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물만골 공동체

[기고] 2009 부산지역 여름 빈민현장활동기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지난 23~27일까지 부산지역 여름 빈민현장활동(이하 빈활) ‘하이파이프’ 라는 이름으로 부산에 있는 철거지역을 돌아보았다. ‘제 2의 용산 참사, 두고 볼 수 없다.’ 라는 기조를 내 걸고 시작한 빈활은 주거권과 재개발 문제를 중심적으로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철거 이후에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 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철거 싸움이 끝나고 마을 자치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물만골 공동체에도 갔다 왔다.


도시 속의 새로운 공간, 물만골

부산 연제구에 속해 있는 물만골은 부산시청, 경찰청, 검찰청, 법원 그리고 부산에서의 도심인 서면과도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도심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물만골은 도시와 다른 자연환경과 삶을 방식을 가지고 있다.

시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오는 순간 10분 전의 부산의 풍경이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는 기분 이였다. 숨 막히는 도심 속의 더러운 공기에 익숙해져있던 코가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산 밑의 마을이라 풍경 또한 너무 아름다웠다. 작은 도랑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고, 마을 이곳저곳에는 나무가 심어져 집과 잘 어울려 숲을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마을, 물만골 공동체

마을에 도착하여 빨리 짐을 풀고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 정경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마을 간사님께 물었다.

“부산 속에 이런 자연환경을 가진 동네는 처음 봅니다. 무슨 비결이 있습니까?”
“허허, 물만골은 철거 싸움 이후에 마을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가꾸고 자치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만골은 6.25전쟁시 군사기지로서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다른 재개발 지역과 마찬가지로 철거의 위험이 닥쳤다. 당시 많은 재개발 지역에서는 경찰, 용역, 건설업자의 횡포에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거나, 마을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물만골은 철거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을 공동체가 붕괴 되지도 않았고 마을 주민들이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 비결은 마을 주민들이 재개발사업에 반대하며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마을의 땅을 공동으로 매입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마을 공동체를 꾸려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꾸려나가게 되었다.


여럿이 함께!

마을을 둘러보면 ‘물만골 사랑방’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외부 사람들이 방문하였을 때 숙소로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빈활 대원들 또한 단지 외부인의 숙소로 착각했다. 하지만 물만골 사랑방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 곳이었다.

물만골 사랑방에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 중앙에 ‘여럿이 함께’ 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단지 외부인 숙소로 알고 있었는데 물만골 사랑방은 여럿이 함께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마을 위원장님에게 물어보았다.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데 있어서 서로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마을 위원장인 제가 이 집을 내놓는다면 다른 마을 사람들도 자신이 소유 한 것을 나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물만골 사랑방을 저는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대안 공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지금은 단지 외부인의 숙소로만 생각되어 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오실 때는 이곳이 많이 변해 있을 거예요. 집의 담장을 허물어서 마을 주민 뿐 만 아니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그리고 빗물을 받아서 이 집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조성 할 것입니다. 모든 자연을 재활용하면 우리가 쓸데없이 물, 전기, 가스 등을 낭비하지 않게 되잖아요? 또 우리 마을이 생태 마을인 만큼 사랑방에서는 생태적인 규칙을 만들 겁니다. 가령 예를 들면 세제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 샴푸 대신 천연 비누를 이용하는 것을 규칙으로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물만골 사랑방을 생태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만들 뿐 만 아니라 마을 전체를 ‘사랑방’과 훈훈한 정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안에서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생활협동조합, 마을이 단지 잠자고 쉬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삼림을 마을 주민 스스로가 꾸미는 것 등 물만골은 여럿이 함께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곳 이였다.


여럿이 함께 살자!

현재 물만골은 마을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숲을 지켜가고 있는 마을 자치 공동체이다. 아직 많은 것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다음에 다시 올 때는 마을이 또 새롭게 변할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물만골 공동체는 보여주고 있다. 마을의 사랑방의 모토인 ‘여럿이 함께’ 라는 말처럼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의 방식을 성찰하고 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말

위 글은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부산지역 빈민현장활동에 참여한 배성민(대학생,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님의 글입니다.

  • qnseksrmrqhr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여 이루어낸 모범적인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