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징계 대상자인 부천공고 김진 선생님과 함께 1년을 보내고 있는 부천공고 학생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학생들은 대부분 김진 선생님에 대한 징계 소식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평소 학생들의 말씀을 잘 들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선생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끝까지 행동으로 옮기시는 선생님’이라는 표현 속에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묻어난다.
▲ 징계반대 일인시위 도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진 교사 [출처: 전교조부천중등지회] |
올해 공고로 부임하여 1학년 담임을 맡았다는 김진 선생님은, 1학기에도 방과후 학교의 강제 시행 문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생활규정과 선도규정 등을 이유로 학교 앞에서 한 달이 넘게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또 다른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이런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선생님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진다면 분명 많은 학생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10월 13일 체험학습에 참여하거나 등교거부를 한 학생들은,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자신감만 떨어뜨린다, 공고에 와서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시험을 통해서 얻는 것은 절망감 뿐이며, 이제는 아예 무감각하다”, “성적 공개를 통해 학생 뿐 아니라 학교의 위신마저 떨어뜨리는 시험에 반대하고 이를 폐지하기 위해서 체험학습에 참여했다”고 당당히 거부 이유를 밝혔다.
당일 시험을 본 학생들은 “일제고사 보는 날이나 모의고사 보는 날은 찍고 자는 날입니다. 선생님을 징계한다니, 이건 완전히 강제로 하라는 것이죠. 선생님을 징계해서 학생들까지 꼼짝 못하게 하려는 것인데, 생각할수록 열 받는 일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일제고사 같은 거 앞으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생님을 징계 한다니, 정말 불쾌하고 짜증납니다”라며 일제고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공고 학생들은 이 시험을 통해 기초 미달학생으로 분류되고 이 때문에 강제로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분하고 있었다. “올해 보니까, 기초 미달학생이 한반에 4-5명을 빼고 거의 다였어요. 방과 후 학교는 희망자만 하는 건데, 기초 미달학생은 무조건 해야 하니까 희망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라고 이야기 하며 학교의 강제적인 방과 후 학교 시행에 반대의사를 밝히는 학생도 있었으며 “억지로 시킨다고 공부가 되나요?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으셨죠? 솔직히 생각이고 뭐고 욕부터 나와요”라고 솔직하게 분노를 표현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말처럼 실제 학교 당국은 방과 후 학교에 거의 모든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고 있었다. 한창 싱그럽게 빛나야 할 십대의 나이에 학교에서 가장 자존감의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아이들, 이제는 그 상처에조차 무감각해 진다는 말에 많은 어른들이 얼굴을 붉힐 것 같다.
다음은 징계 대상자인 김진 선생님의 말이다.
“올해 처음 전문계고에 와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학생들을 보면서 화도 많이 났었어요, 그러나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우리 교사들이고, 학교이고,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제고사와 같은 비교육적인 교육정책이 지속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무력함에 빠질 것입니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말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란 진정, 이런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력함에 벗어나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바꿀 용기와 희망을 배워나가는 것. 이것이 부천공고 학생들과 김진 선생님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이 분명할진대 왜 이렇게 갈 길에 멀고 험한지... 설마설마 하다가 우리 교육 현실이 더욱 더 황폐해지기 전에 하루 빨리 다잡아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인터뷰 원고를 마무리하며 ‘학교에 왜 가야하냐’고 묻는 아이의 눈을 피하지 않으면서 떳떳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