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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가 연쇄살인범이라면 국가는 집단살인범

[기고] 사이코패스‘들’을 위한 재개발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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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KBS가 연쇄살인범 강 씨의 얼굴을 공개하고 강 씨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그런데 헷갈린다. “야, 이 살인마 우리 엄마 살려 내!” 이거 누구 보고 하는 소릴까. 강 씨인가, 이명박 정권인가.

MBC 뉴스데스크도 용산 참사보다는 강 씨 사건 방송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강 씨가 죽인 사람들이 6명이고 용산 참사로 죽은 사람도 6명이다. 차이가 있다면 경기도 일대에서 죽은 사람은 강 씨 개인이 죽인 것이고 용산에서 죽은 사람은 국가와 재개발업자들이 죽인 것이다. 중요한 차이가 하나 더 있다. 경기도 일대 살인사건이 강 씨에 의한 연쇄살인이라면 용산 참사 사건은 국가에 의한 집단살인이다. 물론 두 가지 사건 다 자연사가 아닌 다음에야 죽지 않았어도 되었을 죽음, ‘사회적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강 씨의 연쇄살인사건이 용산 참사 사건을 대중들의 기억과 의식에서 밀어내고 있다. 국가에 의한 집단살인이 분명한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과연 강 씨 만이 사이코패스인가 하는 것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싸이코패스의 문제는 강 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연쇄살인범의 원조 격인 김대두, 살인일지까지 썼던 온보현, 정두영, 유영철만이 과연 싸이코패스인가? 5억에 가까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강 씨나 개발이익 5억3000천만 원을 챙기기 위해 용산 참사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용산 재개발 조합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서울시 개발 및 재개발을 통해 개발이익금 5억3000천만 원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서울 시장 자리를 한 번 더 해 먹으려는 오세훈 서울 시장 권력자나,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 명박 대통령은 살을 에는 그 추운 겨울에 멀쩡한 사람들을 난데없이 죽음으로 몰고 간 용산의 집단살인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강 씨의 연쇄살인과 용산의 집단살인을 보면서 필자는 강 씨든 오세훈 서울시장이든 이명박 대통령이든 심지어는 필자 자신이든 대한민국 전체가 송두리째 싸이코패스에 걸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싸이코패스가 완벽한 범죄 은폐를 위해 손톱을 깎는 치밀한 행위를 하는 것처럼 이번 용산 참사에서 경찰은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서둘러 시신들을 부검하고 말았다. 연쇄살인범이 시신의 손가락을 잘라 시신을 훼손하듯이 용산 참사에서 경찰은 시신 부검으로 멀쩡한 시신들을 훼손하고 말았다. 싸이코패스가 인면수심의 이중인격을 가진 자라면 국가와 경찰, 그리고 검찰은 폭력 운운하며 용산철거민들을 수심을 가진 인간들로 몰고 가고 재개발업자에게는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파악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 자체가 싸이코패스 아닌가? 도대체 집단살인과 연쇄살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그 차이는 제로다.

싸이코패스는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못한다. 살인하는 순간에도 자기가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못한다. 싸이코패스는 철저하게 사회에 격리되어 있어서 친구도 없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아무 말도 없다는 것이다. 숭례문이 타버린 작년 같은 해 겨울 2008년 2월 나홍진 감독이 만든 영화 <추격자>에서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범인 지영민은 영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항 안에서 잘린 여자 머리카락이 해초마냥 흔들리는 모습을 소파에 누워 보는 지영민의 눈동자에는 친구의 얼굴도, 언어도, 세상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 철저하게 폐기처분된 주인공 지영민은 침묵 속에서 연쇄살인을 벌인다. 연쇄살인범이 푹 눌러 쓰는 모자는 세상과 눈의 철저한 단절을 상징한다. 필자는 싸이코패스의 그 철저한 단절감을 강부자 정권인 이명박 정권에게서 발견한다. 용산 참사에서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정권이니 김석기 청장을 내칠 일도 없고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연쇄살인범 강 씨는 살해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그 대상이 부녀자든 회사원이든 여대생이든 자기의 성적인 욕망, 살인의 욕망을 채울 수 있으면 아무 것도 개의치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개발이익만 채울 수 있다면 개발의 욕망만 채울 수 있다면 철거민이 누구든 상관없다. 나는 5억 너는 2천으로 땡 치면 그만이다. 대상이 노동자든 농민이든 철거민이든 철도노동자든 기륭전자 노동자든 누구든지 간에 국가와 자본은 집단살인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이윤을 증식시키는 자본의 욕망만 채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강 씨 개인과 국가, 자본이 어쩌면 이렇게 쌍둥이 같을까?

타인의 감정, 정서,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짓말로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이 싸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면 강부자 내각으로 일컬어지는 이명박 정권 또한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정권이다. 작년 촛불 집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을 뉘우쳤다고 믿을 수 있는가? 사태가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급박해졌으니 거짓말로 사태를 모면하려고 한 것일 뿐이다. 용산 참사를 두고 ‘가슴이 아프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SBS 인터뷰에서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해 에둘러 피해가지 않았는가? 이명박 정권은 용산 유가족들의 아픔, 빈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강부자 정권이다. 강부자 정권 또한 연쇄살인범의 모자처럼 민중들의 고통과 철저하게 단절된 정권이다. 그들은 재개발업자, 건설족, 부동산업자, 증권업자, CEO, 고리대금업자들만 쳐다보는 눈을 가졌다. 그들에게 철거민은 지영민처럼 폐기된 자로 비칠 뿐이다. ‘세입가게로 떼돈 벌려고 하느냐’고 협박하면서 조합원에게는 떼돈 몰아주고 철거민들에게는 돈 몇 푼 쥐어 주고 쫓아내면 그만이다. 이거야말로 ‘반사회적인’ 행동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이 인격 장애 아니면 무엇인가? 싸이코패스가 말이 없듯이 한나라당은 용산 참사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싸이코패스가 친구가 없듯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민중과의 연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대체가 철거민, 서민, 민중,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삶에 대해 아무런 ‘깜’이 없는 정권이다. 한마디로 말해 ‘무감’無感 그 자체다.

세계 경제가 공황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권은 연쇄살인범처럼 또 다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내년에 다른 나라는 어렵겠지만 한국 경제는 회복된다’,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려 달라’,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등 이너빌러티즘(이명박 정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인 무능력주의)의 극한을 달리고 있다. 주가 3000 거짓말도 모자라는 모양이다. 싸이코패스가 사람을 유인해 성폭행 후 죽이고 암매장 하듯이 이명박 정권과 재개발은 민중들을 암매장하고 있다. 죽지 않았어도 될 사람들을 생매장시키는 이 아수라, 언제 끝날 것인가? 또 누가 다음 집단살인의 희생자가 될 것인가? 강부자 정권, 재개발업자, 조합원들에게만 천국일 이 ‘지옥의 재개발’ 속에서 강 씨 사건으로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모양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채 하늘로 올라가는 타워 크레인의 거대한 침묵. 그 침묵은 연쇄살인범의 침묵보다 더 섬뜩하다. 언제 또 집단살인이, 철거민이든 노동자든 누구든 살인진압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그 공포에 질려 퍼렇게 변한 하늘에 걸린 그 끝 모를 침묵을 바라보며 나의 호신용품을 찾는다. 투쟁.
덧붙이는 말

이득재 님은 대구가톨릭대 연구자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 햇볕냄새

    무서우리만큼 정말 비슷하네요! 연쇄살인범과 국가의 집단살인!
    정말 요새 뉴스에는 온통 강씨 연쇄 살인으로 도배를 하더군요
    ㅠ.ㅠ 언론은 그러면서 용산 참사는 기억속에서 멀리 잊게 하려 하겠죠!! 우린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무감한 정부~
    정말 공감이 가네요

  • ㅋㅋ

    경찰들은 연쇄살인범 강 씨가 정말로 고마울 것입니다
    ㅋㅋㅋ 견찰새끼들

  • 미치광이풀

    보도를 막고 보도위로 안올라가면 강제해산 시킨다고 으름장놓는 저들입니다. 미리 잡아놓은 살인범을 적기에 등장기킨 것이지요. 물타려구요. 늘 써먹던 수법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