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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는 낚시다

[연속기고(2)] 학생들이 바라는 건 민주적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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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협의체라고 했다. 그래서 당연히 학생도 있을 줄 알았다. 흔히 교육 3주체라고들 하는데, ‘6자’라고 하니까 자리는 충분할 줄 알았다. 찬성 반대 입장에 따라 적당히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6자리나 있는데 그 중에 설마 한 자리도 학생에게 안 줄까 싶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6자협의체는 정당 둘, 교사단체 둘, 학부모단체 둘로 이루어져 있었다. 학생들의 참여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교원평가를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학생을 배제하고 논의되는 6자협의체의 모습은, 마치 지금 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 그리고 교원평가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낚시성 정책 교원평가

내 주변에도 그렇고, 많은 학생들이 교원평가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교원평가제를 하면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뭔가 제재를 가할 수 있고, 교사들을 학생들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업이나 학교 운영에 대해서 학생들이 조금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시험으로 평가당하니까 너희도 평가 당해봐라." 같은 식의 복수심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죽고 죽이자는 것이니까. 하지만 민주적으로 권력자(교사. 교사가 학교 안에서는 참 말단 같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여하간 권력자다)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욕망, 참여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보통은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 "철밥통 교사가 평가받지도 않고 경쟁하지도 않으니까 교육이 그 꼴이다. 교사들도 평가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같은 식의, 신자유주의스러운 이데올로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교원평가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지지하는 학생들의 욕망은 밑바닥에서 보면 그렇게 잘못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는 잘못된 정책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제대로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책도 아니며, 교사들을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경쟁시키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한 교원평가제는 결국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만족도 조사라는 이름의 5점 만점의 항목별 점수 주기로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얼마나 발언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어느 정도는 교사들이 학생들 눈치를 좀 볼지도 모르겠다. 완전 엉망인 수업은 좀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의 전체적인 모양새를 볼 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효과는 미미하다. 학생들의 평가가 특별히 중요시되는 것도 아니고, 만족도 조사 방식이라는 것은 결국 그것이 일종의 참고자료로만 사용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없이 단지 1년에 한 번씩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는 별다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게다가 정작 커다란 교육정책에 책임을 져야 할 교육관료, 교육감, 교육부장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말단의 교사들만 쪼아댄다고 해서 교육이 크게 개선될 리가 없다.

반면, 부작용은 크다. 교사들이 교원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경쟁하게 되고 그 결과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등의 교사 통제가 강화되기 십상이다. 결국 학교에서 대접받는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잘 올리고, 교장 교감 말 잘 듣는 교사일 것이다. 유식한 척 한자 좀 쓰면 소탐대실이랄까.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하면서 정작 학생들에게는 별로 좋은 게 없고 학생들의 참여를 아주 조금만 보장해주고 있는 교원평가제. 학생 없는 6자협의체에서부터 이미 교원평가제가 어떤 것인지는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교원평가제를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학생들을 낚는 낚시성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학교의 실현

그러므로 나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한다. 동시에, 교원평가제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기저에 깔려 있는 그 욕망은 일면 정당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더 발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학교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욕망이고, 학생들에게 권리를 보장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심각한 입시경쟁의 폐지일 수도 있을 것이고,(입시경쟁이 심각하면 학생들이 여유가 안 난다. 경제가 어려우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민주주의가 잘 안 돌아가듯이.) 학생들의 자발적 조직화일 수도 있을 것이며, 학생회 법제화일 수도 있고, 학교운영위원회 개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교원평가제는 학교운영과 교육에 참여하고 좀 더 힘을 가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욕망도, 교육을 개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만족시켜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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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선진교육에서는 이미 수업중에 교사와 학생간의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상식화 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구태여 제도적으로 학원의 민주니 평등이니를 거론할 필요성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지요...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민주니 자유니 평등이니 정의니 개혁이니하는 개념들은 벌써 통제를 위한 사탕발림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지요...윗물이 흐린데 아래쪽에서 아무리 외치고 몸부림쳐봐야 아랫물이 맑아질까요?...하릴없는 탁상공론 같은 흐름이 부끄럽습니다...어찌되었든 이 글은 맑고 향기로운 청소년의 마음을 보는것 같아 기분은 좋습니다...지도층 인사께서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