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5.18과 도청 그리고 노동과 인권이 실종된 광주

[질주] 혁명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다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광주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지가 수 년이 흘렀지만, 광주를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군부독재를 상징으로 하는 1980년 5.18을 관통하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을 뒤돌아보면 한국사회에서 상징성을 가지는 인권과 문화 예술의 도시라고 하는 광주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게 만들었으며,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광주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광역시도 중 광주가 실업률 3위라고 한다.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운운하면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유린되는 상황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이 광주의 현주소이다.

흔히들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야기할 때 5.18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나는 나무’라고. 그러나 지금 광주는 자유의 숭고한 피가 자본의 마력 앞에 검붉은 자본의 흡혈로 둔갑해 민중의 삶을 나락의 길로 내몰고 있다.

1980년 5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선배열사들의 영혼이 깃든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은 단지 아시아문화의 전당 신축과 관련한 단순한 낡은 건물의 철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누가 뭐래도 광주가 지켜야 할 광주정신의 근본이며, 광주의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낡은 건물의 철거라는 아주 단순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과 보존을 위한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오로지 법원의 문서 한 장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광주시가 지역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전무함을 보여 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및 방해물 수거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도청 철거와 보존을 위해 법적공방을 넘어 물리력을 동원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시아문화의 전당을 신축하기 위해 구도청을 철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구도청은 문화재의 가치뿐 아니라 역사의 보존되어야 할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구도청 철거와 보존을 위해 법원의 판결문을 들고 대집행을 강행하려는 짓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촌극이다. 지금의 자유와 민주가 누구의 피와 투쟁의 결과물로 이뤄 놓은 값진 투쟁의 산물인데 그것을 법원의 가처분 신청서 한 장으로 철거와 보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1980년 5월 대동 세상이었던 광주는 이제 더 이상 대동의 세상도 혁명의 도시도, 항쟁의 도시도 아니다. 다만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복무하는 경쟁과 효율로만 움직이는 기계화된 도시가 되어버렸다.

  로케트전자 투쟁 600일 촛불문화제 [출처: 질주]

광주에는 상시고용 노동자가 500인이 넘는 곳이 불과 5군데를 넘지 않는다. 광주인구는 120만에 이르며 이중 조직된 노동자는 불과 5만을 헤아린다. 이런 취약한 구조 속에서 노동자 세력화의 꿈은 애시당초 먼 나라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광주시가 노동자에 대한 천박한 수준이 어떤 지경인가를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하계 U 대회 유치와 관련 13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3월 8일 광주시청에서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동자 24명이 해고를 당했다. 5,60대 대부분 고령자이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세계여성의 날 해고시켰다. 무려 410일을 투쟁하고 2009년 3월 말까지 복직에 합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13만 4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광주시의 새빨간 거짓말은 노동자 서민 생계대책과 무관한 공원개보수 및 조경 사업, 조명탑, 청사 개보수와 홍보사업에 수백 억에 이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광주시는 시청 앞 미관광장에 공원개보수 작업에 약 110억의 예산을 투자해서 멀쩡한 공원을 파헤치고 갈아 엎고 있다. 110억 원이면 55명의 노동자를 10년 동안 고용할 수 있는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그뿐 아니다. U 대회를 유치를 위한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은 또 어떤 것인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그뿐 아니다. 광주시는 문화와 인권의 도시라는 광주에서 일어나는 인권과 문화 유린 사건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성빈여사 집단해고, 광주시청비정규직 집단해고 등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 대책은 중앙정부 교부금 감소로 복지예산의 소폭운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으로 노동자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광주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광주시의 입장은 없을 무 그대로다. 수수방관을 넘어 노동자 해고에 앞장서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해고 600일째를 맞고 있는 로케트 전기 해고자 2명이 철탑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도 벌써 45일이 넘어가고 있다. 악랄한 로케트 자본은 노동자에게 족쇄와 같은 고소고발과 손배가압류를 16명의 노동자에게 제기해 놓았으며, 임신 중인 여성해고자까지 고소하는 패륜적 행태를 저지르기도 했다. 집회 장소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질서유지인 명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악덕 기업에 대해서는 시와 지방 노동청의 관리 감독은 전무한 상태이다.

  로케트전기 노동자의 고공농성 [출처: 질주]

금속노조 광양지역지회 해고자 4명도 500여 일을 훌쩍 넘겨가며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거부하고 노사 산업평화선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포스코 자본의 민주노총 사업장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포스코 자본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내하청업체의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별 노조로 전환, 항구적인 노사산업평화선언을 통한 무쟁의와 교섭권 위임 등을 강요하고 있다. 포스코가 사측의 요구를 거부하면 계약인원과 계약기간을 축소하고 저 단가 계약을 맺어 불이익을 주고 있고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약 25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 잉여금을 쌓아놓고 이 가운데 10%를 사회에 환원하면 고용창출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충분히 나설 수 있다.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운송료 30원 인상을 요구했다가 78명 전원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았다. 사측이 휴대폰 문자로 전원해고를 통보했다. 문제는 이번 해고가 미리 기획된 해고였다는 것이다. ‘화물운송료 인상’과 ‘2008년 단체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던 화물연대 광주지부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 57명은 사측이 투입한 대체차량을 막는 과정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다.

화물연대 금호지회는 노조가 운송료 인하불가 방침을 철회하고 사측이 제시한 7% 인상요구안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는데도 사측에서 운송거부와 대체차량 투입 저지로 발생한 비용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묻기로 해 협상이 결렬됐다. 현재 주전사인 대한통운이 임.단협 협상에서 완전히 빠지고 허수아비 역할만 하고 있는 운송사 대표가 협상주체로 나서고 있어 대한통운이 합의서를 무시하고 화물연대를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40여 차례 이상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사항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동결과 휴무 시 연월차 사용 의무화”를 요구했지만 분회가 거부한 상태다.

금속노조 광전지부 금호타이어지회도 성과급 지급 문제와 차별시정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비정규직 2명의 문제로 투쟁중이다.

광주시 서구청 재활용품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체인 수진환경은 2007년 임.단협 협상을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공공노조 수진환경 분회는 서구청과 수진환경의 계약이 올 연말로 만료됨에 따라 재활용품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의 공공성 강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민간위탁이 낳은 폐해들이 하나둘씩 고스란히 우리들의 목을 조르고 서민들의 목을 향해 진격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반격의 카드는 이명박 심판과 해고자 복직, 도청별관 사수, 노동열사 정신계승 등으로 압축된다. 해고.실업.빈곤 없는 광주 만들기 차별철폐 대행진단은 이미 22일부터 24일까지 광주지역 일원을 돌며 ‘MB 심판’을 위한 돌다리를 놨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실업,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 노동의제를 사회의제로 만드는 ‘5.1절 선언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대정부 및 대지자체 요구사항을 담은 각계인사 119인 선언과 1만 인 범시민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특히 로케트전기와 대한통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간다는 입장이다. 5월 16일에는 전국의 노동자들이 광주로 총 집결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자대회를 범국민 촛불집회로 만들어 이명박 심판과 도청보존 문제를 전국적으로 이슈화할 방침이다. 18일 이후에는 노동계가 중심이 돼서 노동현안과 지역현안을 아우르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5.1절과 전국노동자대회가 6월 총파업투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총력투쟁을 벌일 태세다.

광주지역의 문제는 광주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광주의 현주소는 너무나 암울할 뿐이다. 노동과 인권이 사라진 광주는 혁명의 도시라는 말이 너무나 무색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5.18과 민주와 인권 그리고 혁명의 대변되는 광주의 노동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가 가장 극렬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물러설 곳도 없다.

그래서 광주의 정규직 노동자의 취업비리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악랄한 기업과 가장 절박한 노동자의 접점이 형성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찾자. 진보의 문제는 이제 허공에 팔뚝질하는 것이 아니고 단 한명의 노동자라도 그 노동을 존중하고 그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줄 때 진보의 가치를 드높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천천히 죽을 만큼 천천히 진보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30년 노동운동의 빠른 질주가 지금의 문제를 만들었다. 성과주의 그리고 패권적인 노동운동의 기틀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면 지금은 무엇을 할 때인가?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본연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접점이 형성되는 곳에서 착취당하지 않는 노동의 권리, 바로 즐거움이 있는 노동을 만드는 것이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바로 운동이 아닌 문화의 접근 방식이 새로운 진보의 물결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된다. 동네 식당 아주머니들의 최저임금을 걱정해주고 동네 편의점, 주유소 아르바이트의 노동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진보의 해법이 아닐까? 함께 꿈꾸는 대동 세상 이것이 바로 5.18의 정신이었다. 그래서 광주가 찾아야 할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광주에 안에 있다.
덧붙이는 말

비정규노동자 및 장기투쟁 노동자들이 진보신당, 비정규없는세상만들기,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4월 21일부터, “너희가 아닌, 우리의 세상을 향한 질주”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합니다. 대학교수부터 블로거까지, 다양한 미디어 활동가들로 이뤄진 미디어행동네트워크, "미행美行"이 그 여정에 동참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 이 듣보잡은 또 뭐야

  • 미완의혁명

    혁명이 되려면 그 혁명이 모든 인민들에게 권력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했어야지만 혁명이라 칭하게 되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독재에 대한 저항은 평가할 수 있으나 그 저항으로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소수의 기득권들에게 권한을 쥐어주고 정신마져 빠았겼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러므로 518은 혁명이 아니라 미완의 저항이었다고 평해야 한다.

  • 123

    미완의혁명그말이맞을수도 있겠지만
    넌 또라이다 곱게포장한 아스팔트위에 볼록튀어나온
    돌맹이같은인간 종자가퍼지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