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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지역에서 길을 묻다

['지역운동 in 수원' 연속기고](2) 왜 노동운동은 독립된 ‘투쟁’ 주체로만 인식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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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시민이다.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갈구하는 자유인이며 그들은 생산자이며 동시에 소비자이며, 여성이며 남성이며 장애인이며 비장애인이고, 집주인이고 세입자이고 때로는 철거민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 되어 노동운동을 하는 순간에도 늘 우리 사회의 전체요구와 무관하지 않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왜 노동운동은 그 모든 것들과 독립된 어떤 ‘투쟁’의 주체로만 인식되는가. 우리의 질문은 거기서 출발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지역운동’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환경, 여성, 인권 등 운동하는 단체치고 지역운동을 이야기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지역운동의 정의와 실현 방안에 있어서는 너무나 많은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주민자치운동부터 생협운동, 풀뿌리자치활동까지 대상이나 목적은 다양하게 세분화되었다. 다만 삶의 공간인 아래로부터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것이 어느 정도 공통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금속노조를 비롯한 많은 노동운동 단체에서는 공식적으로 지역운동을 거론하고 있다. 이 밑바탕에는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돌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역운동을 시발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운동이 고립되지 않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회변혁이라는 운동의 대의가 공장안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공장의 울타리를 넘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기존의 운동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우리가 노동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부터 시작해 우리 삶의 문제 풀어가는 지역운동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노조에서 주장하는 지역운동이 지역연대에 대한 고민보다는 조직화를 통한 조합원 확대와 비정규직이 일반적 고용형태가 되기 시작하면서 사업장 차원의 투쟁이 이전보다 힘을 가지지 못한 점 때문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998년 IMF 위기 이후 전면화 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자 민중의 삶을 극단으로 몰아넣었다. 노동유연화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해고를 야기했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곧 사회적 살인이었다.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비정규직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자본과 정권은 다수의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 저임금노동자와 실업자로 전락시켜 노동자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크게 벌여놓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규직의 안전판으로써 비정규노동자를 세움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대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IMF의 망령이 사라진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이러한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지키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가장 기본적인 투쟁이다. 하지만 점점 커져왔고, 커지고 있는 노동자 사이의 격차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 싸움에 연대하고 노동자운동의 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몇몇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정당한 외침에 침묵을 넘어 구사대로 돌변하는 경우 역시 발생하며 그 간격은 메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이시기 필요한 노동운동은 기존의 관성적이던 운동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된 사회와 변화된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방식에 맞는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투쟁사업장에 대한 몸 대주기식 연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노동운동이 사회운동과 지역이란 공간을 매개로 고민하고 실천하고 새로운 주체들을 형성함으로써 우리는 노동자들 간의 격차 확대와 분열을 막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이 환경운동과 만나고 인권운동과 만날 때, 노동운동이 여성운동과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공장안의 고민과 어려움을 지역 밖으로 펼쳐나갈 때 노동운동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인권, 환경, 여성운동 등이 노동운동과 만날 때 조직된 노동자의 힘은 실천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지난 억압의 시기에 노동자운동은 한국사회의 민주화에서 핵심적인 사회운동이었고,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며 사회전반의 삶을 향상시켜왔다. 그러나 최근 노동운동은 사회변혁보다는 자기안의 운동, 자기만의 활동으로 활동을 축소시켜왔다. 이러한 활동으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지 못함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에 이번 ‘지역운동포럼in 수원’에서 현장을 넘는 사유와 실천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체 사회 변혁을 위해서 여전히 해야 할 몫을 되짚고, 지역과 지역운동과 유기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내고자 한다.

노동운동과 지역운동 포럼, 이렇게 준비됩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만큼 올 해 포럼에서는 우리 지역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주체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몇 가지 과제들을 뽑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지역운동 주체들의 의견을 모으고, 지금 우리 지역 노동운동의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 토론합니다.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본 포럼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노동운동과 지역운동 포럼에 함께합시다!

끊임없이 우리의 삶과 노동의 권리를 빼앗아가고 힘 모아 싸우지 못하도록 하는 오늘에 맞서, 대안적인 세계를 위한 노동자운동과 지역운동의 전망을 밝히고자 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

포럼 일정 : 11월 22일(일) 늦은 4시 아주대학교 법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