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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불량정부 조폭행정

[기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전 위원장 해임무효 판결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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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위) 김정헌 전 위원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 대하여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한 법원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해임처분에 대해 사전 통지하거나 의견제출 기회, 소명기회 등을 주지 않았고 구체적 해임 사유 등도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 이라고 밝혀 당시 진행되었던 표적감사와 강제해임이 명백한 ‘위법행위’였음을 분명히 했다. 해임 당시 “법정 투쟁을 통해서라도 문화부의 부조리한 처사를 바로 잡겠다”고 했던 김정헌 전 위원장의 공언이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임기 초부터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속적으로 코드인사를 위한 물갈이를 해왔다. 그 대상에는 김정헌 전 위원장과 같은 기관장급 인사들 뿐 아니라 본부 소속 과장급 직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직원들의 성향 조사까지 해가며 지난 정권의 주요 사업을 추진해 왔거나 현 정부와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이들을 부당하게 면직처리하고 사퇴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해 11월 6일, 문화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전 관장과 문화예술위 김정헌 전 위원장을 불러 “11월까지 결단을 해달라”며 대놓고 사퇴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김정헌 전 위원장을 해임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렸지만 김윤수 관장은 바로 다음 날 해임되고 말았다. 그리고 문화부는 ‘내부자 고발’을 명분으로 11월 26일부터 6일 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김정헌 전 위원장에 대한 ‘특별조사’를 벌였다.

당시 문화부가 김정헌 전 위원장의 해임사유로 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전시 공간 제공 목적으로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 중 일부를 미술가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임대·운영에 사용했으며, 아르코 미술관의 프로젝트형 까페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했다는 것 그리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을 C등급 투자사에 예탁해 평가손실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위 사유 중 두 가지에 대해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해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으며 문화예술진흥기금의 평가손실 부분에 대해서도 ‘지난 해 경제위기로 인한 주가하락 등을 고려할 때 발생 손실이 내부규정 위반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지난 해 문화부 관광기금은 60억 원의 평가손실을 내었으며, 연기금의 경우 8조 5천억 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화부 감사담당관은 기금 예탁의 책임을 위원장에게 떠넘기는 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문화부 직원들에게 종용하면서까지 모든 책임을 억지로 김정헌 전 위원장에게 덮어씌우려 했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금융시장의 추이에 따라 회복될 수도 있으니 지속 보유하라’는 기금자산운용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김정헌 전 위원장의 해임을 정당화하기 위해 예치금 환매를 강행하여 손실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오광수 당시 예술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렇게 확정된 손실액을 근거로 김정헌 전 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에서 진행된 이 소송에서 역시 ‘규정 위반 및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두 번의 판결을 통해, 유인촌 장관이 불법적인 해임을 자행했다는 사실만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반면, 지난 9월 30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문화부가 예술의 전당에 대한 종합감사를 통해 상당한 부정과 비리를 확인하고도 고의적으로 이를 축소·은폐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감사 결과 예술의 전당 전․현직 경영진이 오페라 하우스 복구공사와 의자 교체 등의 과정에서 업체의 특혜를 봐주기 위해 수십억 원의 국고를 낭비하였으며 김용배 전 사장은 후원금 3억 원을 개인 용도로 유용하였음이 드러나 감사팀이 이를 보고하면서 현직 사장에 대한 해임까지 검토할 것을 보고했음에도 이와 같은 사항들이 최종 처분요구서에는 모두 빠져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한예종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명분도 없이 표적감사를 강행하고 법 절차를 무시한 강제해임을 자행하면서 예술의 전당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해 왔던 것이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7월 경영평가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은 강한섭 전 영진위원장을 ‘어쩔 수 없이’ 해임하면서도 ‘새로운 업무실적을 내기에는 시간이 매우 짧았고 노조문제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했다’며 도리어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인맥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기자브리핑 자리에서조차 애써 책임자를 두둔하면서까지 ‘의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불법행위와 권력 남용을 수시로 자행하고 산하기관의 자율성과 존엄성은 마구잡이로 침해하면서 ‘자기 사람’들만을 중심으로 하여 국정을 파행으로 이끌어가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은 거대한 권력을 가진 조폭집단에 불과하다. 알다시피, 조직폭력배 집단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그뿐, 어쩌다 재수가 없어 법망에 걸려도 돈을 써서 수습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그냥 조직원 중 하나를 희생시키면 그만이다. 아마도 문화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도덕적 타격을 입을지언정 크게 아쉬울 건 없을 것이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이고 문화부가 다시 항소를 할 경우 사실상 복직은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헌 전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해임 취소’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답답한 건 그 때문이다. 역시 이런 ‘불법폭력집단’은 아예 처음부터 ‘뿌리를 뽑고’ ‘싹을 잘라야’ 한다. 그래야 ‘법치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