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2010 지자체는 진보신당 틀로 공동대응"

[진보전략회의 토론회 기고] 박진희 진보정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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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전략회의는 오는 24일 오후 3시30분 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진보좌파정치는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나(1)’를 토론한다.
주된 토론 지점으로는 △민주노동당 분당의 의미와 진보신당 △사회주의노동자당준비모임의 행보 △진보좌파 이념의 재구성 △진보좌파운동의 혁신과 현재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동행동’ 등이다.
이날 토론에는 고민택 사회주의노동자당준비모임 활동가,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 김현우 진보신당 정책위원, 박영균 진보평론 편집위원, 박진희 진보정치포럼 대표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민중언론참세상’은 발표자의 견해를 미리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아래는 박진희 진보정치포럼 대표의 글이다. 발표자의 글이 도착하는 대로 게재한다.
- [편집자 주]


들어가는 이야기

1. 민주노동당 분당의 의미와 진보신당에 대한 생각들
1-1. 분당의 원인에 관한 평가


노무현 탄핵 사태에 힘입어 10석이라는 원내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외형상으로 진보정당운동의 신기원을 세웠던 민주노동당은 2004년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소수 전략’으로 표현되었던 민주노동당의 원내전략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부재로 구호로만 남았고,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

일심회 사건, 민주노총의 연이은 부패 스캔들과 함께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조차 급락했다. 2004년 4월 총선 직후인 7월까지 민노당 지지율은 17% 이상의 고공행진을 지속하였으나 민주노총 산하 기아차노조 채용비리(2005.1)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2005.2) 직후 지지율은 10%대로 하락하였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2005.10) 이후 8%대로 하락하였고 북핵문제(2005.9~12)와 일심회 사건(2006.10) 이후 지지율은 6%대로 급락하였다.


17대 대선 후보 선출과정과 선거 결과는 민주노동당 내의 좌우 동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노동귀족화로 인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유명무실화 되었다. 2007.12 대선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의 20% 정도만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을 정도였다.

좌우파를 민주노동당의 틀에 묶어 둘 수 있었던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는 전체 노동자의 5%에 불과한 대공장 정규직 위주의 조직노동자만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한계와 그런 민주노총 간부들에게 사실상 진보정당의 노동정치를 위임했던 민주노동당의 한계 때문에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분당하는 길만 남은 상황에서 분당의 명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종북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패권주의(당권의 독식에 대한 좌파의 반발)가 기폭제가 되었으나 내재적으로는 민주노총의 이익집단화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전망이 사라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1-2. 진보신당연대회의에 대한 평가

국민승리21부터 10년 동안 전제해 왔던 '민주노총=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배타적 지지를 벗어나 비정규직 노동자, 도시서민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찾아 나선 모험적 시도가 진보신당연대회의이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진보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법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자 기반을 찾아나서야 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아닌 새로운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등과 통일'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표방해야 했다.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진보신당연대회의의 4대 가치야말로 진보신당이 어디에서 지지기반을 찾고 있는지, 당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생활정치, 푸른 진보'라는 심상정 당대표의 슬로건에 함축되어 있는 바이기도 하다.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삼아야만 분당의 명분도, 의회진출의 가능성도 살릴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당 이후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전망이나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1년을 소진하고 말았으며 2010년 지자제 선거일정에 쫓기게 되었다. 2010년 지자제 선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시 체제였던 당조직에 대한 정비가 불가피했고, 재창당은 사실상 2010년 지자제 선거준비를 위한 당조직 정비 수준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노회찬 대표체계가 단적으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당조직 정비과정도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어떤 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모호한 상태에서 선거 준비만 강조되고 있으며 당의 지도력을 구축할 만한 중심적인 역량도 갖춰져 있는 않은 상태다.

진보신당연대회의는 지난 1년 동안 분당의 명분과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기존의 진보정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으로서의 가능성도 아직은 입증된 것이 별로 없다. 이처럼 당의 초석을 튼튼하게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지자제 선거준비 체제로 이행함으로써 2010년 지자제 선거의 결과 여하에 따라서 진보신당이 표방한 가치와 지향은 다시 한 번 커다란 정치적 시련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준비모임의 행보에 대한 평가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준비모임(이하 ‘사노준’으로 약칭)이 아직 실천을 보여주지 못한 초기 단계여서 장차 만들어질 사회주의노동자당이 기존 진보정당들과 어떻게 다른 지를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동안의 궤적을 살펴보노라면 몇 가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결국 실패로 판명되었는데 새로 건설되는 사회주의노동자당에서는 어떻게 극복 가능한 지를 여전히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사노준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 만들게 될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정당법에 따라 선관위에 등록하는 당이 아니며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의회에 보다 많이 진출하고 나아가 집권’까지 목표로 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선거와 의회전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합법적으로만 정당활동을 해야 한다거나 선거를 통해서만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 민주화 과정 속에서 확장된 제도정치 영역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제도정치 영역에서 적극적인 정치실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것은 의회주의로 경도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노총 조합원 가운데 당원은 항상 전체 조합원의 5%를 넘지 못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노동자 정치활동이 민주노총 상층 간부들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버린 것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의회와 지방자치라는 제도정치의 밖에서 노동자 정치활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어떻게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지를 선언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보여주길 사노준에게 기대한다.

둘째, 사노준이 건설하려고 하는 당은 일견 대중정당이 아니라 활동가정당으로 보여진다. 사노준은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부르주아 선거제도의 틀 안에서 선거에 의한 집권을 주로 하는 의회주의정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당”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중심 활동은 “대중 자신의 직접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며, “대중 자신의 자기권력화, 즉 대체권력을 창출하는 것이 사회주의노동자당 활동의 중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노준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의회주의 진보정당들을 비판하며 첨예하게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직접 투쟁을 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의회주의적 진보정당들과의 공조를 통해 선거와 의회 공간을 활용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사회에 걸맞은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위상과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노준은 보다 구체적인 제시를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의 사노준은 사회주의 정파들 간의 공동적 토론과 실천을 위한 협의 테이블처럼 비친다. ‘대중 정치선전 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든다거나, ‘제 사안에 대한 일상투쟁을 강화’하거나 ‘밑으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함께 조직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노준이 정파들의 연대체가 아니라 당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지금과 같은 협의 테이블 수준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기존의 정파적 멤버쉽을 폐기하고 당적 위상과 질서 속에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이야기

3. 진보좌파 이념의 재구성 문제
3-1. 평등, 생태, 평화, 젠더 등의 상호 관계


자본주의가 파생시키는 사회적 모순은 노자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과 생태, 평화, 사회공공성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의 문제 등이 모두 현 시기의 자본주의가 낳은 모순이며 반자본주의 운동의 동력이다. 따라서 평등, 생태, 평화, 젠더 문제들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며 나타나는 구체적인 모순의 양상을 파악하고, 피해 당사자들이나 각각의 운동 영역을 반자본주의 연대전선으로 모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3-2.‘노동자계급 중심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주변 세력에 대한 비판과 선언을 통해서 관철되지 않는다. 전략과 실천을 통해 침전되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중심주의’를 표방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동맹세력으로부터 자신을 정치적으로 분리·정립하는 한국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의 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노동자계급 내부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이 심하고, 기존의 정치운동과 노동운동은 5% 정도의 조직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 왔을 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경계를 뛰어넘는 노동자계급 자체의 재구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은 노동자계급 중심주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때가 왔다.

3-3. 노동운동, 사회운동, 정치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주화운동 시기에 표방했던 사회적 보편가치를 상실하고 이익집단화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진보운동이 위기에 처한 핵심적인 원인이다. 사회적 보편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을 구체화시킬 계획과 실천을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운동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운동 주체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대변화에 조응하는 운동 전망을 대중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4. 정치운동과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하는가

지금은 정치운동이 지도적인 역할을 형성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각종 부문운동이 파편화되어 있는 상태다. 정치운동이 중추가 되고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비롯한 부문운동들이 팔과 다리가 되어야 한다.

운동의 급진성을 복원하고 변형시켜야 한다. 체제내화 되지 않는 운동의 전망을 다시 세운다는 의미에서 급진성을 복원해야 하며, 급진성을 단순히 전투적인 실천 양태로 제한하거나 특정한 운동영역의 문제로 가두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급진성의 변형이 필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급진적인 전망과 실천들이 서로 교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제도정치적 공간에서의 정치실천과 사회운동적 실천이 서로 발전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마무리 이야기

4. 향후 진보좌파운동의 나아가야 할 길
4-1. 진보좌파운동의 혁신을 위해 가장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구호 수준을 넘어서서 변혁 전망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정치, 사회, 경제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개조방향을 제출하고 이에 맞추어 각 영역의 투쟁전선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를 포함한 실천 계획을 구체화시키며 내용성을 채워야 한다.

4-2. 보궐선거, 2010 지자제 선거에서의 공동대응

사노준의 위상이 대중정당이 아니라면, 사노준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대중정당들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직접 투쟁을 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선거 시기에 의회주의적 진보정당들과 합작해서 선거와 의회 공간을 활용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0 지자제 선거에서는 진보신당의 틀로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좌파세력들의 헤게모니 강화라는 목표 속에서 선거 공동대응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진보신당은 열린 자세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 진보당원

    진보신당의 노골적인 우경화...

    한나라당보다 심하다 ㅎ

  • ㅋㅋㅋ

    진보당원/노골적 우경화(?)
    우리민족제일주의 당인 민주노동당보다 더 할 까?

  • 선장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진보신당도 자신들의 틀이 변화,발전하지 못하면 진보일 수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