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혁명적 상상과 혁명적 실천의 길라잡이

[서평]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김영수, 메이데이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국민이/정부의 신임을 잃었으니/두 배의 노력을 통해서만 이를/되찾을 수 있다고 한다. 차라리/정부가 국민을 해산하고/다른 국민을 선출하는 것이/쉽지 않을까?”

독일의 위대한 문호 브레히트가 1953년 동독 인민들의 봉기를 두고 노래한 시다. 이 풍자는 2008년 우리나라의 촛불집회에도 적용된다. 당시 정부는 명박산성을 쌓고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폭력적.사법적 탄압으로 국민을 해산하고자 했다.

  <민주주의를 혁명하라> 김영수, 2009, 메이데이
이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나라 정치 전반에 대한 상상 혁명을 시도한 책이 나왔다. 앎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을 꿈꾸던 김영수 박사가 금년에 내놓은 『민주주의를 혁명하라!』(메이데이)가 바로 그 책이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촛불시위가 이 책을 쓴 동기이며 촛불시위 참가 청소년.소녀들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한 브레히트의 영감을 받은 듯 진정으로 그가 하고 싶었던 정부와 국가의 해산을 통해 새로운 민주 공동체를 구상하였다. 그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현되는, 권리주체들의 민주주의이다.

저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다른 표현인 대의민주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통제하는 자치민주주의를 구상한다. 이러한 혁명적 구상은 상상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혁명을 위한 저항권 및 소환권과 관련해 그는 헌법효력정지권, 국가기관업무중지권, 국민헌법재판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통치구조로서 입법권, 생활안전권, 권력통제권이라는 새로운 3권 분립을 제창한다.

또한 이 새로운 세 통치부서는 부문대표, 지역대표, 업종대표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차등투표, 순위투표, 기명투표제 등을 제안하기도 하며, 악법에 대한 비합법성기소제도를 제시하고, 만 명까지 가능한 국회의원 수 증가와 정당국보조금 폐지 및 정치인들의 무보수 봉사를 주장하며, 청소년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그의 착상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국가기관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며, 모든 국가기관은 집행기관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의 관심은 통일과 평화 구성으로도 이어져 ‘1민족 2체제 3국가 3정부’라는 획기적인 평화동맹국가론을 고안했다. 유럽연합처럼 남북 체제를 유지한 채 평화와 통일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연합국가를 창설한다는 이 구상은 실로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설명은 질박하면서도 상상과 논리는 웅숭깊은 텍스트다.

그의 상상은 항상 혁명을 동반한다. 혁명적 상상으로 상상은 혁명을 낳는다는 논리가 문장마다 끈끈하게 배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을 요구하며 사람들의 뇌세포를 자극하려는 그의 의도가 훌륭하게 성공할 듯하다.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의 뇌도 그의 자극에 철저히 노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 속에서도 상상의 틈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의 새로운 3권분립 구도에서 생활안전권은 행정권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사법권이 권력통제원에 속한다면 개인이나 비권력기구에 대한 재판권은 어디에 속하는가? 정치인들에게 보수를 주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은 돈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커다란 틈은 국민을 선하고 단일한 주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국민은 단일한 의지를 가진 선한 존재인가?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한편으로 지금까지의 국민을 참된 민주주의를 몰랐던 주체로 가정하고 새로운 상상혁명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국민은 지금까지의 국민과 어떻게 다른가? 이 책의 상상력을 보건대 이러한 과제는 다음 기회에 충분히 풀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리라.

혁명적 상상을 꿈꾸는 자와 상상의 혁명적 실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선한 자극과 희망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과 희망에는 가시적 길도 함께 펼쳐질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정병기 님은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 멀리서

    정병기 교수님 오랜만이네요. 참세상에 좋은 글 투고 바랍니다. 읽어봐야겠네요내용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