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발언에 뒤이어 남북은 2월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열고,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문제)를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이후 금강산․개성공단 실무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제 남북관계는 바야흐로 대결과 경색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소식일까? 아니다. 작년 김대중 북한특사조의단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고, 10월-11월에는 남북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 시기, 장소를 놓고 남북간 비밀접촉이 있었음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관계 개선에 MB정부가 나서게 된 배경과 그 의도가 무엇인가’이다.
우선, MB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정국의 핫이슈였던 ‘세종시’ 문제를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6월 지자체 선거 전에 성사된다면 한나라당의 지자체 선거 승리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선거 이후에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제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게 될 MB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게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MB의 이것 외에 더 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북미간 물밑협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정전협정을 영구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처럼, 미국은 최근 북에 던질 카드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조약 체결, 대북 경제지원’ 3개항을 동시에 실현하는 안을 준비 중에 있다. 또 올 6월 안에 평양에 무역대표부 설치를 추진 중이다. 즉 올 해 안에 북미관계 진전과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MB의 정상회담 추진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여기서 소외되거나 뒤쳐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MB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마냥 휩쓸려다니거나 규정당하는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남한자본의 이윤욕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남북경제교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죠. 북한의 저임금과 자원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더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작년에 보고서를 낸 것을 보면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20-30년 후에는 G7가 맞먹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대통령 자문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김대식 사무처장). 즉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남한 자본은 북까지 남한자본의 새로운 착취와 수탈지로 삼을 수 있다.
이처럼 MB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변화된 상황 하에서, 이 변화 흐름에 남한정부가 주변(종속)변수 신세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장악력을 강화하고, 남한 총자본을 위해 북한까지 착취처로 재편해내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민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처럼 남북정상회담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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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노준의 기관지인 <문제는 자본주의다>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