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얼마 전까지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이제는 경제위기를 들먹이면서 노동자 민중에게 일자리를 걸고 협박하고 있다. 위기를 책임져야 할 자는 없고 위기만 강조되고 있다. 몇 차례의 글로 경제위기라 불리는 현재 경제공황의 본말을 짚어보고 속수무책인 노동자 민중의 나갈 길을 전망해본다. - 편집자 주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회사 손실 규모가 10월에만 해도 IMF 추산 1조 4천억달러를 거론하다 얼마 전 일본 한 증권회사 통계로 5조 8천억 달러를 손실을 봤다고 한다. 동그라미가 대여섯개 이상이 되면 산수가 안되는 우리들이야 그 액수 자체가 와 닿지도 않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먼 일이다. 난생 처음 듣는 영국의 노던록 은행이 망하든 미국의 리먼브라더스가 망하든, 한국의 ‘리만브라더스’가 망하지 않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거품을 찾아 나선 투기자본이 원유와 식량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당장 차비가 오르고 자장면 값이 오르면서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위기에 몰린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 금융사들이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기 위해 한국에 투자한 주식과 채권을 걷어가면서 주식가격이 하락하고 외환이 부족하여 달러 값이 치솟고 이에 따라 원자재 값이 따라서 오르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그나마 원유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유가격이 내린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철철 넘쳐난다는 외환보유고를 믿고 마구 질러대는 호기를 부려도, 막상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보니 채권국가가 아닐 뿐 아니라 외환위기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공포로 다가온다.
꺼지는 미국 부동산 남의 얘긴가
그마저 없는 우리들이 상관할 문제는 아니지만, 성인숫자 보다 많다던 펀드계좌로 장밋빛 인생을 꿈꾸시던 분들은 계좌가 깡통이 되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 펀드를 하면 돈이 된다고 떠들어대던 언론, 심지어는 방송매체 오락프로그램까지 나와서 나팔 불어대던 분들 다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다. 주택수로 본다면 분명 100% 주택보급이 가능한데도 50% 겨우 넘을 정도의 주택보급률을 기록할 정도로, 집과 땅을 가지고 장난을 일삼으며 흥청망청 하시던 분들은 그 허탈함이 아니 이명박에 대한 분노가 남다를 것임은 가히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현장 분위기가 살벌하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먼저 퇴직금 중간정산에 나서는 약삭빠른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줄어드는 일감에 노동자들은 대책이 없다. 기본급이 낮아 잔업, 특근을 해야 살아가는 대다수 노동자 자식들 학원비가 밀리기 시작하고 과자값이 줄어든다. 일거리가 없으니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이 차지하고 앉으면서 본의 아니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긴장이 높아진다. 그리고 비정규직과 실업은 한끗발 차이라 이 추운 겨울에 거리에 나앉으면 어디 비빌 구석도 없다. 하물며 정규직이라 해도 나이 순서대로 그리고 회사에서 쿡쿡 찔러보는 리스트에 오른 만만한 사람들은 벌써 찬 기운을 느끼는데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디에 기대보나.
구조조정이란 결국은 노동자가 길거리에 나앉는 것이라는 것은 IMF 외환위기를 거쳐봐서 다 아는 경로인데, 건설업계 대주단협약을 가입한 회사를 발표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섬유 등 여타 산업부문도 구조조정 조기 경보시스템을 발동하면서 인수합병과 자율적 구조조정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율을 2%로 잡고 있다. 이마저도 매달 하향 조정하고 있어서 얼마나 더 낮아질지 알 수가 없다. 정부 관계자도 "통상 신규 일자리 증가가 '0'이 되는 수준을 2.5% 내외로 본다"며 "IMF 전망치는 한국 경제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 감소를 걱정할 시점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1929년 미국의 대공황과 비유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통계추출방식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실업률이 3%이고 그 당시 실업률이 27%였다는 점을 비교한다면 정말 전례없는 추운 겨울이 될 전망이다.
“유가환급금 20만원 먹고 떨어져라”
이 지경에도 이명박은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출입국 재벌들을 대리해서 자유무역의 전도사가 되어 한미FTA, WTO DDA 체결해야 한다고 소리높이고 있다. 환율방어 한다고 400억 달러 이상, 그리고 주식시장 방어한다고 국민연금을 제돈 쓰듯 해서 9조 들어먹었다. 미국마저 구제금융의 대가로 주식을 챙기는데 외국자본이 70%에 가까운 은행권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300억 달러를 지원하고도 14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에서 빌려온 급전을 3년간 지급보증 해주고, 저축은행에는 1조원, 증권회사에는 2조원, 건설회사에는 이래저래 3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유가환급금 일이십만원 먹고 떨어지라고 한다.
중소기업 자금지원 및 회사채 구입에 48조원을 비롯하여 이래저래 180조원 이상을 뿌린다고 하나, 없는 사람들에게 저리융자를 늘리라든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단서조항은 없다. 그런데 “각종 프로그램의 종착역은 바로 일자리”라고 밝히고 있는 정부의 ‘2009년 경제운용계획’은 더욱 가관이다.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지원을 줘서 고용하는 중소기업도 인턴, 정부가 고용하는 공공부문도 인턴, 즉 임시직, 파트타임 노동자다. 이렇게 크게 생색내고는 2년마다 계약을 새로 하기도 귀찮다고 현재 2년인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파견업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선거 때는 노인정 찾아다니면서 갖은 재롱 다 피우더니 60세 이상 노인은 최저임금을 10만원에서 15만원을 깎는댄다. 일하면서 먹고자는 비용도 자기가 대고, 수습 때는 감액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법안을 고치겠다고 덤비고 있다. 아무리 차별이 보편화된 세월이라 해도 이제는 나이까지 차별을 하는가. 이제 남은 것은 실업급여를 줄이든지 없애버리는 것이 능동적 복지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의 목표가 아니겠는가.
자본에겐 180조 뿌리는 정권
경제위기에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제는 스스로 물러난다고 선언을 해야 하는가. 비록 부결되었지만 철도 노사합의문 ‘철도노사는 공기업 구성원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2008년 임금을 정부의 공기업 지침에 따른다’는 제 1항은 애교로 봐주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결단해 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결단)할 수 있다"며 임금동결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정규직 일자리만 보장해준다면 다른 것은 내줄 수 있다’는 표현은 아니길 바란다. 그런데 그 금속노조 사무처가 나서서 빈곤층에 연탄배달을 하겠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백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실업자, 비정규직을 포함한 불안정노동자들을 같은 노동자라기보다는 시혜를 받을 다른 범주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태생적인 계급적 분노를 가지고 태어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 히틀러는 어린 시절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자본가들은 노동자에게 권리를 주지않고 은혜를 베푸는지...”