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투쟁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기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메뉴보기: 클릭하세요. V

나는 이번 대의원대회 직전에 공개적으로 대의원대회에서 내가 주장하고 제안할 바를 글로 써 여러 진보 언론들에 기고했다. 고맙게도 진보 언론들이 모두 내 기고글을 실어 주었고 덕분에 대의원대회 때 만난 여러 활동가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공감 덕분에 내가 대표 발의한 ‘비정규법, 최저임금법 개악 등 MB 악법 저지를 위한 파업 확정의 건’에 대한 현장 발의에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은 48명의 대의원이 서명해 주었다. 서명에 동참한 대의원 대부분이 대의원대회 당일 현장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동참해 주셨는데, 이것은 현재의 엄중한 정세에서 민주노총 내의 투쟁 의지와 열의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면을 통해 투쟁의 의지를 표명해 준 모든 대의원 동지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에게 이번 대의원대회는 당면한 이명박 정부의 공격에 맞서는 투쟁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물론 한편 아쉬움도 남긴 자리였다. 그래서 이번 대의원대회 때 투쟁 계획 안건을 제안했던 대의원으로서 대의원대회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의견을 피력해 보려고 한다.

이번 대의원대회 분위기는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악 강행 처리 의지를 밝히고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직 노조에 대한 무력화 공격을 벌이고 있고, 곳곳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열린지라 꽤나 진지하고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면한 치열한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지도를 맡겠다고 나선 임성규 비대위원장 등 임원들 대부분이 80퍼센트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당선한 것도 지금 민주노총의 구심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반영했을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임성규 위원장 당선에 대해 ‘강경파’의 등장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이번에 당선한 지도부 전체의 성향을 놓고 보자면 딱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다. 신임 지도부는 상대적 좌파와 우파가 모두 포함된 ‘통합 지도부’이다. 하지만 신임 임성규 위원장이 속한 경향이 그동안 이전 지도부가 속한 경향보다 상대적으로 투쟁을 강조해 온 것을 두고 이렇게 보도했을 것이다.

임성규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는 4월의 모든 투쟁을 5월 메이데이로 집중해 10만 명이 참가하는 ‘노동자 총궐기’를 조직하고 이어서 6월에 ‘국민 총궐기’를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또 4월 국회에서 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악 등의 본회의 통과를 시도하면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노학연대 투쟁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계획의 성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임성규 위원장의 말처럼 지금은 “이보다 더 강력한 투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날 제출한 계획에서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출되지 않은 점과 특히 구체적인 파업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이날 민주노총이 제안한 계획에는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 조직만 매우 강조돼 있었다. 이 때문에 대의원대회 시작부터 공공운수연맹 대의원들로부터 특수고용직 노조 무력화 등에 대한 민주노총의 투쟁 의지를 천명해 달라는 요구들이 제기됐다.

임성규 위원장은 나와 48명이 함께 발의한 파업 조직 건에 대해 이것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이미 확인이 된 바이며 산별대표자회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정말 중요한 것은 파업 선언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제기한 안건이야말로 바로 이 주장이었다. 그래서 6월 파업 성사를 위해 1월 대의원 대회 때 결정된 바 있는 계획을 실행할 것, 즉 4~5월 파업 찬반투표 등을 조직하며 지금부터 현장을 조직하고 메이데이 투쟁 때 파업 선언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활동 속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4월 악법을 강행하려 할 때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을 중집이나 산별대표자회의에 넘기기보다 최상위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하자는 것이었다.

강력한 투쟁

이 안건에 대한 토론 때 민주노총 중집의 일원인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저임금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성을 절절하게 얘기하며 대의원대회 자리에서의 파업과 파업 조직화 계획 확정이 더 실질적이라고 주장하며 찬성 발언을 했다.

파업 결의만 해 놓고 또 ‘뻥 파업’이 되면 어쩌냐는 견해도 있었지만, 한 금속노조 대의원은 ‘뻥 파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지도부가 강력한 파업 의지를 보여 주며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누구도 강력한 파업 계획 마련과 결의를 직접적으로는 반대하지 않았다.

임성규 위원장은 이런 대의원대회의 분위기 속에서 ‘4월에 반드시 총력 투쟁을 할 것이고 5월 메이데이를 조직화하면서 만약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판단하면 메이데이 집회 때 파업을 선언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처럼 진지한 분위기에서 투쟁 계획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회의 정족수를 확인하라고 거듭 큰 소리로 재촉한 한 현대차 소속 정연철 대의원의 태도는 유감스러웠다. 이런 논의가 못마땅해서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듯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안건 상정 순서를 정할 때 투쟁 계획을 지도부 선출보다 앞서 배치하는 것이 옳았을 것 같다. 실제로 한 대의원이 대의원대회 초반에 투쟁 계획 안건을 임원 투표 안건보다 앞서 처리하자는 안건 회순 변경안을 냈었으나 43퍼센트의 지지로 아쉽게 부결돼 논의 순서를 바꾸지는 못했던 것이다.

결국 정족수 확인 결과 성원 미달로 대의원대회는 곧바로 유예됐다. 그러자 민주노총이 좀더 강력하고 분명한 투쟁 계획을 제시해 주길 바랐던 대의원들에게서는 다소 실망의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을 봐 가면서 하겠다는 식의 말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결의하는 자신감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임성규 위원장의 말이 정말 내실있는 파업 조직화를 위한 신중함이었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등의 표현처럼 ‘민주노총이 위기일 때마다 강경파가 등장해 투쟁을 강조하는 것은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위기 관리용이며 그동안 이것이 반복된 패턴이었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보기 좋게 날려버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대의원대회 분위기는 내가 참가했던 1월 대의원대회 때보다 참가한 대의원들의 투쟁 의지가 분명히 더 두드러지게 표현됐다. 이것은 물론 경제 위기 속에 고통전가에 분노하며 투쟁을 기대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본격적인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지난해 촛불 운동, 그리고 올해 용산참사 항의 운동의 퇴적물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더 강력한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크다. 게다가 온갖 부패와 추문으로 연일 환멸을 자아내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 위기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과제는 이제 현장에서 고통전가에 맞서며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과 투쟁을 적극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이정원 님은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입니다.

관련기사
  • 조합원

    언제부턴가 "왜 못하냐, 왜 안하냐"식의 비판만 강조하는 글이 많았는데, 자신의 주장을 흔들림없이 강조하면서도 차분하게 쓰신게 개인적으로 맘에 듭니다. 예컨데 앞에서는 총파업하자고 주장하고, 총파업에 대한 이런저런 고려지점을 말하는 사람에겐 투쟁의 의지가 없느니, 투항주의라느니 깍아내리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런 실천과 조직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았습니까(물론 과거 총파업주장했던 모든 분들이 다 이렇다는 건 아님) 대의원들, 활동가들, 조합간부들이 먼저 결의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할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실질적인 총파업을 준비하고 성사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역시 말보다 실천.

  • 금속서울조합원

    현장에서 파업을 조직함에 있어서도 가장 선차적이고 중요한건 위원장을 위시한 지도부의 의지라고 봅니다. 위원장이 구속과 탄압을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히면 파업 조직에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수 있겠죠. "뻥파업"이라는 표현에는 조직과 조합원 대중에 대한 신뢰의 결여 같은게 느껴집니다. 과거의 털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현재의 전진과 실천에 족쇄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96년 겨울, 총파업 조직을 위해 현장 활동가들이 분투하고 있었던 반면, 당시 권영길 위원장의 동요하고 주저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정말 뚜껑열리게 했죠. 임성규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관심이 쏠려있고 정권과 자본가들도 주목하고 있는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에 대한 명확한 결의를 천명하는게 좋았을텐데...그가 이석행씨보다 더 전투적일지는 두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