, 인도 등과 같은 거대한 에너지 소비국가의 등장과 더불어, 석유생산의 피크(the Peak of Oil)가 운위될 정도의 전세계적 에너지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 투기자본의 행동이 가미되긴 하였으되, 국제적인 에너지가격의 끝없는 상승지향은 국제적 에너지생산의 근본적인 수급 비탄력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리하여 전세계의 국가들이 경제생활의 기초를 유지하고, 자국의 발전(개발)을 위해 에너지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위 에너지안보를 둘러싼 격렬한 경쟁상황이 그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에너지위기와 기후변화라는 두 개의 커다란 과제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우리는 독자적인 (화석) 에너지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자급률이 지극히 약하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전세계의 기후변화를 선두에서 주도할 위상에 있지 못하며, 경제발전 단계면에서도 ‘환경’을 앞세워 ‘개발’의 과제를 억제할 수 있는 합의형성이 지극히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두 과제는 우리가 회피하려고 하더라도 회피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근본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상반되는 듯한 두 개의 과제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답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 성장 이념을 발표했고, 녹색성장전략이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상정되었다. 이러한 전략 아래에서 2009년 1월 15일 최상위 법으로서 기존의 ‘에너지기본법’, ‘지속가능발전기본법’, ‘기후변화대책기본법안’을 흡수하면서, 에너지기본계획, 지속가능기본계획, 국토종합계획, 도시계획 등을 통합하는 ‘녹색성장기본법’을 입법하였다.
현재까지 교토 의정서 체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정 당사국 총회(COP)에서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당초 최소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코펜하겐합의」라는 일부국가의 ‘상징적’ 합의를 제외하고 커다란 성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향후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제도는 시간은 지체될 수 있지만 전향적으로 진전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도 장래 의무 감축 대상 국가의 하나로서 어느 형태이든 국제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세계 각국을 에너지 안보로 몰아붙이고, 위기에 따른 자본의 대응은 더욱 적극적으로 에너지 상품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거대 자본과 에너지산업 전반의 통폐합 및 수직 계열화 등이 결국 탄소거래시장 활성화 등 시장주의적인 기후변화 국제제도 형성을 통해 친자본적이고 기만적인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위기, 객관적인 생태 및 환경의 위기가 저탄소, 에너지 저소비,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필연적으로 요구하지만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에너지 자본의 집적과 축적의 기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역시 개발과 성장 위주의 녹색정책으로 귀착할 가능성이 있다. 즉 현 정부는 자본축적의 기회로서의 녹색, 노동자·민중의 직접 부담을 강화하는 방식의 녹색을 하나의 성장전략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전력 정책에서 원자력 중심으로의 선회, 녹색 성장이 4대강개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녹색정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내용 역시 실효성 없는 단기적인 건설부문의 일자리 확대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 국제제도의 형성 및 발전에 대한 대응, 녹색성장 전략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은 노동자·민중의 생존을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다.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산업재편이 요구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부담의 필연적 전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운동 진영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그리고 그것이 미칠 정치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올바른 대응전략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또한 정부의 녹색 성장 전략의 한계와 허구성을 적확히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 관련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그리고 에너지위기 등과 연관된 핵심적 쟁점들에 대해 전략적 인식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자본의 논리로 생태 및 환경 위기를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입장에서, 진보적 입장에서 자본주의가 잉태한 인류와 삶의 문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