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2009년 용산과 카라카스 - 너무 다른 주택 정책

[기고] 빈 집 점유권 인정하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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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연말 연시 40일간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 이념적으로는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를 열어젖히고 있다거나 혹은 아주 전형적인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선동적 포퓰리즘 정치라는 매우 상반된 평가를, 정치와 관련해서는 민중권력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새로운 민중민주주의라는 찬사와 전형적인 독재권력이라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평가를 받는 차베스 정권 하에서 베네수엘라의 민중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많은 번민과 감동을 안고 돌아왔을 때 한국에서 나를 기다린 건 용산참사였다. 불타는 망루사진과 오버래핑되면서 맨 처음 떠오른 장면은 카라카스 시내에서 빈민들이 빈 건물을 점거하며 생활하던 모습이었다.


대로변의 큰 건물, 자본이 철수해서 비어 있는 건물을 민중들이 점거하여 하나씩 아파트로 개조하던 그 모습 말이다. 별로 요란할 것도 없이 이들은 빈 건물에 들어가 스스로들의 노동을 통해 주거지로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마침 그 건물이 필자가 주로 방문했던 운동단체 사무실의 바로 앞이어서 필자로서는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 하에서 민중들의 점유권은 광범위하게 보장되고 있다. 특히 빈 건물 혹은 빈 집을 점유하면 그 점유권은 확실히 인정해 주고 있다. 물론 점유권 인정 범위는 그 이상이어서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도 주인이 내쫓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주인으로서는 월세 보증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없는 서민들이 카라카스에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여하튼 점유권에 대한 광범위한 인정 조치로 인해 카라카스의 빈민들의 주거 안정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하도 신기해서 필자가 물었다. 저렇게 점유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구? 답변이 걸작이었다. 건물은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게 장기간 빈 채로 방치되면 그건 공공성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점거하는 게 옳다는 답변이었다. 즉 점거의 논리적 근거는 사익이 아니라 사회공공성인 셈이다. 자신들의 점거행위에 대한 당당함이 인상깊은 답변이었다.

재개발을 위해 말짱한 사람들을 쫓아내며 소유권자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한국식 재개발과 점유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써 소유권이 침해당하더라도 사람 중심으로 추진되는 베네수엘라 식 주택정책 어느 것이 더 공공적 성격에 부합하는가? 생존권의 위협에 직면해서 자기가 장사하던 바로 그 곳에서 농성하는 민중들을 자기 이익만을 쫓는 이익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이명박 정권과 사회공공성을 위해 비어있는 건물을 민중이 점거하면 그 점유권을 인정해주는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와 어떤 사회가 더 민주적일까.

용산참사는 단순히 경찰의 폭력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소유권만이 인정되는 천박한 한국의 민주주의, 껍데기뿐인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한국의 재개발 정책이야말로 그 자체가 사익을 앞세워 사회공공성을 짓밟는 폭력 아닌가! 그래서 전철연의 투쟁은 사익을 위한 도심테러가 아니라 바로 껍데기 뿐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고발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전철연 투쟁에 시민으로써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덧붙이는 말

이해관 님은 한국통신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 사랑운동공동체

    빈토지점유권인정의 사회역사적 교훈의 역량이 부럽습니다

  • 김윤환

    잘 다녀 오셨군요!
    건강한 모습이 궁금합니다.
    기축년엔 늘 건강하세요.

  • 한일권

    차베스정권과 베네수엘라 참 대단하군요!
    건물은 공공성이 더 앞선다는 답변과 또그의 동조하는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용산참사를 보면서 느끼는점은 크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